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2시 22분… 섬뜩한 공포가 온다

유민우 기자 2023. 8. 4. 09:2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매일 새벽 2시 22분, 아기가 있는 방에 남자의 발걸음과 울음소리가 들린다.

연극 '2시 22분'은 부부인 '샘'과 '제니'가 새로 이사 온 집에서 매일 새벽 2시 22분 발생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다.

샘의 오랜 친구 '로렌'과 그의 남자친구 '벤'이 집에 초대받고 초자연적 현상을 직접 목격하기 위해 새벽 2시 22분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19일 관람한 첫 공연엔 아이비, 최영준, 방진의, 차용학이 출연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연극 ‘2시 22분’
아이비·최영준·방진의 등 출연
이사 온 집의 의문의 소리 놓고
115분간 치밀한 대사로 긴장감
마술사 이은결, 마술감독 참여
‘갑툭튀’ 기법 남발은 아쉬워
연극 ‘2시 22분’의 한 장면. 새벽 2시 22분마다 발생하는 기이한 현상에 대해 네 인물이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매일 새벽 2시 22분, 아기가 있는 방에 남자의 발걸음과 울음소리가 들린다. 놀란 아기의 엄마 ‘제니’는 급하게 달려가 확인해 보지만 방에는 아기뿐이다. 날이 바뀌고 무대에 위치한 디지털 시계는 오후 8시를 가리키지만 오후 10시, 오전 1시, 기현상이 발생하는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관객들의 숨을 조여온다.

연극 ‘2시 22분’은 부부인 ‘샘’과 ‘제니’가 새로 이사 온 집에서 매일 새벽 2시 22분 발생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다. 샘의 오랜 친구 ‘로렌’과 그의 남자친구 ‘벤’이 집에 초대받고 초자연적 현상을 직접 목격하기 위해 새벽 2시 22분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과학, 사랑, 사후세계 등에 대한 네 인물의 각자 다른 신념이 충돌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2시 22분, 그 비밀을 향해 치달아간다.

김태훈 연출은 “작품의 가장 큰 메시지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믿어주는 소통이다”고 말했다.

연극은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화제작으로 지난달 19일 국내에 처음 공개됐다. 연출은 연극 ‘레드’ ‘대학살의 신’, 뮤지컬 ‘시카고’ 등을 만든 김태훈이 담당했고, 제니 역은 아이비·박지연, 샘 역은 최영준·김지철, 로렌 역은 방진의·임강희, 벤 역은 차용학·양승리가 맡는다. 초자연적 현상을 무대에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유명 마술사 이은결이 마술감독으로 참여하고 영화 번역으로 알려진 황석희가 번역을 맡았다.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115분 동안 등장인물들의 대사로 꽉 찬 연극은 영화 ‘완벽한 타인’을 연상케 하는 치밀한 대본으로 구성된다. 이를 이끄는 것은 배우들의 명품 연기. 19일 관람한 첫 공연엔 아이비, 최영준, 방진의, 차용학이 출연했다.

이번 작품이 첫 연극 도전이었던 아이비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경험하고 공포에 떨지만 갓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려는 어머니를 훌륭하게 연기한다. 최영준은 아내의 불안을 우습게 여기고 모든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며 잘난 체하는 비호감 캐릭터 ‘샘’을 완벽히 소화한다. 그를 보고 있으면 오만방자하고 타인을 깔보는 사람을 ‘샘’이라는 고유명사로 부르고 싶을 정도다. 극이 진행될수록 “샘이 틀리는 것을 한 번만 보고 싶다”는 로렌의 염원은 어느덧 관객의 소원이 된다.

방진의는 능청스럽고 외향적인 심리치료사지만 숨겨진 외로움을 가지고 있는 ‘로렌’을 깊이 있게 표현한다. 차용학의 ‘벤’은 때론 극에 긴장감을, 때론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신스틸러다. 그는 뛰어난 완급조절로 극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등장인물 간의 대사가 다 얽혀 있고 숨겨진 의미가 있어 재관람 시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다만 대사와 작중 상황만으로도 극에 긴장감이 넘치는데 점프스케어(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기법)를 남발한 것은 진부하고 아쉽다. 여러 차례 갑자기 튀어나오는 여우 소리의 볼륨이 매우 높아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다.

연극은 세종문화회관에서 9월 2일까지.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