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배당' 개선한 SK·BNK지주.. 주가 저평가도 해소될까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 실행으로 주가 재평가 기대감
투자자들이 배당금을 확인하지 못하고 회사에 투자하는 '깜깜이 배당' 문제 해결을 위해 연초 금융당국이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개선방안 이후 처음으로 SK㈜와 BNK금융지주가 배당기준일 전 배당금을 확정하고 배당에 나선다.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에 주는 영향력이 큰 지주회사인 만큼 주가 재평가의 계기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깜깜이 배당' 처음 개선한 SK·BNK금융지주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는 지난 25일 중간배당 지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SK㈜는 주당 배당금을 전년과 같은 금액인 1500원으로 결정했다. 배당기준일은 오는 10일이며 배당금 지급 예정일은 31일이다. 주목할 점은 배당금액이 배당기준일보다 먼저 공개된 점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회사의 배당금액을 먼저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지난 1월 말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배당금액을 확인하지도 못한 채 투자해야 하는 '깜깜이 배당'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부르고 주가 저평가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보고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상장사는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정하고 배당금액을 확정한다. 투자자들은 배당금액이 얼마인지 알지 못하고 투자하는 셈이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투자자가 기업의 배당금액을 먼저 알고 투자할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의 개선방안은 권고 사안으로 실질적인 배당절차 개선을 위해서는 회사 정관변경이 필요하다. 이에 SK㈜는 지난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하기 위한 기준일을 이사회 결의로 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한 바 있다.
SK㈜의 중간배당금 1500원을 받기 위해서는 오는 8일까지 주식을 매수하면 된다. 국내 주식결제시스템상 배당기준일 2거래일 전에 매수해야 주주명단에 올라가기 때문이다.
중간배당을 지급하는 회사 중 SK㈜외에 BNK금융지주도 배당금을 먼저 결정한 후 배당금액을 확정 방식으로 바꿨다. 지난달 26일 BNK금융지주는 배당금액을 주당 100원으로 확정했으며, 배당기준일은 오는 11일이다. BNK금융지주도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이사회가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금융지주 중에서는 최초로 깜깜이 배당을 개선했다.
비상장사 중에서는 하나은행이 배당절차를 개선했다. 주당 755.66원을 지급할 예정이며 배당기준일은 오는 10일이다. 다만 하나은행은 하나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일반 투자자가 배당금을 목적으로 투자할 수 없다.
주주 친화 정책에 저평가 해소 '기대감'
지주회사는 배당 성향이 높아 대표적인 배당주 투자처로 꼽힌다. 다만 자체 사업모델이 없고 자회사 중복 상장 문제로 보유자산보다 주가가 저평가 받는다.
주가 저평가 수준은 지주회사 순자산가치(NAV) 대비 시가총액을 비교하고 할인율을 계산해서 판단하는데, 국내 지주회사는 보통 50% 전후로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율을 받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SK㈜의 순자산가치 대비 할인율을 지난달 말 기준 67.9%로 평균적인 할인율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주가 저평가 상황에서 주주 친화적인 배당정책 발표로 주가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SK㈜의 NAV 대비 할인율은 역사적 최고 수준으로 현저한 저평가 상태"라며 "지주회사의 재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계기가 주주환원임을 고려한다면 이번 중간배당 결정은 주가 재평가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SK㈜가 배당계획을 공시한 지난달 25일 이후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오면서 지난 25일 14만8300원에서 3일 15만6200원까지 5.3% 올랐다.
BNK금융지주의 경우 상반기 실적은 아쉬웠으나 개선된 배당정책 진행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이유로 긍정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약 10% 수준임을 감안하면 현 주가는 저평가된 상황이라 의견도 나온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순이자마진(NIM) 하락세와 자회사 부진은 아쉽지만 중간 배당 발표와 함께 약 23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강화는 긍정적"이라며 "어려운 업황을 고려해도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약 10%로 크게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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