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커트, 시스루 입는 남자들…미리보는 2024 S/S 남성 컬렉션 트렌드
안미은 프리랜서 기자 2023. 8. 4. 09:03
여느 때보다 파괴적인 상상력과 도전, 실험 정신으로 가득한 2024년 남성 컬렉션. 미리 살펴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시크 스커트 입는 남자
최근 패션계의 화두는 젠더에 중립 기어를 두는 것이다. 꽤나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해온 남성복의 기류 역시 사뭇 다르다. 지난 시즌 미니스커트로 남성복에 젠더 플루이드 화두를 던진 톰브라운은 이번 시즌 잭 스트랩을 활용한 극단적인 실루엣의 스커트들을 선보이며 스커트는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패션 공식을 깨부쉈다. 다음 시즌 톰브라운의 스커트는 어떻게 변모할까? 모두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2024년 리조트 컬렉션은 좀 더 오리지널리티에 가까워진 분위기다. 브랜드 시그니처인 스트라이프와 체크 패턴을 활용한 스커트 슈트 룩이 주를 이뤘다. 여성성을 강조한 트위드 소재의 활용도 단연 눈에 띈다. 양을 모티프로 한 토트백을 런웨이 곳곳에 배치해 눈을 더욱 즐겁게 했다. 패턴의 귀재 마린세르도 스커트 룩에 합세했다. 다채로운 패턴과 컬러 스펙트럼으로 전보다 더 대범하고 파격적인 스커트 신을 연출. 룩과 대비되는 남성성 강한 모델들을 내세워 젠더 플루이드 트렌드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풀어헤친 셔츠에 손바닥만 한 미니스커트를 입고 등장한 루도빅드생세르넹의 모델들은 관능미 넘치는 워킹으로 명성 높은 패션 하우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영민한 펜디는 스커트팬츠라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남성용 스커트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평을 받았다. 2024년에는 길거리에서 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남성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남긴 무대였다.
시스루의 미학
보일 듯 말 듯 아스라한 시스루 패션이 남성 트렌드를 지배할 전망이다. 돌체앤가바나, 드리스반노튼, 우영미 등을 필두로 남성의 보디라인에 대한 탐구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 무대를 시스루 룩으로 꽉 채운 돌체앤가바나의 2024 S/S 컬렉션이 대표 선두 주자다. 브랜드를 이끄는 듀오 디자이너 도미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는 이탈리아어로 스타일을 뜻하는 'stile(스틸레)’를 테마로 한 컬렉션을 선보이며 브랜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특유의 정교한 테일러링에 실크, 오간자, 레이스 등 섬세하고 유연한 소재를 적용해 그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성별과 무관하다는 메시지를 또렷하게 전달한 것. 셔츠와 팬츠 위에 덧입은 순백의 오간자 튜닉 드레스는 남성의 몸에 볼륨감을 더하며 미묘한 관능미를 부여했다. 가슴을 드러내는 시스루 톱으로 움직임과 실루엣, 형태에 집중한 드리스반노튼과 우영미의 컬렉션에서도 시스루가 가진 우아함의 미학을 엿볼 수 있다.
여름 부클레 니트입니다만
대걸레에서 영감이라도 받은 걸까. 2024 S/S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계절을 무시하기라도 한 듯 유례없이 부클레 소재의 니트가 등장했다. JW앤더슨의 부클레 스웨터는 가닥가닥 꼬아 만든 투박한 볼륨감으로 흡사 성난 코몬도르(Komondor) 개를 보는 듯하다. 상의를 가슴골까지 깊이 파내거나 슬림 피트 팬츠와 매치하는 식으로 소재의 답답함을 덜었다. 찰스제프리러버보이는 슈트의 이너 웨어로 부클레 셔츠를 선택했다. 쇼의 말미에는 쨍한 블루 슈트 재킷에 팬츠 대신 부클레 스커트를 입은 모델이 등장해 강한 잔상을 남기기도 했다. 에트로 역시 청량한 색감의 부클레 니트 톱으로 트렌드를 이끌었고, 한결 산뜻한 여름 부클레 소재를 선보인 아미리도 주목받았다. 어딘지 실용성은 떨어져 보이지만 이들의 부클레 니트라면 기꺼이 도전해보고 싶어진다.
메탈의 미래
이번 시즌을 잇는 메탈릭 아이템의 유행이 건재하다. 2024년에도 수많은 브랜드가 다양한 방식으로 메탈 아이템을 선보이고 나섰으니까. 새로운 소재와 기술, 상상력으로 가득 채운 런웨이는 흡사 진화된 미래도시를 보는 듯했다. 그 강렬한 기운은 디올 남성 컬렉션의 게스트 디자이너인 엘리 러셀 리네츠가 이끄는 ERL에서 가장 명확하게 감지됐다. 정교한 기술력으로 진화한 각기 다른 소재의 메탈 피스들은 옷이 아닌 몸의 일부 같아 보일 정도. 로에베는 메탈릭 질감을 더한 드레이핑 톱으로 과도한 장식이나 액세서리 없이 소재만으로도 충분히 새롭고 신선한 룩을 만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번쩍이는 스팽글 소재로 글램 룩을 연출한 구찌와 무광 텍스처로 실버 톤을 담백하게 연출한 펭첸왕, 크리스털 장식 선글라스와 메탈 클러치백으로 액세서리로서의 가능성을 확장한 질샌더 등 메탈 트렌드 행렬은 일일이 나열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미니스커트 #남자패션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구찌 에트로 톰브라운 찰스제프리러버보이
안미은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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