서이초 교사, '연필사건' 학부모에 개인전화 시달려…"불안감" 호소

유효송 기자 2023. 8. 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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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추모객들이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달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생전 학생 지도와 업무에서 어려움을 겪고, 학급 내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가 개인 연락처를 알아낸 뒤 전화한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호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서이초 교사 사망 사안'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교육부·서울시교육청 합동조사단'(이하 합동조사단)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언론에 보도된 의혹들과 학교 측이 지난달 20일 낸 입장문의 사실 여부 등을 조사해 이같이 밝혔다.

합동조사단은 우선 고인의 담임 학급에 신고 접수된 공식 학교폭력(학폭) 사건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냈다. 하지만 지난달 12일 오전 수업 중 B학생이 A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자, A학생이 그만하라며 연필을 빼앗으려다 지신의 이마를 그어서 상처가 생긴 이른바 '연필 사건'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고인의 담임학급에서 '연필 사건'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고인의 휴대폰 번호가 유출되면서 담임 자격 시비 폭언 등과 같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있었다는 의혹은 일부 사실로 밝혀졌다.

합동조사단이 확인한 동료 교원의 진술에 따르면 '연필사건' 발생 당일 학부모가 여러 번 고인에게 휴대폰으로 전화했고, 고인은 자신이 알려주지 않은 휴대폰 번호를 해당 학부모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는 것. 다만 합동조사단은 학부모가 고인의 휴대폰 번호를 알게 된 경위와 담임 자격 시비 폭언이 있었는지 여부 등은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이초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첫 입장문에서는 연필 사건에 대해 '해당 학급에서 발생했다고 알려진 학생 간 사안은 학교의 지원 하에 발생 다음 날 마무리됐다'고 했지만 최종 입장문에서는 이 부분이 삭제됐다. 실제로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당시 해당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고 서울시교육청의 재검토 요청에 따라 학교 측이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동조사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거론된 '학급 내 정치인의 가족이 있다'는 의혹은 유명 정치인의 이름을 학교가 관리하고 있는 학부모 등의 기록과 대조해 살펴본 결과 정치인 가족이 해당 학급에는 없어 사실과 다르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또 '해당 학급에서 담임이 여러 번 교체됐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고인의 학급에서 담임교사 교체 사실이 없었다고 확인했다. 고인의 담당업무는 학교폭력이 아닌 나이스(NEIS)였으며, 본인의 1순위 희망에 따른 배치였다. 1학년 담임 배정이 된 것도 본인의 1순위 희망사안이었다. 다만 담당했던 나이스 업무 범위는 시스템 관리와 인증서 관련, 나이스 관련 연수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인에게 수업 여건이 좋지 않은 교실을 배정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며 무작위 배정에 따른 것이었다는게 합동조사단측 설명이다. 전날 서울교사노동조합측은 고인이 '1학년 6반의 교실이 너무 어둡고 무섭다'며 교실 시설 개선이나 교실 교체를 학교에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고인이 수업공간 부족에 따라 비선호교실을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서이초 1학년 담임을 맡던 2년차 교사가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교육계에서는 악성 민원과 학생 간 갈등에 따른 과도한 교육활동 침해가 원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교육부는 서이초를 관할하는 서울시교육청·강남서초교육지원청과 5명 규모의 합동 조사단을 구성하고, 지난달 25일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당국은 교장과 교감, 고인의 동료 교원과 면담을 진행하는 한편 자료를 통해 고인이 맡았던 업무 파악에 나섰다.

장상윤 교육부차관은 "학교 구성원의 심리적 어려움을 고려해 참여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방학 기간에 조사가 이뤄진데다 고인의 업무용 컴퓨터와 학급일지 등이 경찰에 이미 제출돼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에서 밝히지 못한 부분은 경찰에서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장 차관은 아울러 "교육부는 교단에 선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교사의 죽음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 공동체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워 가겠다"고 약속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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