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구 편이냐" 러 군사블로거 내분 조짐

황윤정 2023. 8. 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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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비판한 유명 군사블로거 체포된 뒤 갈등 커져
"프리고진 반란 후 블로거들 면책특권 사라진 듯"
러시아 당국에 체포된 군사 블로거 이고르 기르킨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열렬히 지지해온 친(親)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이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일 보도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친러 군사 블로거들은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 등에서 전쟁의 주요 소식통이자 러시아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해왔다. 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해온 블로거 중 일부는 러시아 국영 언론 소속이며 일부는 러시아 군부대와 함께 이동하며 군대의 움직임 등 전황을 러시아 당국보다 더 자세히 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러시아군과의 가까운 관계 덕분에 광범위한 '면책 특권'도 누려왔다고 NYT는 전했다.

군사 블로거들은 러시아 군 지휘부의 준비 부족, 보급 문제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러시아 당국의 제지를 거의 받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 이후 이들의 면책 특권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최근 러시아 민족주의 성향의 유명 군사 블로거 이고르 기르킨이 러시아 당국에 체포되면서 군사 블로거들 간 갈등이 급속도로 커졌다고 NYT는 보도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출신인 기르킨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친러 반군을 조직하는 등 전쟁을 지지해왔지만, 지난달 18일 텔레그램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며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체포됐다.

기르킨은 80만명의 팔로워가 있는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푸틴 대통령을 '아무것도 아닌 것'(nothingness)으로 언급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국민 대다수의 눈을 가리고 있다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르킨이 체포되기 며칠 전에는 기르킨의 유튜브 채널에 게스트로 출연한 러시아 군 정보기관 출신의 한 예비역 대령도 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기르킨이 전격 체포된 것은 군사 블로거들에 대한 크렘린의 가장 분명한 '질책'이라고 NYT는 짚었다.

러시아 당국의 기르킨 체포에 대한 반발 움직임도 감지된다. 친러 블로거인 예고르 홀모고로프는 3일 "더는 텔레그램에 게시물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활동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공격 가능성에 대한 게시물을 두고 군사 블로거들이 "누구 편이냐"며 서로를 저격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해온 2개 텔레그램 채널이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공격 가능성을 담은 사진을 올리자 유명 군사 블로거인 알렉산드르 탈리포프는 채널 운영자들을 겨냥해 "당신들은 누구를 위해 일하나"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크림반도 공격 관련 게시물이 불안을 조장하고 크림반도 등 점령지를 지키는 러시아군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해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20만명의 팔로워를 둔 또 다른 친러 블로거인 아나톨리 샤리는 문제가 된 2개 텔레그램 채널 중 한 곳의 운영자들이 민간인들이 전선에 있는 러시아 군인들을 위해 모금한 돈을 빼돌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Rybar'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군사 블로거 미하일 즈빈추크는 블로거들 사이의 설전을 '블로거 전투'라고 부르며 FSB 크림 지부가 이를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공격 가능성과 관련한 군사 블로거들의 설전 뒤에 러시아 당국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크림반도 공격 관련 게시물이 주민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점령지를 지키는 러시아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크렘린이 관련 게시물 검열하려 한다는 것이다.

전쟁연구소는 6월 말 크림대교가 공격받았을 때 '분노'를 터트린 친러 블로거들이 지난달 말 크림대교가 또다시 공격받았을 때는 침묵을 지켰다고 지적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 [자료사진(타스통신)]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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