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창인데 펄펄 끓는 남미, 안데스 고지대도 40도 찍었다
전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겨울을 보내고 있는 남미 국가들마저 펄펄 끓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다.
3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겨울이 한창인 아르헨티나와 칠레 등 남미 국가에서 북반구 못지않은 이상 고온이 관측되고 있다. 보통 남반구의 8월은 북반구의 2월 기온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 웬만한 북반구 여름과 맞먹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30도를 넘어서며 8월 기준 117년 만에 사상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4.6도(1942년 8월1일)보다도 훨씬 높다. 이곳은 5일 전까지만 해도 기온이 9~13도에 불과했다. 지난 1일 최고기온도 14도에 그쳤으나 하루 만에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수도뿐만 아니다. 산타페주와 코르도바주를 포함한 아르헨티나 국토 절반 이상에서 30도 이상의 고온이 측정됐다. 가장 더운 지역은 북부 해안 도시인 리바다비아로 무려 38도까지 올라갔다.
칠레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1일 중부 산간 도시 비쿠냐와 치긴토에서는 기온이 38.7도까지 올라 40도에 육박했다. 역시 8월 최고기온 신기록이다. 현지 기상학자 크리스토발 토레스는 AFP통신에 “비쿠냐에서 이런 기온이 기록된 지는 70년 이상 지났다”고 전했다.
파라과이도 이번 주 초 37도의 이례적인 고온을 기록했다. 안데스산맥 고지대에서도 38도를 찍은 지역이 일부 나왔다. 브라질 역시 지난달 중순부터 30도를 넘겨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외 볼리비아, 우루과이, 브라질 등에서도 7월 이상 고온 기록을 새로 썼다.
WP는 파라과이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강력한 고기압이 ‘열돔’을 형성해 남반구의 한겨울 폭염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어도 이번 주말까지는 남미의 겨울 고온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수일 내로 평년 기온을 회복하더라도 이런 폭염의 빈도는 더 잦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사 로하스 칠레 환경부 장관은 “우리가 겪고 있는 현상은 기후 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현상이 결합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학자 막시밀리아노 에레도 “남미는 세계가 본 적 없는 극한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며 “이 사건은 모든 기후 서적을 다시 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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