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의 헛딛은 연기 지론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실제로 속삭이는 게 아니더라도 속삭이는 것처럼 보이면 성공이다. ‘진짜’와 구분이 안 될 만큼 ‘가짜’ 연기를 성공적으로 해낼 때 우리는 그들을 명배우라 지칭하며, 가짜의 세계이고 가짜의 인물인 걸 알면서도 기꺼이 속아 넘어간다. 제대로 속일 것이고 제대로 속아 보겠다는 암묵적인 약속 아래 가짜의 삶을 즐기는 오락이, 바로 연극이고 영화이며 드라마 등이 아닐까.
몇 년 전부터 드라마와 영화에서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연기력으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은 배우가 있다. 배우 ‘손석구’다. 주로 ‘나쁜 남자’, 여기서 사연이 있거나 없거나, ‘나쁜’의 정도에 따라 나누어지겠지만, 아무튼 대체로 삶이 거친 인물을 맡아 연기에 있어 기존의 틀을 깨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렇게 담아내는 인물마다 꼭 어딘가에 실재할 것만 같았으니, 그야말로 허구, 가짜의 존재와 배우를 동일시하게 만드는 몰입도 높은 연기력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런 손석구가 최근 ‘가짜 연기’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발화 장소는 본인이 참여한 열린 연극 ’나무 위의 군대’ 기자간담회, 관련 발언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그는 원래 연극만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무대 연기라는 게 가짜 연기를 시키는 것 같아서 매체로 넘어오게 되었다고, 오랜만에 다시 서는 무대에서 자신의 연기 스타일이 연극에서도 가능한지 실험해 보고 싶다는 것.
‘가짜 연기를 시키는 것 같아서’, 무대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을 당혹게 한 부분이다. 손석구가 그 계기로 언급한 예는 더욱 그러했다. 사랑을 속삭이라고 하는데 속삭이는 연기를 하면 안 되더란 거다.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무대 연기의 특성상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배우의 연기가 무대 너머 관객에게 보이고 들려야 하는데 정말 속삭여 버리면 보이고 들리지 않으니, 실제 대화에 불과할 뿐 더 이상 연기일 수 없다. 이게 허구의 세계가 꾸려지는 무대와 현실의 차이다.
무대 위에 서본 배우라면 모를 리 없는 것으로, 배우 ‘남명렬’의 말을 빌려오자면 진짜 연기로 속삭였는데도 350석 관객에게 들리는 연기를 고민해야 하는 게 이들의 숙명이라면 숙명이다. 연극이나 뮤지컬 배우들이 마이크의 유무와 상관없이, 대부분 성량이 좋고 발음이 뚜렷하며, 표정과 행동의 범위가 좀 더 큰 까닭이니까. 그런데 이게 손석구에겐 가짜 연기, 즉 연기인 게 티가 나는 연기를 하라고 종용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니,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로서는 이처럼 멋모르는, 어리석은 무례가 또 없다.
“연기라는 게 가짜예요,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게 연기예요”
그렇다면 진짜 연기란 도대체 무엇인가. 손석구의 가짜 연기 개념에 기반하여 연기인 게 티가 안 날 때, 작중 현실이 실제 현실이라고, 작중 인물이 실제 인물이라고 한 치의 의심 없이 믿어지면 비로소 진짜 연기를 한다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여기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어느 때에도 한 치의 의심이 없을 수 없으며 아니, 관객들은 오히려 가짜라는 걸 인식한 상태임에도 ‘진짜처럼’ 보아줄 뿐이다. 배우 ‘이순재’가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처럼.
배우 ‘김태리’ 또한 “연기는 가짜고 우리 삶이 진짜”라며 “연기는 그저 거짓말을, 최선을 다해 진짜에 근접하게 만드는 작업”이라 한 바 있다. 가짜 연기, 진짜 연기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어쩌면 손석구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지 모른다. 몸소 그러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 않나. 차라리 실험해 보고 싶다는 자신의 연기 스타일이, 당시 무대와 맞지 않았다고 했다면 좋았으리라.
무대 연기와 매체 연기는 그 방식에 있어 어느 정도의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관객과 직접, 실시간으로 교감하는 무대와 달리 매체에서의 배우는 카메라의 눈을 통해 관객과 교류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매체 연기가 무대에서의 것보다 수용 가능한 연기 스타일의 폭이 큰 경향이 있다. 물론 이와 상관없이 무대에서 탁월한 배우는 매체에서도 탁월하기 마련이나, 감히 추정해 보는 바로 손석구의 것은 매체에 더 알맞았을 가능성이 높다.
‘가짜 연기’, 그때 자신의 연기 스타일을 인정받지 못해 속상했던 마음이 투영되어 튀어나온 울분일 수 있겠다. 그렇다 쳐도 그의 ‘가짜 연기’ 발언은 남명렬을 비롯하여 무대에 서는 수많은 배우의, 인생 그 자체인 연기를 모독했으며 무대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낯부끄럽게 만들었다. 특정한 몇몇 분이 아닌 연극계 전체와 연극을 아끼는 이들을 향해 분명하고 올바른 사과를 건넬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시간이 꽤 흘러 다시 무대에 선 만큼, 그의 연기 스타일이 이번 무대에서는 통하길 바란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손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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