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인 줄 알았는데, 장난 아니게 바뀐 北 최신무기들 [박수찬의 軍]
“이게 진짜인지 훈련용 모형인지 모른다.” 지난 2020년 11월 로버트 에이브럼스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전차 등의 신무기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새로운 전차가 나왔던데 난 진짜 신형인지, 옛날 것을 새것처럼 보이게 한 건지 모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북한의 기술 수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옛소련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던 김정일 체제의 그늘에서 벗어나 서방과 러시아의 무기운용 개념이 적용된 첨단 무기로 무장한 북한군이 실질적인 전투력 강화를 추진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육해공군 신형 무기 등장 잇따라
과거 북한군은 옛소련이 만든 무기를 개량하거나 모방해서 무기 수요를 충족했다. 천마호, 선군호 전차와 스커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에서는 서방의 개념이 반영된 무기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20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신형 전차는 러시아식 개념에서 벗어나 한국군 K1A1, 미군 에이브럼스 전차와 비슷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란이 미국산 M60 전차 기술을 활용해서 만든 즐피카 전차 기술이 도입됐다는 관측도 있다.
대전차미사일 발사능력을 함께 갖췄고, 이동간 사격과 방어력 등도 기존 천마호 전차보다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승절 열병식에서 비행했던 샛별-4형 전략무인정찰기는 미군 글로벌호크와 똑같은 외형이다. 샛별-9형 공격형무인기는 미군 리퍼와 외형상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샛별-4형과 9형은 북한이 감시정찰 및 무인기 기술 개발에 꾸준히 투자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기존에 운용하던 옛소련산 프첼라(Pchela) 사단급 무인정찰기, 중국에서 지형 분석이나 지도 제작 등에 쓰이는 소형 무인정찰기, 자체 개발한 드론 등은 전술적 수준에서 사용하는 저가형 무인기였다.
특히 샛별-9형은 미군 헬파이어와 유사한 공대지미사일 8발, GBU-39와 비슷한 활강유도폭탄 2발을 탑재한다.
기체에 항공무장을 통합했다는 것은 북한의 항공기술이 한 단계 발전했다는 의미다. 냉전 이후 도입이 어려웠던 항공무장 국산화를 통해 낙후된 공군 전투기의 공격력을 강화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샛별-4형은 위성통신안테나가 눈에 띄지 않아 장거리 통신에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셋별-9형도 탑재 카메라 등 센서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센서 성능이 뒷받침된다면, 휴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휴전선 일대 한미 연합군의 움직임을 살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 격차가 가장 큰 분야인 해군력에도 북한은 일정 수준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2014년 위성사진에 처음으로 1500t급 호위함이 건조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나진항에서 건조가 진행중인 모습이 공개됐고, 올해 전승절 관련 영상에서 항해하는 모습과 항구에 정박한 상태가 드러났다.
레이더탐지를 줄이기 위한 설계가 일부 적용됐고, 러시아산 kh-35와 유사한 대함미사일을 탑재했다. 다만 3차원 수색레이더가 없고 사격통제레이더도 구형이라 실질적인 지원능력은 미흡하다.
이외에도 북한은 장갑차에 대전차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전차를 상대하는 수단을 확보하는 방법 중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에는 야간투시경과 조준경, 방탄복, 위장무늬 전투복 등을 갖춘 병력이 등장하고 있다. 김정일 체제에선 큰 변화가 없었던 장병 전투장구류까지 바꿀 정도로 북한군이 전투력 강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쟁수행능력 강화 초점
북한의 재래식 전력 강화는 한국과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일 체제에서 북한은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감행했다. 미국에 대한 핵공격 능력을 지녔다는 점을 과시해 미국의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의도였다.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한 직후에는 KN-23 SRBM과 초대형방사포 등을 쏘아올렸다.
신형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 대전차미사일, 호위함, 무인기 등도 계속 선보이며 재래식 전력 증강에도 힘을 기울였다. 모두 한반도에서의 운용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들이다.
미국만 바라보며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던 북한이 남한을 대상으로 하는 실전 능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핵·미사일을 통해 미국을 견제할 전략적 억제력을 확보했으므로, 한반도 유사시 전쟁에 필요한 재래식 전력을 현대화해 한·미 연합군과의 군사력 격차를 좁히겠다는 의미다.
재래식 전력에도 투자할 여유가 생길 정도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핵무력을 완성했으니, 그동안 소홀했던 재래식 전력 강화에도 나섰다는 것이다.
신형 무기를 공개해 북한 주민들에게 ‘군사강국’의 위엄을 과시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치적쌓기’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제재와 정책 실패로 단기간 내 경제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군사 분야다.
핵무기는 보여주기가 어렵고, 핵실험도 자주 시행할 수 없다. 재래식 분야에서 신무기 개발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외에 재래식 전력 증강 현황 또한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군 당국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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