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만에 홀로 14명 가해…'분당 흉기난동' 어떻게 가능했나[영상]
공공장소+퇴근시간 겹치며…10분만에 14명 가해
범행 예상 못한 시민들 "여기서 이런 일 벌어질 줄이야"
전문가 "소프트타깃 범죄…재발 막으려면 원인 분석해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쇼핑몰 흉기난동 사건의 20대 피의자가 14명을 다치게 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에 불과했다. 그가 차량을 몰고 시민들을 덮친 뒤, 곧장 건물로 들어가 흉기를 휘두르는 데는 고작 2분이 걸렸다.
하지만 정작 범행을 저지른 뒤에는 흉기도 버린 채 길을 걷다가 극단적인 저항 없이 경찰에 체포됐다. 전문가들은 시민 개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소프트 타깃 범죄여서 순식간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3일 오후 5시 56분 "서현역 쇼핑몰서 교통사고"
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첫 112신고는 전날 오후 5시 56분에 접수됐다. 이 신고는 이번 사건의 피의자인 A(22)씨가 차량으로 시민들을 들이받은 직후 접수됐다.
A씨는 진주색 모닝차량을 몰고 서현역 AK플라자 분당점 앞 버스정류장으로 돌진해 행인 4명을 덮쳤다. 사고 충격으로 차량 운전석쪽 바퀴와 사이드미러가 파손될 정도였다.
현장에 있던 김모(53)씨는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큰 소리가 났는데, 처음에는 술 마신 운전자가 사고를 낸 줄 알았다"며 "근데 보니까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여자 다리에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A씨의 범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A씨는 차량 전조등을 끌 생각도 없이 곧장 쇼핑몰 2층으로 진입했다. 흉기를 소지하고 있는데다, 입구까지 50m 거리여서 제지할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3일 오후 5시 58분 "남자가 흉기로 사람들을 찌른다"
쇼핑몰에 들어선 A씨는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첫 신고 이후 불과 2분 만에 '흉기난동'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어떤 남자가 흉기로 사람들을 찌르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시민들이 피하기도 전에 범행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쇼핑몰이 서현역과 연결돼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데다, 퇴근 시간대까지 겹치면서 A씨의 무차별 공격이 가능했다.
서현역 AK플라자 분당점 내부 폐쇄회로(CC)TV를 보면, 검은 후드티에 흰색 모자 차림의 A씨는 겁에 질려 도망치는 시민들을 쫓아간다. 그는 앞서가는 한 시민을 따라잡은 뒤 등 부분을 흉기로 한 차례 찌르기도 했다.
더욱이 A씨가 성별이나 나이를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다보니, 주변에 있던 모든 시민이 표적이 됐다. A씨에게 흉기 피해를 당한 9명 중에는 20대 남성이나 여성, 60대 남성과 70대 여성 등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3일 오후 6시 5분, 맨손으로 걸어가던 A씨 체포
하지만 14명을 다치게 한 뒤에는 A씨의 공격성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목격자 등에 따르면 쇼핑몰 2층과 1층을 오고가며 흉기난동을 벌이던 A씨는 건물을 빠져나온 뒤 길가 화단 흉기를 버리곤 유유히 걸어갔다고 한다.
마침 걷던 방향이 분당경찰서 서현지구대 방향이었는데, A씨를 발견한 시민 2명이 지구대로 들어와 범행 사실을 알렸고 지구대 경찰관 1명이 밖으로 나가 A씨의 팔을 꺾고 제압했다. A씨는 극단적인 저항없이 이 경찰관 1명에게 붙잡혔다고 한다.
이 모든 일들을 20대 남성 홀로 도심 한복판에서 10분만에 벌인 것이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강력범죄가 발생하자 시민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주민 강모(54)씨는 "아침, 저녁마다 출근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인데, 설마 여기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며 "멀쩡히 지나가는 사람이 나를 해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 "일반 시민 노린 소프트 타깃 범죄…재발 가능"
전문가들은 테러 등 무차별 공격에 취약한 소프트 타깃 범죄였기 때문에 피해가 컸다고 말한다. 쇼핑몰이나 공연장처럼 공공장소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였기 때문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이자,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노린 소프트 타깃 범죄"라며 "식사나 문화생활을 하는 일상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흉기난동이 벌어지니 피해가 컸던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때문에 언제든지 어디서나 유사한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며 "피의자의 사이코패스 점수를 매기는 그런 관행보다는, 국가 차원에서 치안 환경을 개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A씨가 14명을 다치게 한 뒤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자신이 원하는 공격행위를 분출했다면 사실상 목적을 달성한 것이기 때문에, 또다른 사람에게 극단적인 공격성을 가지는 게 의미가 없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범행의 동기부터 명확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씨는 무차별적으로 시민들을 공격했지만, 정작 차림새는 선글라스에 후드티를 뒤집어 쓰고 자신을 가리는 등 모방범죄의 성격을 보였다"며 "피의자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의견 이전에, 유사 사례를 모아 생애사 연구 등 원인을 알아내야 또다른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찰, 수사전담팀 편성…구속영장 신청 계획
경찰은 분당경찰서장을 팀장으로, 경기남부청 강력계, 강력범죄수사대, 프로파일러 등 63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편성했다. 경찰은 A씨의 범행동기를 파악하는 한편,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중인 피해자는 14명으로 차량에 치인 시민이 5명, 흉기에 찔린 시민이 9명이다. 이 중 차량에 치인 60대 여성 피해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현재 위중한 상태로 전해졌다. 흉기에 찔린 20대 여성 역시 수술을 받고 있다.
A씨는 현재 배달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에 체포된 뒤 "누군가 나를 해치려 한다"고 말하는 등 횡설수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 간이검사는 음성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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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w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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