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잡스럽고 상스럽게"..'밀수', 고민시라는 '월척' [★FULL인터뷰]
최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의 배우 고민시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 고민시가 맡은 '고옥분'은 밀수판에 대한 모든 것을 수집하는 군천시 정보통으로, 다방 막내로 시작해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특유의 친화력으로 군천 바닥의 정보를 꿰뚫으며 춘자(김혜수 분)와 진숙(염정아 분)에게 도움을 주는 인물.
이날 고민시는 "류승완 감독님이 대본을 보내주셔서 당연히 오디션인 줄 알았다. 대본을 읽고 '역시 재밌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워낙 작품의 매력도 컸는데 오디션을 볼 경우에는 확률이 적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제작사에 미팅을 하러 갔을 때 감독님이 '오디션이 아니라 고 배우가 이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라고 해주셨다. 선택받은 입장이다 보니까 너무 감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님이 '마녀' 때부터 저를 좋아하셨고, 언제 한번 작품을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하셨다고 하더라. ''마녀'에서 계란 먹고 (최) 우식이한테 욕하는 장면을 웃으면서 봤어'라고 해주셨다. 아무래도 저의 영화 속 연기를 잘 보시고 캐스팅 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을 보고 각자의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으로 분포돼 있다는 생각을 받았고, 류승완 감독님의 장기가 잘 녹아든 액션 활극을 어떻게 연출하실지 너무 궁금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면서 옥분이가 춘자, 진숙과도 합이 잘 맞지만, 밸런스가 잘 맞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초반보다 후반에 입체적인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게끔 구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민시는 특히 김혜수, 염정아와 케미를 맞추는 데 집중했다고. 그는 "최대한 감독님과 현장에서 많은 부분을 상의했고, 선배님들과도 얘기하면서 맞춰나갔다"며 "처음에는 마담 역할을 하기에는 내 나이가 좀 어리지 않나 싶었는데 당시에는 어린 나이부터 다방에서 일하고, 마담이 되는 경우가 많았던 시대라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갈매기 눈썹을 만들기 위해 눈썹 밑 부분을 실제로 밀었고, 분장, 의상 시간만 2시간씩 걸렸다. 변신한 모습을 보고, 거울을 멍하게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며 "다만,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다. 오히려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더 좋아한다.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면 더 망가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고민시의 가장 큰 도전 과제 또한 외적인 모습이었다. 고민시는 "'봉오동 전투' 때 치아 변색, 누런 화장도 해봤는데 이번 캐릭터는 유독 처음 분장 받았을 때 너무 충격적이었다"며 "근데 묘하게 자신감이 생기는 것도 신기했다. 그 부분이 완성되니까 캐릭터로 연기할 때 좀 더 당당해질 수 있었다. 진짜 옥분이로서 현장에서 재밌고 즐겁게 촬영했던 것 같다.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다.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면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좋다"고 말했다.
고민시는 류승완 감독에 대한 감탄 또한 아끼지 않았다. 류승완 감독은 '추잡스럽게', '상스럽게' 해달라는 요구를 했고, 고민시는 이러한 요구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는 "촬영을 계속 하면서 중간중간 대본 그대로 안 간 신들도 있다. 감독님께서 그때그때 디렉팅을 해주시면서 아이디어가 정말 많으신 분이라는 걸 느꼈다"며 "옥분이가 다방에서 춘자 언니가 왔을 때 거울로 이를 보는 장면이 있는데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서 이를 추잡스럽게 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해 주셨는데 그 장면이 잘 녹아들었다. 밀수 신고서를 몰래 빼돌릴 때 수복(안세호 분) 오빠를 안으면서 귀에 바람을 불어넣는 장면도 옥분이의 캐릭터를 잘 살린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 감독님께서 아이디어를 내주셨다. 저는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옥분이의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 계셨던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고민시는 김혜수와 처음 만난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면서 "혜수 선배님은 분장차에서 처음 인사를 드렸는데 '마녀' 때부터 잘 봤고, 제 이름을 메모장에 적어뒀다고 하시더라. 그 순간 굉장히 울컥했다"며 "사실 '밀수'라는 작품에 발을 들였을 때 설렘도 있었지만, 위축되는 감정도 있었다. '내로라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블랙홀만 되지 말자'라는 생각이었는데 리딩할 때도 혜수 선배님이 '너무 잘한다. 함께 연기하게 돼서 너무 기뻐'라고 손을 잡으면서 말씀해 주셨는데 그 기억은 잊지 못한다. 마음이 꽉 찬 느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염) 정아 선배님은 혜수 선배님과 다른 스타일이다. 리더와 찰떡인 선배님인데 음식부터 화장품까지 선물을 많이 챙겨주시고, 걸크러시적인 면모가 있으시다. 선배님들과 소소한 추억들이 빼곡하다"라며 "두 분의 연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혜수 선배님은 확실히 화면을 압도하는 아우라가 어마어마하신 분인 것 같고, 정아 선배님도 생각하지도 못한 호흡을 쓰시면서 연기하시는 부분에 대해 많이 배웠다. (박) 정민 오빠는 정말 대단하다. 정말 똑똑하고, 본능적으로 타고난 분이라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열일'을 이어온 고민시지만, '밀수'를 통해 올해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서게 됐다. 그는 "지난해에는 나온 작품이 없다. 제가 쉬는 줄 알고 계시는 팬분들도 계시는데, 저는 소처럼 일해왔다. 지금까지 찍어놨던 작품들이 하나둘씩 나올 텐데 시작이 좋았으면 좋겠다"며 "제가 연기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만큼 기대와 걱정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2, 시즌3의 공개를 앞둔 고민시는 "세계관이 넓어졌고, 라인업도 좋아졌다. 한 공간에서 다양한 괴물들이 나오면서 영상 퀄리티가 훨씬 좋아졌기 때문에 만족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대세 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해 "이 순간에 집중하면서 살고 있고, 인기는 아직 실감하지 못하지만, 최대한 사랑을 돌려드리고 싶다"고 말한 고민시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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