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모든 게 담임 잘못"이라는 교장…선생님은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야 했다

심영구 기자 2023. 8. 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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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제보] 기막힌 교장 관리자와 교육청의 외면으로 벼랑에 몰린 교권을 복면제보합니다 (글: 정진실 작가)


저는 16년 차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그간 수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만나면서 힘든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교실에 앉아 저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떠올리면 어떤 일도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현재 학생도, 학부모도 아닌 학교장 선생님의 외면으로 학교를 떠나 하루하루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2년 전, 코로나 이후 몇 년 만에 정상 등교가 시작되었죠. 오랜만에 아이들과 대면수업을 진행하려고 하니 참 설레더라고요. 한편으로는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닌 아이들이 참 불쌍하기도 했고요. 여러 이유로 아이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고 새 학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몇 명이 유난히 별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반 편성 담당 선생님도 제게 '반 편성에 문제가 있었다. 찢어놔야 할 아이들이 같은 반이 됐다. 미안하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예의 주시하던 학생 중 하나인 A군의 어머니가 저에게 직접 전화를 하신 겁니다.
 

10명 이상의 아이들이 연루된 학교 폭력 사건 발생

A군의 엄마는 저에게 '집 안에 있던 돈뭉치 100만 원가량이 사라졌다. A가 친구들에게 돈을 뺏긴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곧바로 아이들을 하나씩 불러 면담을 했는데요.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너 쟤 때리면 내가 만 원 줄게." (A군)

처음에 A군이 친구들에게 돈을 쓴 걸로 보여요. 집에서 1~2만 원씩 가져다가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사주면서 환심을 얻었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아이들 앞에 돈을 보여주면서 '너 쟤 때리고 와. 만 원 줄게.'라며 폭행까지 지시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돈을 받은 아이들이 A군에게 ‘안 주면 엄마한테 이를 거다.’라고 했다는 겁니다. 도리어 돈을 뜯어냈다고 하더라고요. 연루된 학생만 10명 이상.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와 함께 시작된 학부모의 민원

결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열리게 됐는데요. 문제는 A군이 갈취당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A군이 피해자가 되어 학폭위가 열린 겁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A군의 학부모는 저에게 요구하는 것이 점차 많아졌습니다.

연루된 다른 학생들 중 '누구는 괜찮으니 우리 A랑 친했으면 좋겠다, 누구는 별로니 우리 A랑 안 친했으면 좋겠고 가정교육이 어떻게 잘 되는지 알려 달라'는 겁니다.

같은 학생이 '성추행 가해자'로... 한 달도 채 안 돼 또 열린 '학폭위'

제가 절도·폭행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일일이 상대하며 시달리던 중에도 A군은 끊임없이 사고를 쳤습니다. 다른 아이의 목을 조르고, 다른 반 여자애한테 돌을 던지고, 가슴을 때리고...

그러던 중 우리 반 한 아이가 불안해하며 저를 찾아왔는데요. 볼일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갔는데, A군과 B군이 본인을 훔쳐봤다는 겁니다. 앞선 사건들이 완전히 해결되기도 전, A군이 가해자가 된 성추행 사건이 벌어져 또 학폭위가 열리게 된 거죠.

"남자애가 소심한 거보다 오히려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리 애는 지금 잘 크고 있다." (A군의 아버지)

하지만 A군의 학부모님은 제 상식 밖의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우리는 남자애가 소심한 거보다 어느 정도 이렇게 장난치는 걸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리 애는 지금 잘 크고 있다.'며 저의 말이 불쾌하다고 윽박지르기도 했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사건의 연속... 학교장은 무조건 '담임교사 잘못'이다?

16년 동안 수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이번엔 정말 견디기가 힘들더라고요. 결국 저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교감 선생님께 요청드렸는데요. '학부모가 아이를 맡겨놓고 속상하면 그럴 수도 있다.'며 교보위가 거부됐습니다.

교보위 개최 여부는 오로지 학교 재량이기 때문에 저는 이 이상으로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 교탁 앞에서도 눈물을 참아야 했던 저는 더 이상 아이들을 기쁘게 마주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결국 병가를 내기 위해 학교장, 교감 선생님 두 분과 3자 대면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저를 보자마자 학교장 선생님은 폭언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다 네 잘못이다. 너희 반 애들이 불쌍하다, 너 같은 담임 만나서." (교장)

학교장 선생님은 우리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의 절반 이상이 저희 반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이게 다 네 잘못이다.'고 하시더라고요. '학급 경영을 어떻게 했기에 이러냐. 선생님 자격이 없다. 다 너 때문이다. 다른 학교로 가라. 너 같은 담임 만난 너희 반 아이들이 불쌍하다.'며 마구 삿대질을 하시고, 분에 못 이겨 의자에 주먹을 짓이기까지 하셨습니다.

한 달 사이 벌어진 두 학교폭력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학부모들을 일일이 만나고, 아이들을 훈육하며 마음고생한 건 힘들어도 마음의 상처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렇게 모든 짐을 떠안고 있던 와중에 학교에 제 편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충격적이었죠.
 

복직 이후에도 계속된 학교장의 낙인

저는 학교장 선생님에게 다시 신임을 얻기 위해 복직 후 죽은 듯이 일했지만, 들려오는 건 교장 선생님이 다른 교사들에게 한 제 험담뿐이었습니다. 또 순시를 돌면서 학생들이 아닌 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제 교사로서의 자질에 흠을 내기 위해 업무와 품행에 트집을 잡는 교장선생님의 행동은 2년 동안 이어졌어요. 저는 정말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기분이더라고요.
 

교육청과 외부기관에도 도움을 요청해 봤지만...


누구도 아닌 학교장 선생님의 행동이 너무나 괴로웠던 저는 교육청 안에 있는 고충 호소 센터, 갑질 신고 센터에 조치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절망적이었어요.

담당자는 '진짜 신고하실 거냐. 신고했다가 오히려 남은 교사 생활만 더 힘들어진 선생님들 많이 봤다. 신고 안 하시는 게 더 나을 것이다.'라며 저를 회유하더라고요. 제 호소 메일 또한 그대로 반송됐습니다. 저는 그래서 인권위, 고충처리 위원회 등 다른 외부 기관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건 없었습니다.

"교사는 교육의 전장에서 총탄을 맞고 있는데 오히려 관리자마저 비난한다면, 부당함을 알릴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 장치는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제가 바라는 건 단 한 가지입니다. 제도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실질적으로 교사가 보호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장치가 하나라도 있길 바랍니다. 존중받지 못하는 교사가 어떻게 아이들 앞에서 웃으면서 수업을 할 수 있을까요? 자라나는 아이들이 모두 행복하기 위해서 교사의 인권도 생각해 주세요.
 

오늘의 복면제보는 학교와 교육청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교사들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문유진 변호사,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교권 추락 현실과 교사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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