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엘 대해부]③"병용요법, 모든 암종에서 효과 기대"
내년 임상 1상 진입 예정
천연물 신약 특성인, 흡수, 분포, 대사, 배출 등 증빙은 과제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비엘(142760)에 대한 질문 9가지. 이도영 비엘 연구개발본부장(상무, 이학박사) 및 회사 관계자들의 즉답을 정리했다.
-폴리감마글루탄산(γ-PGA)의 효과는 무엇인가.
△면역항암제를 투약해 암세포의 PD-L1과 T세포의 PD-1이 결합하지 못하게 만든다. PD-1과 PD-L1이 결합하면 T세포는 자폭 스위치를 켜고 사멸한다. 결과적으로 면역항암제는 T세포 생존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면역항암제를 투여해 T세포를 남겨놨는데, 그 T세포가 비실비실하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면역항암제가 T세포 자살 스위치 작동을 막아 면역 세포들을 살려놔도 암세포를 죽일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을 ‘이뮨 콜드’(Immune cold)라고 한다. 반대로 면역항암제가 잘 작동하는 게 흑색종, 비소세포폐암 등이 있다. 이런 암들을 가리켜 이뮨 핫(Immune hot)이라고 한다.
이뮨 콜드의 대표적인 암종이 간암, 췌장암 등이다. 이런 암종에선 면역항암제 단독 투여는 효과가 미미하다. 연구자들은 여기서 면역 세포 활성을 높여주고, 숫자를 늘려주면 면역항암제가 잘 작동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폴리감마글루탄산을 면역항암제 병용치료제로 개발하는 이유다. 폴리감마글루탄산은 이뮨 콜드를 핫으로 바꾸는 역할을 굉장히 잘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효과를 얼마나 기대할 수 있나.
△폴리감마글루탐산의 서울성모병원에서 수행된 인체적용시험에서 8주 복용 시 NK(자연살해)세포 활성이 52.3% 증가했다.
-면역항암제가 잘 작동하는 암종에선 병용 요법이 필요없단 얘긴가.
△면역항암제 효능을 높여준다는 측면에서 보면 폴리감마글루탐산+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모든 암종에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췌장암쪽이면 치료제 개발이 더 어려운 거 아닌가.
△어렵다. 어려운 건 사실이다. 폴리감마글루탐산이 대장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나왔다고 해서 치료제로 당장 쓰긴 어렵다. 현재 대장암 치료법은 너무 많다. 면역항암제+폴리감마글루탐산 병용투여에서 효과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의료계에서 곧장 폴리감마글루탐산을 투여하는 치료법으로 변경하지 않을 것이다. 췌장암은 치료법이 없다. 치료제 효능을 입증한다면 치료 시장에 곧장 진출이 가능하다. 현재 치료제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다.
-항암제 병용투여 임상 1상은 언제 들어가나.
△현재 3차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실험팀 하나 더 꾸려서 연내 5차례 추가 동물실험을 진행할 것이다. 8번 정도 실험을 하면 어느 정도 의미있는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다시 말해, 임상 프로토콜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될 거란 얘기다. 2024년 1분기 정도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1상 임상시험계획(INF)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안전성이 검증된 걸로 아는데, 1상을 건너뛰어도 되지 않나
△임상 1상을 해야 한다. 만약 폴리감마글루탐산 단독투여 치료제로 갈 계획이라면 기존 자료로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면역항암제 병용투여이기 때문에 식약처 규정상 임상 1상부터 다시 해야 한다. 병용하려는 약물과 폴리감마글루탐산 약물이 상호작용할 수 있다. 두 약물이 서로의 농도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병용투여하더라도 각각의 약물 농도에 영향이 없다는 걸 증빙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식약처도 병용투여와 관련해 용량(dose)에 관련한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폴리감마글루탐산 단독투여 임상을 하지 않는 이유는.
△암이라는 게 워낙 빠르게 성장하고 전이되는 등 진행속도가 빠르다. 폴리감마글루탐산이 세포독성 항암제처럼 곧장 암세포를 잡아 죽이는 약물은 아니다. 암환자 몸에 면역을 올려 다른 약물이 암세포를 죽이는 데 도움을 주는 치료제다. 물론, 폴리감마글루탄산을 단독투여하는 동물실험에선 대조군 대비 암세포를 50% 이상 줄여준다. 효과는 분명 있다. 하지만 실제 사람한테 단독투여를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판단이다.
-면역항암제 병용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난관은.
△천연물은 구조가 복잡하고 고분자인 경우가 많다.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 등의 과정을 규명하는 게 저분자 화합물(케미칼)처럼 쉽지 않다. 예컨데 화학 항암제는 흡수부터 배출의 과정을 살펴보는 이론과 분석법 등이 상당히 잘 정립이 돼 있다. 하지만 천연물은 그렇지 못하다. 신약으로 허가받기 위해선 이런 것들을 모두 정립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다행인 것은 비엘의 폴리감마글루탐산은 천연물 유래 신약으로, 천연물 신약보다는 개발이 용이한 측면이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천연물 자체가 고분자이거나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어서 체내 흡수가 되더라도 추적이 쉽지 않다. 천연물은 이러한 특성으로 약효능이 있다는 걸 심정적으론 알아도 흡수, 분포, 대사, 배설 등 물질연구를 통해 증빙하지 못하면 신약으로 승인받기 어렵다. 앞서 말했듯 천연물 신약에 대한 얘기고, 천연물 유래 신약은 상황이 조금 낫다.
김지완 (2pa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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