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로봇·반도체가 이끄는 ‘두산 3.0’…‘신사업’ 타고 주가도 신고가 [투자360]

2023. 8. 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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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두산 그룹 회장. [두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그룹사인 두산이 주력을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과감히 전환하는 ‘팔색조’ 본능을 뽐내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에 필수적인 반도체 관련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데다 2차전지, 로봇 사업에 대한 기대감까지 커지며 관련 그룹주 주가도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주류’로 대표되는 소비재에 집중했던 ‘두산 1.0’, 중공업에 진출했던 ‘두산 2.0’에 이어 지금의 ‘두산 3.0’이 그리는 그림에 투자자들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업계 1위’ 두산테스나 72.83%·‘새로운 캐시카우’ 두산밥캣 64.71%↑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1월 2일~8월 3일 종가 기준) 두산 그룹 상장사 중 주가 상승폭이 가장 큰 곳은 72.83%의 상승률을 기록한 두산테스나다. 지난해 3월 약 4600억원을 투자한 두산 그룹의 품에 안긴 시스템반도체 후공정(OSAT) 업체인 두산테스나는 국내 웨이퍼 테스트 부문에서는 독보적인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고객사다.

두산 그룹 내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오른 건설기계장비사 두산밥캣의 주가도 연초 대비 64.71%나 상승했다. 2분기 매출(2조6721억원), 영업이익(4665억원) 모두 전년 대비 20.5%, 50.7% 증가하며 호실적을 거둔 것이 투심을 자극했다.

‘자회사’ 두산밥캣의 효자 노릇 덕분에 ‘모회사’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도 올 들어 11.28% 상승했다.

그룹 지주사인 두산 역시 주가가 37.37% 올랐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고색사의 감산 유지와 데이터센터 투자 축소 등 업황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폴더블폰 소재를 양산하는 등 고부가제품 비중을 확대하며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평가했다. 두산은 2분기 매출(4조9683억원)과 영업이익(5120억원) 모두 전년 동기 대비 14%, 39% 성장했다.

두산 그룹 상장사들의 ‘52주 신고가’ 행진도 이어졌다. 두산밥캣이 지난달 25일 종가 6만5600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한 뒤 두산테스나가 지난달 31일(4만9150원), 두산이 지난 1일(11만6300원) 신고가 기록 행진에 동참했다.

반면, 두산퓨얼셀의 주가는 연초 대비 8.09% 하락했다.

반도체·로봇·2차전지·신재생에너지·SMR로 무장한 두산 그룹株

두산 그룹주가 잘나가는 배경에는 현재 기록 중인 호실적을 넘어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산 그룹 확장 전략의 핵심 사업 부문인 반도체의 경우 두산 그룹은 이미 전방 산업 변화에 맞춰 경쟁력 유지를 위한 투자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두산테스나의 경우 인수 당시 향후 5년간 반도체 사업에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한 바도 있다.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시스템반도체 후공정은 특성상 공급과잉 가능성이 낮아 업황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평가다. 그만큼 고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 부문임에도 불구하고 리스크가 덜하다는 뜻이다. 박상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카메라 고사양화, 스마트폰 수요 반등, 전장용 반도체 수요 증가가 두산테스나의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하반기부터 증설 표과, 신제품 출시 효과 등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두산이 AI 개발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세계 1위 엔비디아에 AI 가속기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동박적층판(CCL) 공급에 성공했다는 점도 호재다.

투자자들이 두산 그룹에 대해 가장 관심을 쏟고 있는 부문은 ‘로봇’이다. 두산의 자회사 ‘두산로보틱스’를 연내 코스피 시장에 상장(IPO)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두산 주가 급등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업계에서 가장 많은 총 13종의 협동로봇 라인업을 보유한 곳으로, 국내 1위는 물론 글로벌 ‘톱(TOP) 5’ 협동로봇 제조사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2차전지’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도 두산 그룹은 주력 중이다. 두산은 배터리셀 연결 소재 PFC 사업을 통해 일본, 유럽, 북미 등에서 작년 말 기준 약 5000억원의 누적 수주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여기에 두산에너빌리티도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통해 배터리 재활용 전문 자회사 ‘두산리사이클솔루션’ 설립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두산에너빌리티가 해상풍력발전을 통한 수소·수소터빈 생산·개발, 소형모듈원전(SMR) 사업 등 신재생에너지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두산은 벤처캐피탈 자회사 ‘두산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새 먹거리를 찾으려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두산·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 영업익 ‘1조 클럽’ 전망

막연한 기대감을을 넘어 두산 그룹 상장사들의 올해 실적 전망이 좋다는 것도 주가 흐름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국내 증권사들의 분석을 종합한 결과 두산,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은 올 한 해 각각 1조4678억원, 1조2889억원, 1조3874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조 클럽’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거듭되는 호실적에 두산밥캣에 대해 이익 피크아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과도한 수준”이라며 “보수적 전망에 기반한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도 여전히 할인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오래 기다린 두산에너빌리티의 대형 원전 본계약이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이며 추가 수주도 예상보다 빠르게 이어질 것”이라며 “SMR로 이어지는 중장기 방향성으로 원전 부문 기업가치는 우상향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증권가에선 한목소리로 두산 그룹의 '아픈 손가락'은 두산퓨얼셀이라고 짚었다. 류재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하고 목표주가 역시 3만50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낮춰 잡으면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 주가 반등을 위해선 실적 개선, 입찰 경쟁력, 신제품(SOFC)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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