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97%' 분양수익… 공공택지 '벌떼입찰'로 떼돈 벌어들인 대방건설
[편집자주]공공택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공공기관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을 개발해 시행사나 건설업체에 분양하는 토지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이 같은 공공택지의 연체금이 올들어 상반기에만 1조원을 넘어섰다. 해당 토지를 분양받은 업체들은 LH에 환매·전매 등을 통한 손실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정부는 LH에 공동주택 용지를 계약금만 제외하고 다시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부채를 줄여야 하는 LH의 재무 상태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민간건설업체에 특혜 제공이란 논란에 부딪칠 수 있다. 공공택지는 무주택 서민이나 중산층에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하는 목적으로 공급돼 시행사 입장에선 '로또'로 통했다. 금리 상승이 시작되지 않은 2~3년 전만 해도 입찰 경쟁률이 수백대 1을 넘고 일부는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20개 이상의 페이퍼컴퍼니 등 자회사 명의를 동원했다. 수년간 분양수익을 얻고 다시 공공택지를 공공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 LH 공공택지 연체 1조 넘어… 계약금 떼이고 해약도 속출
(2) 불황기만 되면 '배 째라'… 주택업자들 이율배반적 태도
(3) 매출 '97%' 분양수익… 공공택지 벌떼입찰로 떼돈 벌어들인 대방건설
지난 7월25일 진행한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용산호반써밋에이디션' 1순위 청약에선 65가구 모집에 1만575개의 통장이 몰리며 162.6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11가구를 분양한 84㎡(이하 전용면적) A타입엔 5771명이 청약, 경쟁률이 524.64대 1에 달했다.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아파트 분양 경기가 얼어붙었지만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적용, 시세 보다 공급가격이 낮다고 알려진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여전히 청약경쟁이 치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용산호반써밋에이디션의 분양가는 3.3㎡(평)당 4600만원 수준으로 15억4790만~25억2990만원(84~112㎡)에 달했다. 현행 무주택자·1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 적용 시 내야 하는 이자만 연간 3290만~5376만원(KB국민은행 평균금리 4.25% 기준)이다.
신규 분양은 사업장별로 적게는 수천억, 많게는 수조원에 달하는 분양수익의 절반은 시행사와 시공사는 물론 은행 등 대출 금융권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구조다. 이처럼 정작 돈을 가장 많이 벌어들인 이들은 고금리 여파로 분양경기가 침체되자 정부에 미분양 매입 등 지원방안을 내놓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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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동미추홀갑)이 공개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공공택지를 가장 많이 낙찰받은 건설업체는 시공능력 14위 '대방건설'로 2022년 매출액 2조1901억원(연결 기준)과 영업이익 4458억원을 각각 기록, 영업이익률이 20.4%에 달했다.
공공택지 개발사업을 하지 않고 주로 민간 시공이나 해외 사업 등을 하는 시공능력 1~2위 삼성물산(5.9%) 현대건설(2.7%) 등과 비교할 때 대방건설의 영업이익률은 3~7배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실행하는 은행이나 증권사도 높은 이익을 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등에서 고금기로 단기대출을 받을 수 있는 브리지론 금리는 지난해 초 8%대에서 최근 15% 수준으로 치솟았다. 사업성 심사를 통과해 본PF로 전환되는 경우에도 금리가 10%대에 달한다.
택지개발사업은 통상 사업기간이 7~10년 안팎으로 길어 최소 70%대의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은행들은 PF 외에 주택담보대출을 통해서도 이자 수익을 얻는다. 업계 1위 KB국민은행의 지주회사 KB금융은 지난해 영업이익률 6.3%를 기록했다.
대방건설은 최근 5년 동안 신도시 등 전국 택지지구 191개 필지 가운데 21곳을 낙찰받았다. 통상 택지지구 입찰에는 전체 땅값의 10%에 달하는 보증금을 내야 한다. 즉 땅값이 200억원인 경우 입찰 보증금은 20억원이 되는 셈이다. 만약 계열사 30여개를 동원해 택지지구 입찰에 나선다면 보증금만 600억원이다. 같은 택지지구 내에서 3곳의 필지에 같은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하면 보증금만 1800억원을 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계열사 명의를 이용하다 보니 계열사 간 무이자 대출 등도 이뤄진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택지 입찰 보증금을 내려고 자금을 대여한 경우 무이자로 해야 하는 규정이 있지만 계열사 간 부당지원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제기됨에 따라 해당 부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방건설 외에 다수의 중견건설업체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방건설이 그동안 계열사 명의를 동원해 벌떼입찰로 따낸 택지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선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정복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시흥갑)의 조사 결과 최근 10년 동안 대방건설과 계열사 간 택지 전매는 총 1조185억원에 달했다.
대방건설은 올 4~6월 경기 파주시 목동동 운정신도시 1·2지구 A36블록에 짓는 '파주운정신도시 디에트르 센트럴'의 청약을 진행했다. 해당 택지는 대방건설이 2020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낙찰받은 땅이다. 2021년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낙찰받은 사실이 국토교통부와 경기도의 합동 단속으로 적발돼 해당 페이퍼컴퍼니는 폐업 신청을 했지만 분양은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대방건설의 2022년 분양수익은 2조130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7.3%를 차지했다. 분양수익은 공사수익 421억원(1.9%)이나 임대수익 119억원(0.5%)의 50~180배에 달했다. 공사 비중이 낮다 보니 인플레이션 타격이 적어 매출 대비 원가율은 대형건설업체들보다 훨씬 낮은 74.1%를 기록했다. 시공능력 상위 건설업체들의 원가율을 보면 현대건설(93.7%) DL이앤씨(89.6%) 삼성물산(85.3%) 등 대체로 80~90%대 후반을 기록했다.
다만 고금리 여파가 나타난 올 하반기와 내년에는 분양사업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대방건설은 파주 운정, 인천 검단, 평택 고덕, 양주와 송도 등 수도권 신도시 분양사업에서 지난해 말 기준 6277억원의 분양미수금이 발생했다. 부채는 2021년 2조4874억원에서 지난해 3조1147억원으로 증가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추진된 분양사업들이 현 시점에서 가시화됨에 따라 사업 취소나 보류를 결정할 경우 오히려 손실이 커 어쩔 수 없이 분양 단계로 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밀어내기 물량이란 것이다. 그는 이어 "현재의 분양 물량들은 주택시장이 가장 좋았을 때 사업이 시작돼 불황이 아니었다면 민간업체가 돈을 벌었을 것이란 점을 유념해 정부가 개입하거나 책임을 져선 안 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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