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혼란 속에 63주년 독립기념일 맞은 니제르

김태훈 2023. 8. 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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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니제르가 군부 쿠데타로 현직 대통령이 감금되는 혼돈 속에서 독립 63주년 기념일을 맞았다.

과거 니제르를 식민지로 지배했던 프랑스의 주도 아래 외국인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960년 들어 아프리카의 프랑스 식민지들이 잇따라 독립을 선언하며 니제르도 그해 8월3일 독립국이 되었다.

아무래도 과거 니제르를 식민지로 지배했고 지금도 이 나라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프랑스가 민간인 탈출을 주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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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 탈출 행렬… 佛 "현재까지 1079명 대피"
바이든 美 대통령 "어렵게 얻은 민주주의 지켜야"

아프리카 니제르가 군부 쿠데타로 현직 대통령이 감금되는 혼돈 속에서 독립 63주년 기념일을 맞았다. 과거 니제르를 식민지로 지배했던 프랑스의 주도 아래 외국인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니제르를 향해 “힘들게 얻은 민주주의를 계속 유지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3일(현지시간) 니제르의 63주년 독립기념일을 맞아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서 시민들이 과거 니제르를 식민지로 지배한 프랑스를 비난하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든 채 반(反)프랑스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니아메=AF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니제르가 1960년 8월3일 독립국이 된 지 꼭 63주년이 되었다. 원래 지금의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 봉건국가에 속했던 니제르는 19세기 말 프랑스군이 이곳을 탐험한 뒤 주둔하면서 프랑스 식민지가 되었다. 1906년 프랑스와 영국은 협정을 체결하고 프랑스령 니제르와 영국령 나이지리아 간 경계선을 확정했다.

1960년 들어 아프리카의 프랑스 식민지들이 잇따라 독립을 선언하며 니제르도 그해 8월3일 독립국이 되었다. 프랑스어를 쓰는 니제르는 프랑스와 유사한 대통령제 헌법을 채택했다. 하지만 1974년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1989년까지 군사정권이 통치한 데 이어 1996년 다시 쿠데타가 일어나는 등 군정과 민정이 반복되는 혼란을 겪었다.

그러는 동안 니제르는 경제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빈국으로 전락했다. 2021년 기준으로 니제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약 550달러에 불과하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니제르는 연간 20억달러(약 2조5000억원)에 가까운 공적개발 원조를 받아 겨우 지탱하는 중이다. 과거 니제르를 식민지로 지배한 프랑스의 지원 규모가 가장 커 2021년 한 해 프랑스 개발청(ADF)이 니제르에 제공한 금액은 9700만유로(약 1366억원)에 이른다.

이런 니제르에 최근 또 쿠데타가 일어났다. 대통령 경호실장이던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장군은 지난달 26일 정권 전복을 선언했다. 민주적으로 선출돼 2021년 4월부터 집권 중인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은 군부에 의해 감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티아니 장군은 스스로를 ‘니제르의 새 국가원수’라고 부르고 있으나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니제르 군부 쿠데타를 주도한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장군(가운데). 대통령 경호실장이던 그는 최근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축출한 뒤 스스로 ‘새 국가원수’라고 선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재 니제르에서는 프랑스 등 외국 국적자들이 잇따라 탈출하고 있다. 아무래도 과거 니제르를 식민지로 지배했고 지금도 이 나라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프랑스가 민간인 탈출을 주도하는 중이다. 프랑스 외교부는 이날까지 1079명을 대피시켰다고 발표했다. 그중 577명은 프랑스 국적자이며 나머지는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 외국인이다. 한국인도 포함돼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프랑스는 니제르를 떠나길 원하는 프랑스인, 유럽인 그리고 중남미와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국민들을 대피시켰다”며 “우리 대사관 요원들과 군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휴가 중임에도 이날 니제르 독립기념일에 맞춰 성명을 내고 군정 종식과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했다. 그는 “올해 독립 63주년을 맞은 니제르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 순간 미국은 니제르 국민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이어 “니제르가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유지하려면 근본적인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고 헌법질서와 정의, 평화적 집회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바줌 대통령과 그 가족의 즉각 석방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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