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고강도' 외친 벨호…왜 실패했나[女월드컵 결산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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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후 4년 동안 '고강도' 축구를 표방한 여자축구대표팀 벨호가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2019년 10월 여자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콜린 벨 감독은 '하이-인텐서티(high-intensity)', 이른바 '고강도'라는 말을 자주 써왔다.
사실 벨 감독이 추구해온 고강도 훈련은 한국 여자축구 시스템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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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부터 WK리그까지 이어지는 '시스템' 부재도 원인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부임 후 4년 동안 '고강도' 축구를 표방한 여자축구대표팀 벨호가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2019년 10월 여자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콜린 벨 감독은 '하이-인텐서티(high-intensity)', 이른바 '고강도'라는 말을 자주 써왔다.
대한축구협회가 이번 여자월드컵에서의 우리나라 응원 슬로건으로 '고강도-높게 강하게 도전하라!'로 선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벨 감독이 강조해 온 고강도는 한국에서만 차별화된 전략이 아니다.
이번 여자월드컵을 통해서도 드러났지만, 고강도는 여자축구 강국에서는 일상적으로 쓰이는 단어다.
경기 내내 격렬함을 유지해야 하는 고강도는 기본이고 그 뒤에 전술이 따라온다.
단순히 많이 뛰는 게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발생하는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해내는 정도를 말한다.
실제로 한국 여자 실업축구 WK리그와 해외 리그 사이 활동량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활동량의 '밀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외국 선수들이 우리보다 경기 중 더 많은 스프린트를 하고, 그 속도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벨 감독 체제에서 한국은 고강도 훈련으로 이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차이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무승을 기록했지만 상대에 밀리지 않는 압박과 활동량을 보여줬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 팀들도 그 정도의 고강도는 기본적으로 깔고 있었다는 것이다.
FIFA 랭킹에서 우리나라(17위)보다 아래로 평가됐던 콜롬비아(25위), 모로코(72위)를 상대로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에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자축구에서 고강도를 외쳐온 건 한국뿐만이 아니다. 이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더욱 명확해졌다.
사실 벨 감독이 추구해온 고강도 훈련은 한국 여자축구 시스템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중·고등학교, 대학교, WK리그까지 하나로 이어져야 하는데 오직 대표팀에서만 고강도 훈련이 이뤄지다 보니 연계성이 떨어졌다.
벨 감독이 콜롬비아와 첫 경기 끝나고 한국 여자축구 시스템 전체가 재편돼야 한다고 작심 발언한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행운이 따르지 않은 측면도 있다.
콜롬비아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잘 싸우고도 핸드볼 반칙과 골키퍼 실수로 두 골을 내주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대회 전 국내 출정식에서 완승으로 자신감을 안고 본선에 올랐는데 첫 경기 패배로 분위기가 크게 처졌다.
이는 모로코를 상대로 한 2차전에도 영향을 줬고 결국 박은선의 헤딩슛이 빗나가는 등 골운까지 따르지 않으면서 모로코의 본선 첫 승 제물이 됐다.
여자축구에서 초반 분위기가 경기 승패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점을 고려할 때 콜롬비아전에서 실수가 없었다면 지금보다 나은 결과가 뒤따랐을 수도 있다.
FIFA 랭킹 2위 독일과의 최종전 무승부는 그래서 더 아쉬움이 컸다.
벨호의 4년은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란 실패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주저앉을 시간이 없다. 벨 감독은 올해 4월 대한축구협회와 계약을 연장해 내년 12월까지 여자대표팀을 이끈다.
당장 2023 항저우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올림픽 아시아예선을 준비해야 한다.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일어나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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