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게임’ 된 새만금 잼버리... 칠레 청소년 “가족이 1년 돈 모아줘 왔다”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부실 운영으로 국제 문제로까지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각국에서 온 청소년 일부는 고액의 참가비를 대기 위해 가족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잼버리 대회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청소년 야영 축제로, 전 세계 청소년들이 한데 모여 야영하면서 여러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서로 교류하는 행사다. 세계 최대의 청소년 국제 행사로 꼽힌다. 이번 새만금 대회에는 158국의 14~18세 스카우트 대원 3만여명과 지도자 등 4만3000여 명이 참가했다.
주최 측이 받은 참가비는 1인당 약 900달러(약 117만원)로, 참가자 출신국의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동일한 금액이었다. 또 항공료는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 실질적인 참가비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참가자들은 참가비를 마련하기 위해 온 가족이 나서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에서 왔다는 한 대원은 최근 국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족들이 1년 내내 일을 해서 참가비에 돈을 보태줬다”며 이렇게 해서까지 대회에 온 것은 “아시아에 오는 것이 내 꿈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만금 일대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우리 정부를 포함한 주최 측이 준비와 운영 부실을 드러내고, 참가자들 사이에선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대회에 자녀를 참가시킨 외국 학부모들 사이에선 “아이들이 기대한 행사가 ‘생존 게임’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대회의 안전 개최를 위한 총력 대응에 들어갔다. 대회 둘째날인 지난 3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대회가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키며 참가자들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지시하고, 군에는 공병대와 군의관을 파견하게 했다. 4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스카우트 학생들이 잠시라도 시원하게 쉴 수 있는 냉방 대형 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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