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 ‘경소문2’ 진선규 “惡은 분노를 삼킨다”[일문일답]
배우 진선규가 종횡무진이다.
화제의 작품 SBS ‘악귀’에 이어 tvN ‘경이로운 소문2’에 잇달아 출연하며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에 진선규는 두 작품에 대한 출연 소감과 관전포인트를 밝혔다.
다음은 진선규의 일문일답.
Q. 먼저 ‘악귀’의 종영 소감 부탁한다.
A. 가족들과 함께 이불을 뒤집어쓰고 긴장 속에서 시청했던 ‘악귀’가 종영하고 나니 매주 방영일을 기다리며 지냈던 시간들이 이제는 사라졌다는게 아쉽다. 한편으로는 시청자 분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마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하다. ‘악귀’가 장르물이다보니 시청자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가 가장 궁금했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
Q. 캐릭터를 연기할 때 어떤 부분에 대해 중점을 두었나?
A. 산영의 아빠라는 역할에 있어 비주얼적으로 어울렸으면 했다. 그 중에서도 강모의 젊은 시절과 나이가 묻어나기 시작하는 시기 사이에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머리의 색감과 질감이라던지, 오랜 세월 남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연구에만 매달렸던 강모의 고지식함이 묻어나오는 외형 같은 것들에 신경을 많이 썼다.
Q. 특별출연이었는데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김은희 작가와 사전에 이야기 된 것이었나? 아니면 촬영하면서 분량이 늘어나게 된건지?
A. 대본상 분량이 늘어난 것 같진 않다. 첫 리딩 때 1부 첫 장면을 제외하고는 거의 몽타주였기 때문에 조용히 듣고 있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이 계속해서 극 중 내 이름을 말하다보니 내가 많이 나오는 것처럼 들렸다.
동료 배우들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우리끼리 웃으며 얘기했다. 시청자분들도 같은 느낌이지 않았나 싶다. 주변 분들이 촬영 분량에 비해 아주 아주 잘 보고 있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해주셨다.
Q. 공중파에 장르물이 맞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흥행성과 작품성을 다 잡았다. 악귀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시청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A. 공감이지 않을까. ‘악귀’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라는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지만 그 속에는 불안하고 때로는 삶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고 싶은 여린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더불어 가족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 친구에 대한 우정, 타인에 대한 연민과 고통받는 자를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 등 보통 사람들의 감정들을 다루고 있다.
‘악귀’ 속 민속학적 소재가 독특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사실 우리가 살면서 가지는 평범한 염원들과 많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 자신을 위해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원하는 바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바람이 불안과 두려움을 만나 욕망이 되면 ‘악귀’ 속 잔인한 악습들로 탈바꿈되기도 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기도 한다. 극 중 강모도 눈이 멀거란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더 두렵고 사악한 존재를 자신의 삶에 받아들인 것처럼 말이다.
보시는 분들도 산영, 강모 그리고 다른 캐릭터들이 맞딱드렸던 선택의 기로에서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기도 하고, 그들이 대면했던 두려움에 대해 깊이 감정이입을 해주셨던 것 같다.
결국 모든 것은 자신의 의지이고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희망이 있기에 섣불리 포기하긴 아직 이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Q. 함께 했던 동료 배우, 스태프들, 그리고 감독님에게 감사 인사 한마디.
A. 작품 속에서 구강모라는 인물이 잘 자리 잡을 수 있게 써주신 김은희 작가님께 너무 너무 감사드리고, 잊을만 할 때쯤 한번씩 갔던 촬영장에서 누구보다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만들어줬던 우리 귀여운 이정림 감독님 그리고 홍승혁 촬영 감독님, 이하 모든 스태프분들께 너무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이름을 제일 많이 얘기해 준 우리 산영이 그리고 정세형님, 경이, 원해 선배님 그 외 모든 배우분들… 같이 마주해서 연기하는 장면들은 많이 없었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뭔지 모를 동료애가 가득했던 것 같다. 좋은 작품 속에서 좋은 배우들과 함께 숨쉬고 있었다는 게 참 행복했다.
Q. 차기작인 ‘경이로운 소문2’에서는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나?
A. 지난 주 1, 2부가 공개되고 나서 설렘과 긴장이 교차했다. 극 중 내가 맡은 마주석이라는 캐릭터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타인의 가족과 생명을 지켜온 소방관이다. 이랬던 그가 분양사기 사건에 휘말린 아내와 뱃속 아기를 잃게 되면서 자신이 굳게 지켜왔던 정의에 대한 신념을 버리게 되고, 엄청난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
‘악귀’에서 우리가 보았듯이 악(惡)은 인간이 가장 취약할 때 내면으로 파고드는 습성이 있다. 분노를 자양분 삼아 결국 사람들을 집어 삼키곤 하는데, 선량했던 주석의 분노가 가져올 내면의 변화와 그 변화로 인해 바뀔 카운터들과의 관계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안병길 기자 sas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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