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전복 혐의에 “무죄” 주장… 법원 앞 양분된 시위대 [밀착취재]

박영준 2023. 8. 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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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법원에 출석, 2020년 대선 전복 모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약 30분쯤 진행된 공판에서 “무죄(Not guilty)”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판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오늘은) 미국에 매우 슬픈 날”이라며 “공화당 경선에서 압도하고 있고, 바이든을 많이 앞서가는 사람에 대한 박해”라고 자신을 향한 기소가 ‘정치적 박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으면, 박해하거나 기소하는 일이 미국에서 다시 벌어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남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법정에 들어섰다. 정장 옷깃에는 미국 국기 배지를 달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위치한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서 워싱턴으로 출발, 자가용 비행기로 워싱턴 인근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도착했다. 차량을 이용해 예정됐던 오후 4시보다 약 40분 이른 오후 3시20분쯤 법원에 들어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인부 절차가 진행된 워싱턴 ‘E. 배럿 프리티맨’ 연방법원 청사 앞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감옥에 가둬야 한다는 시위대, 취재진과 일반 시민들이 뒤엉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원 출석이 이번이 세 번째인 만큼 수많은 인파가 모이거나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뒤엉키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법원으로 통하는 주요 길목은 경찰에 차단됐고,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돼 시위 상황을 지켜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전복 모의 혐의에 대한 기소인부절차가 진행된 3일(현지시간) 워싱턴 ‘E. 배럿 프리티맨’ 연방법원 청사 앞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대자들로 양분됐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마련한 간이 단상에 올라 “2021년 1월6일에 우리는 99% 평화롭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게 사실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는 ”조 바이든은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노랫말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단상 옆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트럼프는 패배자다. 그를 가둬라”라고 소리쳤다.

한쪽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남성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여성 간 언쟁이 벌어졌다. 고성이 오가는 듯하더니 확성기를 틀고 호루라기를 불며 난장판이 됐다. 

자신을 힙합 아티스트라고 소개한 론 제이 스파이크는 기자와 만나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애국자이기 때문이다.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가담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조 바이든은 불법 대통령이고, 그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그는 선거를 훔쳤다. 증거가 있다. 이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두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전복 모의 혐의에 대한 기소인부절차가 진행된 3일(현지시간) 워싱턴 ‘E. 배럿 프리티맨’ 연방법원 청사 앞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1월6일 난입 가담자를 석방하라’는 팻말을 든 제리 아노위치(75)도 “대선은 도둑맞았다”고 말했다. 뉴욕주 뉴저지에서 왔다는 그는 “트럼프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을 끌어들였고, 바이든은 전혀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 바이든이 선거에서 이겼다.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1·6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사건에 대해서는 “저들은 이들(난입 가담자)들이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반란을 일으켰다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부를 전복시키려 했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선거가 잘못됐다고 말하며 이곳에 왔다. 그들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려고 노력했고, 오히려 경찰이 그들을 구타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전복 모의 혐의에 대한 기소인부절차가 진행된 3일(현지시간) 워싱턴 ‘E. 배럿 프리티맨’ 연방법원 청사 앞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지지자들이 ‘트럼프를 가둬라’, ‘정의의 시간’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트럼프는 패배자’라고 소리치던 여성은 기자에게 워싱턴 정부 공무원 신분증을 내밀었다. 에귀노 패트리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월 6일 사태에 가장 확실한 책임이 있다. 그는 꼭두각시를 조종하는 마스터였고, 감독이었다”면서 “그의 말과 행동 때문에 시위대가 의사당에 모여들었고, 의사당을 공격하는 반란군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반란군들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 그들이 환영받지 못한다고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곳에 나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전복 모의 혐의에 대한 기소인부절차가 진행된 3일(현지시간) 워싱턴 ‘E. 배럿 프리티맨’ 연방법원 청사 앞에서 한 상인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모자를 판매하고 있다. 한 시민은 “저 모자는 모두 중국산”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에도 공화당 지지자 다수는 여전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정하게 대선에서 이겼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 방송이 여론조사업체 SSSR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7월1~31일, 미국 성인남녀 1279명 대상)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 69%가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승리에 필요한 득표를 하지 못했으며 적법하게 승리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69% 가운데 39%는 부정선거 물증이 있다고 봤고, 나머지는 심증만 있다고 답했다.

글·사진=워싱턴 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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