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창작물 속에 나타난 빌런들…'악인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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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시쳇말로 빌런은 작품을 이끌고 가는 중요한 축이다.
소설이나 연극·영화에선 악인이 차지하는 정서적 밀도가 주인공의 그것을 뛰어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저자들은 tvN의 '작은 아씨들' 같은 한국 드라마, '나 혼자만 레벨업' 등의 인기 웹소설을 비롯해 소설·영화·문학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가로지르며 악인 서사를 들춰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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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악인의 서사 = 듀나·박혜진 등 지음.
악인, 시쳇말로 빌런은 작품을 이끌고 가는 중요한 축이다. 소설이나 연극·영화에선 악인이 차지하는 정서적 밀도가 주인공의 그것을 뛰어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셀로'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당당한 주인공이지만 정작 극에선 오셀로보다 악역인 이아고가 빛을 발한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 나이트'의 주인공은 당연히 배트맨이다. 하지만 스크린을 장악하는 건 배트맨이 아닌 광기에 짓눌린 조커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가장 유명한 등장인물은 장 발장이겠지만, 소설을 읽고 나서 가장 마음을 뒤흔드는 인물은 그를 거의 마지막까지 괴롭히는 자베르 경감일 가능성이 높다.
소설가이자 영화평론가 듀나, 문학평론가 박혜진, 영화평론가 강덕구, 웹소설 작가 이융희, 비평가 윤아랑 등 9명의 저자가 서사에서 악을 재현하는 문제에 천착해 글을 썼다.
저자들은 tvN의 '작은 아씨들' 같은 한국 드라마, '나 혼자만 레벨업' 등의 인기 웹소설을 비롯해 소설·영화·문학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가로지르며 악인 서사를 들춰낸다. 저자들은 흑과 백이 아닌 삶의 회색지대로 악인들을 끌어온다.
돌고래. 320쪽.
▲ 망설이는 사랑 = 안희제 지음.
사람들의 관심은 돈이 된다. 유튜브 조회수가 늘어나면 돈이 되고,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늘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연예인 이야기, 그중에서도 케이팝 아이돌의 이야기는 언제나 대중의 관심을 끌고, 그들이 생산하는 여러 '논란'은 누군가에겐 돈이 된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논란에 가장 취약한 존재인 케이팝 아이돌 아티스트에 초점을 맞춰 SNS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공론장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저자는 학교폭력, 갑질, 성폭력과 같은 사건부터 역사 인식, 인성에 이르기까지 아이돌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모든 사건이 '관심경제'의 네트워크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사람들의 관심이 곧 '돈'이 되는 관심경제 체제 안에서 논란은 특정 종류의 관심을 생산하고, 그와 결부된 대중 및 공론장을 구성한다.
저자는 '망설이고 주춤하는 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공론장 내부의 황량한 풍경을 비춘다. 논란의 중심에 선 아티스트의 팬으로서, 그들은 혼란과 고통을 경험하지만, 무분별한 폭력에 가담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실을 찾고 윤리적 분투를 이어간다.
"'논란'을 경험한 팬들을 만나며 내가 발견한 것은, 팬심을 뒤흔들고 나아가 '탈덕'(푹 빠져서 좋아하던 것을 그만 둠)으로 우리를 떠미는 고통스러운 시간 안에서도 팬들이 그저 굴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아티스트를 마음에 안 들면 치워버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체로 복잡하고 고유한 인간으로 대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이를 위해 윤리적 고민을 놓지 않는다."
오월의봄. 340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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