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 “기록·반성하는 형사… 전에 없던 캐릭터 보여줬다 생각”

이복진 2023. 8. 4.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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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형사록’ 주역
“돋보기 쓰고 일기 쓰는 장면 기억 남아… 중요했던 독백 연기 좀 힘들었다
작품 선택 때 겹치는 캐릭터는 피해… 팀워크 잘 맞아 시즌3 한다면 좋죠”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이 잘된 것을 떠나서 차기작에 대한 고민과 부담은 늘 있습니다. 제가 어떤 작품에 참여할 때 대본을 보고 ‘이것이 훌륭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도 그 결과는 100% 맞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은 좋은 작품에 멋진 캐릭터로 관객하고 만나는 거? 그것이 제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숙제인 것 같습니다.”

작품마다 인상 깊은 명품 연기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는 배우 이성민은 1985년 연극배우로 데뷔, 20여년 동안 무명 생활을 보냈다. 영화와 드라마, 연극 등 다방면으로 활동했지만, 그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디즈니플러스 ‘형사록’ 시리즈에서 김택록 형사를 연기한 배우 이성민은 “반성하고 자책하고 과거의 일을 꺼내 제자리에 돌려놓는 인물”이라며 “새로운 이야기에 새로운 캐릭터가 나를 찾아주면 나는 주저 없이 (연기)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그랬던 그가 2012년 MBC ‘골든타임’에 외상외과 교수 최인혁을 연기하면서 주연급 배우로 관심을 받게 됐다. 그리고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드라마 2014년 tvN ‘미생’에서 오상식 과장을 연기하면서 그의 존재는 더욱 대중에게 각인됐다. 지난해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신들린 연기로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을 표현하면서 ‘역시 이성민’이라는 말이 또 나오게 했다. 이처럼 다양한 매체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존재를 알려왔던 그가 디즈니플러스 ‘형사록’ 시리즈를 통해 또 다른 인생 연기를 펼쳤다.
그는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형사록’은 기억에 남는 새로운 형사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반성하고 자책하고 과거의 일을 꺼내 제자리에 돌려놓는 김택록 같은 인물은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시즌2 마지막 회가 공개된 ‘형사록’ 시리즈는 그가 연기한 김택록이라는 형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김택록은 사건의 최전선에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결과 동료와 가족이 상처받고 다치고 죽는 모습에 공황장애까지 겪는다. 주변 사람들이 다치는 것을 막으려 도움을 거절한 채 혼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특히 김택록에 대해서 “방 안에서 돋보기를 쓰고 일기를 쓰는 그는 나와 전혀 다른 캐릭터이지만, 그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시리즈 마지막조차 파출소에서 편지를 쓰는 모습일 정도로 그는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야기는 은퇴를 앞둔 형사 김택록이 협박범 ‘친구’의 목소리에 따라 의문의 사건을 파헤치게 되고, 이를 통해 알게 된 경찰의 비밀과 비리를 밝히는 과정을 다룬다. 여기에 김택록이 기록한 수사 일지와 일기 등이 활용된다. 당시의 기록을 되짚으면서 김택록은 문제를 해결하지만, 불안해하며 후회하고 고뇌한다. 그런 그의 모습을 이성민은 세밀하게 표현했다. 특히 그의 감정이 가득 담긴 독백이 ‘형사록’만의 특징이기도 했다.
“독백, 내레이션이 조금 힘들었어요. 객관적으로 표현할 수 없고, (일반 방백처럼)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고 가는 매개도 아니고 개인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이라서요. 감독님께서 현장에서 녹음하기를 원했는데, 저는 따로 하자고 했어요. 객관화된 서술이 아니라 연기를 요구하는 것이라서 나중에 스튜디오에서 녹음했어요.”
이만큼 공을 들였기 때문에 독백과 내레이션에 대한 애착도 적지 않았다. 이성민은 “김택록의 속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장면인데, 시즌1보다 2에서는 줄어들어서 아쉬운 점도 있다”며 “절대로 어떤 말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는 김택록인데, 시즌2에서는 조금 무뎌진 느낌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공황장애 등 병이 치유되는 과정의 일환으로도 보일 수 있어서 (불안함을 담은) 독백 등이 줄어드는 건 맞았지만, 아쉬웠다”고 설명했다.
시리즈는 김택록의 과거와 관련된 사람들이, 그리고 자신이 했던 일들이 지금의 문제를 만들었다는 것을 밝혀내는 과정을 담았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동네 파출소 소장이 된 김택록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막을 내린다. 이성민은 “시즌1 때부터 감독님과 작가님에게 이런 게 기획된 내용이라고, 복잡한 구조란 걸 강의를 받고 시작했다”며 “시즌3에 대해선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현장이 즐거웠고 스태프와 감독, 배우들과 호흡도 잘 맞았다. 끈끈한 유대감이 있어서 한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열연을 펼쳤기 때문에 차기작에 대한 질문도 당연하다는 듯 이어졌다.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묻자 이성민은 “새로운 캐릭터”라고 답했다.

“제가 여러 작품을 하지만 분명히 다른 이야기이고 다른 캐릭터일 때 연기를 합니다. 캐릭터가 겹치는 것은 피하려고 하죠. 새로운 이야기에 새로운 캐릭터가 저를 찾아주면 저는 주저 없이 (연기) 작업을 합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것은 저한테 좋은 자극이 되고, 지금까지 해온 것과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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