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의 라스트댄스…'황금세대'의 아쉬운 퇴장[女월드컵 결산⓵]
간판 지소연·조소현 눈물…장신 공격수 박은선 무득점 마무리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서 최하위로 조별리그 탈락한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황금세대'가 막을 내렸다.
이번 월드컵은 황금세대의 마지막 월드컵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간판 지소연(32·수원FC)부터 조소현(35·토트넘), 임선주(33), 김혜리(33), 김정미(39 이상 현대제철), 박은선(37·서울시청) 등이 모두 30대를 훌쩍 넘겼거나 40대를 바라보는 상황이다.
대부분이 2010년대부터 함께해 왔는데 이중 지소연과 조소현은 독일전까지 A매치 148경기를 뛰어 한국 축구 남녀 통틀어 가장 많은 국가대항전을 뛴 선수이기도 하다.
지난해 2022 카타르 남자월드컵 개막 전 A매치 100경기 이상 뛴 선수가 손흥민(토트넘) 단 한 명이었던 걸 고려하면 여자대표팀의 주축인 황금세대가 얼마나 오랫동안 태극마크를 달아왔는지 알 수 있다.
여자축구 황금세대는 상대적으로 좁은 저변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왔다.
지소연, 임선주, 김혜리는 2010년 20세 이하(U-20)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을 3위까지 이끌면서 주목받았다. 여기에 조소현, 김정미까지 등장한 2015년 캐나다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16강이란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결과적으로 세대교체를 더디게 만들었고, 2019년 프랑스월드컵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 공격과 수비에서 핵심 역할을 한 장신 골잡이 박은선과 골키퍼 김정미의 첫 월드컵 출전이 벌써 20년 전이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시간에도 여자축구는 이들을 대체할 뉴페이스를 찾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 실패가 누구보다 아픈 건 여자축구 에이스 지소연이다. 한국 선수 남녀 통틀어 가장 많은 A매치 득점(67골) 기록을 보유한 지소연은 마지막일지 모를 생애 세 번째 월드컵을 승리 없이 마무리했다.
2015년 캐나다 대회 때 한국의 첫 16강에 앞장섰으나 4년 전 프랑스에서 조별리그 3전 전패 탈락을 막지 못했고, 이번에도 탈락을 바라봐야만 했다.
대회 전 지소연은 카타르월드컵에서 깜짝 4위에 오른 모로코를 언급하며 '화려한 라스트댄스'를 다짐했다.
그러나 잉글랜드 무대에 진출했다가 지난해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로 돌아온 지소연은 다시 한번 세계 무대와의 격차를 실감하며 눈물을 흘렸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 2위 독일을 상대로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지만 콜롬비아와 모로코가 통과한 H조에서 독일전 결과에 큰 의미를 두기도 어렵다.
한국의 이번 대회 첫 골을 안긴 조소현(무소속)에게도 또 한번 아쉬운 월드컵이 됐다.
2015년 대회에서 지소연과 함께 16강을 일군 뒤 2019년 프랑스 대회에서 실패를 맛본 조소현은 이번 월드컵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콜롬비아, 모로코와 1~2차전에서 부진한 뒤 독일과 최종전에서 경기 시작 6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리며 활약했지만, 한국의 운영을 바꾸진 못했다.
그럼에도 한국의 여자월드컵 첫 선제골과 본선 멀티 득점자라는 새 역사를 쓴 건 박수받을 만하다.
한동안 태극마크에서 멀어졌다가 콜린 벨 감독의 눈에 들어 2015년 캐나다 대회 이후 8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로 돌아온 베테랑 공격수 박은선도 웃지 못했다.
180㎝가 넘는 장신을 활용한 그의 높이는 이번 월드컵에서 상대를 압도할 비장의 무기였다.
하지만 상대의 집중 견제와 대표팀 전체 경기력 저하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세 번의 월드컵에도 본선 득점에 실패한 박은선에겐 모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 헤딩슛 실패가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이 됐다.
독일전에서 수비수로 변신해 제몫을 했지만 역시나 기대했던 골과는 연을 맺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 실패로 다음 도약을 위한 여자축구의 숙제는 명확해졌다. 바로 세대교체다. 제2의 지소연과 제2의 박은선을 찾아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이들이 지금껏 황금세대로 불린 것도, 마땅한 후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기준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 선수는 1510명이다. 2014년(1765명)보다 200명 넘게 줄었다. 이런 환경에서 새로운 황금을 찾는 건 모래에서 바늘 찾기와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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