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인체내부(화학)물질은 양날의 검이다

박상흠 순천향대천안병원장 2023. 8. 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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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에서 소개한 인체손상물질(술, 담배, 미세먼지, 과량음식)은 공통적으로 외부에서 유입되는 물질인데, 인체내부에도 인체손상물질이 태생적으로 상존한다.

그런데 만약 과량생성되거나, 배출되지 못하고 정체되거나, 고유작용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선 인체손상 화학물질로 돌변한다.

본 연재의 일관된 주제는 '인체는 물질이며 반복자극에 손상된다'인데, 인체 보호를 위해 면역세포에서 생성된 화학물질이 적정 시기 종결되지 않으면 역설적으로 인체를 반복자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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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세포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
박상흠 순천향대천안병원장

지난 연재에서 소개한 인체손상물질(술, 담배, 미세먼지, 과량음식)은 공통적으로 외부에서 유입되는 물질인데, 인체내부에도 인체손상물질이 태생적으로 상존한다. 인체에서 분비되는 타액, 위산, 담즙 등은 음식을 분쇄해 에너지원과 구성성분으로 이용되도록 변환시키는 유익물질들이다. 그런데 만약 과량생성되거나, 배출되지 못하고 정체되거나, 고유작용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선 인체손상 화학물질로 돌변한다. 예를 들어 위산은 음식물 소화 및 살균작용에 중요한데, 과잉 분비되면 궤양을 유발하고, 식도로 역류되면 역류성식도염을 일으키며 장기간 반복되면 식도암을 유발한다.

인체유해 내부화학물질의 또 다른 원인은 생존시스템의 과잉작동이다. 과거 수렵·채취 생활 중 맹수나 적을 마주하면 두 가지 감정과 그 감정에 이어지는 육체행동이 나타난다. 하나는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해치려는 맹수, 적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다. 그 감정은 곧바로 사지근육을 격렬하게 움직이는 투쟁의 행동으로 이어진다. 다른 하나는 맹수 혹은 적이 본인보다 뛰어나다고 판단되면 공포가 엄습하면서 그로부터 멀리 도망치는 도피 반응이 뒤따른다.

인간은 진화과정 중 투쟁·도피 반응 덕분에 살아남았는데, 현대 사회에선 오히려 인체를 손상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투쟁·도피 반응은 교감신경계에서 에피네프린·노르에피네프린, 내분비계에서 코티솔을 분비시킨다. 이는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불리는데, 외부적으로는 사지근육을 이용한 투쟁·도피의 육체 행동을 유발하고, 내부적으로는 전신의 면역세포(백혈구, 림프구 등)를 자극해 화학물질을 생성한다. 그 화학물질은 투쟁·도피 반응 중 발생한 상처로 침입한 병균을 제거하고, 외상으로 손상된 조직을 재건한다. 스트레스 호르몬과 화학물질은 진화 과정 중 인간을 살아남게 했고 현재도 생명보존의 중요 역할을 담당한다.

문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장기간 과잉 분비되는 상황이다. 스트레스 호르몬 자극 후 면역세포에서 뿜어 대는 화학물질은 병균을 파괴하는 강력화학물질이다. 그 물질의 생성이 몇 시간 혹은 며칠 정도의 단기간일 땐 병균 제거와 건강 조직 재건에 유용하다. 하지만 수개월, 수년간 장기간 지속될 땐 상황이 완전 반전된다. 본 연재의 일관된 주제는 '인체는 물질이며 반복자극에 손상된다'인데, 인체 보호를 위해 면역세포에서 생성된 화학물질이 적정 시기 종결되지 않으면 역설적으로 인체를 반복자극하게 된다. 그러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물질로 이뤄진 인체를 서서히 손상시켜 종국에는 다양한 질병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모든 인간은 태생적으로 '양날의 칼'을 품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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