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 번째 기소' 트럼프 법원 출석…예상보다 차분한 워싱턴DC
물리적 충돌은 없어…"조작된 기소" vs "감옥 가야" 설전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2020년 미국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와 관련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지방법원에 출석한 가운데, 법원 앞은 예상보다 차분한 분위기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뉴저지주(州) 베드민스터에 위치한 자신의 골프리조트에서 출발, 자가용 비행기로 워싱턴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도착한 뒤 차량을 이용해 예정된 시간(오후 4시)보다 이른 오후 3시20분께 연방지방법원의 'E. 배럿 프리티맨' 청사에 출석했다.
뉴스1이 찾은 법원 앞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도착 전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법원 동쪽으로는 1·6 사태 당시 현장이었던 미 의사당이 보였다. 법원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경찰은 법원 앞 도로를 통제하면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다. 법원 주변 주차도 금지시켰다.
법원 주변에는 '건너지 마시오'라고 적힌 노란 테이프를 붙인 철제 울타리가 설치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가 법원에 진입하는 도로 쪽에는 트럭을 세워 '임시 장벽'을 만들기도 했다.
현장에는 단순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석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법원 앞에 나온 관광객들도 상당수여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시위대의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일부 설전이 오가는 모습이 있긴 했지만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
오히려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나온 미국 내외신 취재진들이 더 많아 보일 정도였다. 취재진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와 비판하는 사람들을 취재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기도 했다.
'1·6 사태'로 붙잡힌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한 트럼프 지지자는 뉴스1과 만나 "이번 기소는 조작된 것이다. 대선 사기를 감추기 위해 트럼프(전 대통령)을 기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지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무기화' 주장에 대해 공감한다면서 "연방정부가 우리를 통제하게 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구호가 적힌 모자를 쓴 존 존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기 위해 함께 왔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을 구할 유일한 사람"이라며 "이번 기소는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북전쟁 당시의 복장을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는 "조 바이든이 거기(백악관)에 있을 때 (정당하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느냐"며 "바이든이 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 오늘이 2년 전보다 더 낫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위대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둬야 한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법원의 엄정한 처벌을 요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주장에 호루라기를 불며 반대의사를 표한 에귀노 패트리샤는 "거짓주장을 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항의하기 위해 호루라기를 불었다"면서 "트럼프가 1·6 의사당 폭동 사태로 기소돼 너무 행복하다"고 밝혔다.
패트리샤는 "트럼프는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 중 하나인 1·6 사태의 지시자였다"면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마침내 정의가 실현될 것이라고 느낀다"고 강조했다.
워싱턴DC 주민이라고 밝힌 한 50대 남성은 "트럼프는 미국의 근간을 위협하는 사람"이라면서 "법원은 지난 대선 때 그가 한 일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미국이 올바로 설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주장을 듣고 있던 한 백인 남성은 "그는 감옥에 가야 할 사람"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여름휴가를 맞아 가족들과 워싱턴DC를 찾았다는 존 스미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와 반대파들이 뒤섞인 현장을 우려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스미스씨는 "언제쯤 이런 상황이 끝날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면서 "예전엔 입장이 달라도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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