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국의 매우 슬픈 날”…법정서도 지지층 결집 나선 트럼프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2023. 8. 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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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입막음, 기밀 반출이어
‘대선 뒤집기’ 로 세 번째 기소
“오늘 미국의 매우 슬픈 날”
마녀사냥, 선거사기 주장 반복
지지층 결집, 47%로 1위 유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일 미국 워싱턴 지방법원에 출석하고 나서 로널드 레이건공항에서 뉴저지로 돌아가기 위한 전용기에 탑승 직전에 취재진에게 다가가고 있다. [AP = 연합뉴스]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등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출석한 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법원 진입로를 막은 경찰의 삼엄한 통제 속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시위대들도 속속 모여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법원에 도착하자 환호와 비난이 교차했다. ‘트럼프가 아니면 죽음’, ‘우리의 민주주의를 구하라’, ‘트럼프를 감옥으로‘ 등의 팻말과 깃발이 등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가 적힌 모자도 보였다. 법원에서 동쪽으로 약 1km떨어진 연방 의사당도 한 눈에 들어온다. 2021년 1월 6일 의회폭동사태를 부추긴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 생명이 걸린 기소인부절차를 위해 의사당 바로 옆인 워싱턴지방법원을 찾은 것이다. 기소인부 절차는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피고인에게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지 묻는 절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위치한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서 출발해서 전용기로 워싱턴DC 인근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손을 흔들고 감사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차량을 타고 이날 오후 3시20분 법원에 들어가서 지문 채취 등 형식적인 체포절차를 거쳤다. 오후 4시부터 약 30분 동안 기소인부절차가 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잭 스미스 연방 특별검사가 지난 1일 제기한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사기 모의, 선거인단 투표 인증 방해, 시민들의 투표권 침해, 선거 절차 방해 등 4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이 중 가장 심각한 혐의의 경우 최대 20년의 징역형이 내려질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성추문 입막음 의혹사건으로 뉴욕법원에서, 6월에는 기밀문서 무단 반출 혐의로 플로리다법원에 각각 출석해서 기소인부절차를 밟았고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이번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세 번째 형사 기소이다.

워싱턴 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도록 승인했다. 다만 다른 증인들과 사건을 논의하지 않도록 경고했다. 다음 심리는 오는 28일 오전 10시로 예정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기소인부절차를 위해 미 워싱턴지방법원에 출석한 가운데 시위대들이 몰려들었다. [AFP =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나와서 미 뉴저지로 돌아가는 전용기에 탑승 직전 취재진들을 만나 “오늘은 미국에게 매우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또 “정치적 적수에 대한 박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검찰의 연이은 기소에 대해 ‘마녀 사냥이자 사법체계 무기화’라고 거듭 맹비난하고 있다.

그는 법원 출석에 앞서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조작되고 부패하고 도둑맞은 선거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구속되기 위해 나는 이제 워싱턴 DC로 향한다”면서 대선 사기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민주당의 내 정적인 부정직한 조 바이든이 법무부 장관에게 가장 앞서는 공화당 후보이자 전직 미국 대통령인 나를 가능한 한 많은 조작된 혐의로 기소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네 번째 형사 기소도 임박했다.

미국 조지아주 검찰은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 투표 결과를 유리하게 바꾸려고 개입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조만간 기소할 방침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적 리스크는 내년 11월 차기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촉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기소 직후 이틀간 전국의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화당을 선호하는 유권자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47%로 선두를 유지했다. 그는 공화당 대선후보 지지율 2위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13%)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 공화당 지지층의 4분의 3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혐의에 대해 “정치적인 동기”라는 의견에 공감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죄를 선고받아도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공화당 지지자의 45%가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는 등 앞으로 재판 결과가 대선 향배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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