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모든 게 담임 잘못"이라는 교장…선생님은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야 했다
저는 16년 차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그간 수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만나면서 힘든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교실에 앉아 저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떠올리면 어떤 일도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현재 학생도, 학부모도 아닌 학교장 선생님의 외면으로 학교를 떠나 하루하루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2년 전, 코로나 이후 몇 년 만에 정상 등교가 시작되었죠. 오랜만에 아이들과 대면수업을 진행하려고 하니 참 설레더라고요. 한편으로는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닌 아이들이 참 불쌍하기도 했고요. 여러 이유로 아이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고 새 학기를 시작했습니다.
10명 이상의 아이들이 연루된 학교 폭력 사건 발생
"너 쟤 때리면 내가 만 원 줄게." (A군)
처음에 A군이 친구들에게 돈을 쓴 걸로 보여요. 집에서 1~2만 원씩 가져다가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사주면서 환심을 얻었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아이들 앞에 돈을 보여주면서 '너 쟤 때리고 와. 만 원 줄게.'라며 폭행까지 지시했어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와 함께 시작된 학부모의 민원
연루된 다른 학생들 중 '누구는 괜찮으니 우리 A랑 친했으면 좋겠다, 누구는 별로니 우리 A랑 안 친했으면 좋겠고 가정교육이 어떻게 잘 되는지 알려 달라'는 겁니다.
같은 학생이 '성추행 가해자'로... 한 달도 채 안 돼 또 열린 '학폭위'
그러던 중 우리 반 한 아이가 불안해하며 저를 찾아왔는데요. 볼일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갔는데, A군과 B군이 본인을 훔쳐봤다는 겁니다. 앞선 사건들이 완전히 해결되기도 전, A군이 가해자가 된 성추행 사건이 벌어져 또 학폭위가 열리게 된 거죠.
"남자애가 소심한 거보다 오히려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리 애는 지금 잘 크고 있다." (A군의 아버지)
감당하기 힘든 사건의 연속... 학교장은 무조건 '담임교사 잘못'이다?
교보위 개최 여부는 오로지 학교 재량이기 때문에 저는 이 이상으로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 교탁 앞에서도 눈물을 참아야 했던 저는 더 이상 아이들을 기쁘게 마주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결국 병가를 내기 위해 학교장, 교감 선생님 두 분과 3자 대면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저를 보자마자 학교장 선생님은 폭언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다 네 잘못이다. 너희 반 애들이 불쌍하다, 너 같은 담임 만나서." (교장)
학교장 선생님은 우리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의 절반 이상이 저희 반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이게 다 네 잘못이다.'고 하시더라고요. '학급 경영을 어떻게 했기에 이러냐. 선생님 자격이 없다. 다 너 때문이다. 다른 학교로 가라. 너 같은 담임 만난 너희 반 아이들이 불쌍하다.'며 마구 삿대질을 하시고, 분에 못 이겨 의자에 주먹을 짓이기까지 하셨습니다.
복직 이후에도 계속된 학교장의 낙인
교육청과 외부기관에도 도움을 요청해 봤지만...
누구도 아닌 학교장 선생님의 행동이 너무나 괴로웠던 저는 교육청 안에 있는 고충 호소 센터, 갑질 신고 센터에 조치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절망적이었어요.
담당자는 '진짜 신고하실 거냐. 신고했다가 오히려 남은 교사 생활만 더 힘들어진 선생님들 많이 봤다. 신고 안 하시는 게 더 나을 것이다.'라며 저를 회유하더라고요. 제 호소 메일 또한 그대로 반송됐습니다. 저는 그래서 인권위, 고충처리 위원회 등 다른 외부 기관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건 없었습니다.
"교사는 교육의 전장에서 총탄을 맞고 있는데 오히려 관리자마저 비난한다면, 부당함을 알릴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 장치는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오늘의 복면제보는 학교와 교육청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교사들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문유진 변호사,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교권 추락 현실과 교사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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