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벽면이 거대한 배터리로...‘시멘트 배터리’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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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같은 건물이나 주차장 벽면·바닥이 전기차 충전, 건물 냉난방에 필요한 전기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콘크리트 소재 기술이 개발됐다.
개발된 콘크리트 소재로 만든 건물 벽면이나 바닥이 거대한 축전지(슈퍼커패시터) 역할을 할 수 있는 원리다.
만약 집이나 도로 규모의 슈퍼커패시터가 만들어진다면 일상에 필요한 에너지를 언제든 공급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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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같은 건물이나 주차장 벽면·바닥이 전기차 충전, 건물 냉난방에 필요한 전기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콘크리트 소재 기술이 개발됐다. 개발된 콘크리트 소재로 만든 건물 벽면이나 바닥이 거대한 축전지(슈퍼커패시터) 역할을 할 수 있는 원리다.
프란츠 요제프 울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카본 블랙’이라는 탄소 분말과 시멘트를 이용한 슈퍼커패시터를 개발하고 연구결과를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카본 블랙은 전세계적으로 채굴 가능한 풍부한 자원으로 가격이 비싸지 않은 데다 전도성이 높은 게 장점이다.
대용량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슈퍼커패시터는 이온 전도성 전해질과 분리막으로 구성된 두 개의 전기 전도성 판을 갖고 있다. 장치가 충전되면 하나의 판에는 전해질에서 양전하를 띠는 이온, 다른 판에는 음전하를 띠는 이온이 축적된다. 저장된 전력의 양은 판의 표면적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집이나 도로 규모의 슈퍼커패시터가 만들어진다면 일상에 필요한 에너지를 언제든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전기자동차 운전자는 충전소로 이동해 충전할 필요 없이 전기가 통하는 도로를 달리며 충전할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이같은 슈퍼커패시터를 만들기 위해 콘크리트나 탄소복합재 등의 재료를 활용할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특히 슈퍼커패시터는 불연성 전해질을 이용해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 태양열, 풍력처럼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저장하게 되면 전기를 무한 공급하는 배터리가 탄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콘크리트의 주요 성분인 시멘트의 전기 전도성이 약하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그래핀, 탄소 나노튜브처럼 전도성이 높은 탄소를 섞어 건축용 슈퍼커패시터를 만들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 산업 용도로 쓰일 만큼 대량 생산하기 어렵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MIT 연구팀은 카본 블랙을 활용했다. 카본 블랙을 시멘트 가루 및 물과 섞은 다음 두께 1mm 넓이 1cm의 작은 판으로 잘랐다. 여기에 염화칼륨으로 만든 전해질 막과 물을 추가해 샌드위치 구조를 만들어 밀봉한 다음 전선을 연결했다. 그러자 LED 조명에 불이 들어왔다. 연구팀은 이를 45㎥ 크기로 제작할 수 있다면, 가정에 하루동안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인 10kWh(킬로와트시)를 저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에 적용할 땐 구리 코일을 내장해 스마트폰 무선 충전처럼 자동차에 전기가 전달되도록 만들 수 있다.
다만 이를 상용화하려면 현재 단추 크기에 불과한 장치의 크기를 키워도 충분한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추가로 개발해야 한다. 크기가 커질 경우 전기 전도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전도성을 높이기 위해 카본 블랙을 더 첨가한다면 시멘트 구조가 약해진다”며 “장치의 크기를 확장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과제로, 이를 해결하면 저렴하게 전력을 지속 공급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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