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비난 못하는 야당...조직위원장도 집행위원장도 野 인사여서?
더불어민주당은 4일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의 온열 환자 발생과 운영 미숙을 비판하면서도 “안전에 총력을 다하라”고 했다. 다른 사안에서 현 정부 비판을 앞세웠던 것과 온도차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잼버리 대회가 민주당 텃밭인 전북 지역의 숙원 사업이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 3일 잼버리 대회의 각종 문제가 알려진 뒤에도 이날 하루 “특단의 대책으로 안전 운영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내용의 논평만 냈다. 4일 오전 당 최고위 회의에서 박광온 원내대표는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정부는 대회 기간을 축소할지, 나아가 중단할 것인지 비상하게 검토하며 대응하기 바란다”고 했다.
일부 최고위원이 “엉망진창” “역대 최악의 대회”라고 하고,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4일 논평에서 “아수라장 된 잼버리, 윤석열 정부의 난맥상이 드러난 것 아니냐”고 하긴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세계적 이슈가 된 것 치고는 민주당 반응은 미지근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민주당의 이런 모습은 다른 논란 사안에서 늘 윤석열 정부 비판을 앞세웠던 것과 사뭇 다르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지명, 검찰 수사 등에 대해선 당 회의에서는 물론이고 여러 대변인이 돌아가면서 비판 논평을 이어갔다. 다른 의원들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비판 메시지를 쏟아냈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잼버리 대회를 실패로 규정하는 건 우리 당 사람들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것이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잼버리 대회는 문재인 정부 때 유치했고, 관련 예산 확보와 대회 성공 개최는 지역 의원들의 최우선 과제였다. 전북 의원 10명 중 8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잼버리 대회의 5명 공동조직위원장 중 3명은 관련 부 장관이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외에 나머지 1명은 민주당 김윤덕 의원(전북 전주갑)이다. 대회 집행위원장은 민주당 소속 김관영 전북도지사다.
공동조직위원장인 김윤덕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큰 방조제를 만들어 유에서 무를 창조해낸 이곳(새만금)이야 말로 청소년들의 미래와 무한한 가능성을 여는 최고의 잼버리장이 될 것이라 확신했었다”며 “참가한 모든 대원이 생애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쌓고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지사는 지난 3일 오전 개영식에 참석한 뒤 야영지 텐트에서 1박을 했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과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 지사는 잼버리 대회 논란이 커지자 3일 오후 “세계 시민들 걱정이 많다”며 “도지사 집무실을 새만금 현장으로 옮겨 12일까지 같이 숙식하면서 업무도 보고 온열환자 대응도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잼버리 대회를 준비한 공무원들 대부분이 문재인 정부 때 관련 임무를 맡아서 죽 해온 사람들”이라며 “민주당이 이제 와서 잼버리 대회를 부실 준비했다고 비난만 하기에는 ‘제 얼굴에 침 뱉기’가 되는 부분이 있다. 마냥 비판만 하기 보다는 대책 마련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잼버리 대회 관련 논란을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는 데 대해선 강하게 반발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잼버리 대회 부실 운영도 또 전 정부 탓, 책임질 생각은 않고 도망갈 궁리부터 하느냐”며 “전 정부 5년 동안 준비한 것이라고 강변하는 건 후안무치의 진수”라고 했다.
민주당은 잼버리가 열리는 전북 부안을 지역구로 둔 이원택 의원이 작년 국정감사에서 이미 폭염과 폭우 문제를 지적했던 점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작년 10월 25일 국회 여성가족위 국감에서 “폭염이나 폭우 대책, 비산 먼지 대책, 해충 방역과 감염 대책을 정말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대회가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 대책을 적극 강구해 달라”고도 했다. 이에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 저희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놓아서 보고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문제를 이미 예견했는데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준비를 안 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그렇게 책임 소재를 따지기 시작하면 애초 한여름 새만금을 대회 장소로 정한 것부터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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