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필지 사서 4필지 나대지 방치…30억 '빈집 사업'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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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이 빈집 철거하고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든다더니 그냥 저렇게 텅 비어만 있네요."
하 의원은 "구청에서 빈집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니 수십억원의 예산을 받았음에도 사용도 제대로 못 하는 결과가 돼 버린다"며 "빈집 사업을 더욱 과감하게 시행해 주민들을 위한 무더위쉼터나 커뮤니티 공간, 주차장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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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원 들여 기껏 매입한 부지도 공터로 방치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구청이 빈집 철거하고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든다더니 그냥 저렇게 텅 비어만 있네요."
지난 3일 오후 2시께 부산 서구 초장동의 한 초록색 공터. 양옆에 빈집을 끼고 있는 이 공터는 구가 '도시재생·빈집정비 기금 사업'을 통해 2021년 12월에 조성한 '마을마당 1호'다.
구는 2020년 11월 전국 최초로 '도시재생·빈집정비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를 제정해 기금 30억원을 확보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관내 빈집 1000여개 중 100개소 이상의 부지를 매입해 정비하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까지 구가 매입한 부지는 고작 5필지다. 이 중 마을마당을 제외한 4필지는 나대지로 방치된 상태다.
구는 당초 빈집을 철거해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주민 공동체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을마당 또한 조성 당시에는 방재공원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었지만, 몇 년째 움직임이 없어 초록색을 띠는 공터에 불과했다.
그나마 바닥 포장 작업이 돼 있었지만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다른 곳과 차이가 없었다.
인근 주민 이모(80대)씨는 마을마당이 전혀 활용되고 있지 않다며 "저 공간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의자 하나 없이 그냥 공터로만 있는데 누가 저 공간을 이용하겠느냐"고 비판했다.
구가 남부민동에 매입한 또 다른 필지에도 인근 주민이 세워 둔 빨래 건조대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주민 김모(80대)씨는 부지를 가리키며 "구청이 관리하는 땅이라고 하던데 이 부지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금 30억원의 존속 기한이 내년 12월31일이면 끝난다.
구가 5필지를 매입하는 데 사용한 기금은 총 6억5000만원이다. 나머지 23억5000만원은 그대로 남아 있다.
구 관계자는 "집행 실적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라며 "구민들의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기대 심리, 감정 금액 등이 문제가 돼 매입이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기금의 존속 기한과 관련해서는 조례를 개정해서 2026년이나 2027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연장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구는 지난해 실시한 실태조사를 통해 관내에 1218채(무허가 주택 포함)의 빈집이 있다고 밝혔고, 빈집 정비·활용을 위한 '산복도로 폐·공가 위클릿 플랫폼 사업' 등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난달 31일까지 구가 정비한 빈집은 총 26개소(지난달 31일 기준)지만, 이 중 주민 공동 이용시설로 활용되고 있는 곳은 3개소뿐이다.
구 관계자는 "이곳들은 구가 매입한 부지는 아니어서 3년간만 주민 공동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제한이 있다"며 "시설을 설치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정자나 벤치 등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민들은 여전히 빈집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다.
남부민동 주민 노모(70대)씨는 "빈집이 많다 보니 그 안에 머물며 터를 잡는 고양이가 너무 많다. 밤마다 나는 울음소리는 예삿일이고 거리마다 고양이 분뇨로 인한 악취 때문에 여름에는 문도 못 연다"고 토로했다.
하명희 서구의회 의원은 "서구의 빈집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철거만 하고 손을 대지 않으니 쓰레기장이나 흡연 장소로 전락했다"며 "빈집으로 인해 주거 환경이 좋지 않다 보니 크고 작은 범죄에 노출되기도 쉬운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구청에서 빈집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니 수십억원의 예산을 받았음에도 사용도 제대로 못 하는 결과가 돼 버린다"며 "빈집 사업을 더욱 과감하게 시행해 주민들을 위한 무더위쉼터나 커뮤니티 공간, 주차장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gy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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