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폭염에 펄펄 끓는 바다…가두리양식장 떼죽음 덮칠까 비상

김동수 기자 2023. 8. 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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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돌산읍 화태리 어민들 고수온에 전전긍긍
2년 전 79만 마리 피해…먹이 줄이고 산소 공급
3일 오후 전남 여수 돌산읍 화태리 가두리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고수온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2023.8.3/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여수=뉴스1) 김동수 기자 = "역대급 폭염에 바닷물이 펄펄 끊는데 물고기가 떼죽음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3일 오후 전남 여수 돌산읍 화태리 가두리 양식장.

가두리 양식장 뗏목에 발을 디딘 순간 '끽'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첨벙하며 뜨거운 열기가 올라온다.

물고기들은 고수온 탓에 바다 속 깊이 내려가 좀처럼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먹이를 던져주면 물보라를 일으키며 팔딱팔딱 뛰던 물고기들은 온데간데없고 일부 사료만 물 위에 둥둥 떠 있다.

그물망 위로 올라온 물고기들도 인기척에 놀라 금세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이날 여수 낮 최고기온은 33도를 웃돌며 가만히 서 있어도 땀방울이 비오듯 쏟아지는 날씨였다.

지난달 28일부터 국내 전 해역에 고수온 주의보가, 31일부터는 서·남해 해역 4곳(충남 천수만, 전남 득량만, 전남 여자만, 경남 진해만)에서 고수온 경보가 발효된 상태다.

고수온 주의보는 수온이 26도에 도달할 때, 고수온 경보는 수온이 26도 이상 3일 유지될 때 발령된다.

이날 양식장 수온은 22.5도를 기록해 고수온 주의보(수온 26도 이상) 수준보다 낮았지만 어민들의 표정은 수심이 가득하다.

30년째 가두리 양식장을 운영하는 박민호 화태리 어촌계장(55)은 "양식장에 오면 가장 먼저 수온체크부터 한다"며 "이 시기만 되면 물고기가 떼죽음당하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고 우려했다.

3일 오후 전남 여수 돌산읍 화태리 가두리 양식장에서 물고기가 자연 폐사한 모습.2023.8.3/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이곳 가두리 양식장은 386개 칸으로 이뤄져 있고, 물고기는 1000만 마리 이상 키우고 있다. 이 가운데 우럭(조피볼락)이 60%, 참돔·감성돔·농어 40% 비율이다.

특히 고수온에 취약한 냉수성 어류인 우럭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어민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년 찾아오는 저수온(1~2월)과 고수온·적조(7~8월), 태풍(9월) 등으로 어느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어민들은 고수온 피해를 막기 위해 가장 먼저 물고기 먹이를 줄이고, 산소공급기와 액화산소통을 투입해 물고기 활동량을 높이고 있다.

박민호 어촌계장은 "수온이 높아질 경우에는 평소에 비해 먹이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영양제를 많이 준다"며 "시에서 지원해주는 모든 장비를 투입해 물고기가 폐사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펄펄 끓는 바닷물도 문제지만 일본 오염수 방류 소식에 어민들은 한숨만 늘고 있다. 방류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해와 비교해 판매량이 70% 이상 떨어졌다는 것이다.

화태리 가두리 양식장 어민 박도진씨(62)는 "고수온이 이어지면 영양제를 많이 투입해야 하는데 물고기 판매량이 갈수록 떨어져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오염수 방류 소식만으로도 수산업계 타격이 어마어마하다"고 호소했다.

박민호 전남 여수 돌산읍 화태리 어촌계장이 3일 오후 가두리 양식장을 둘러보며 고수온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2023.8.3/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여수시는 양식어류의 피해가 전망됨에 따라 2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고수온 피해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냉수성 어류인 우럭과 참전복 등의 양식어가에 피해 대비책으로 산소공급기 376대, 액화산소통 307통, 가두리 그늘막 1512개를 보급했다.

여수시는 고수온 대책 상황실을 운영, 고수온 경보 종료 시까지 진행 상황과 양식물 관리 요령에 대해 지속적으로 어업인들에게 문자 서비스를 지원하며 고수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수에서 최근 5년간 고수온·적조 어업 피해액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19년 어류 10어가·31만2000마리(5억4400만원), 2021년 새고막 56어가·1187톤(29억3700만원), 어류 36어가·79만마리(9억4800만원)가 집단폐사했다.

2021년의 경우 해수온이 28도를 넘는 고수온 경보가 발효되면서 수십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당분간 폭염으로 수온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까지 큰 피해는 없지만 고수온 피해 방지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kd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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