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돌연변이 발생 알고도…임상시험 대상자에 변이 발생 약물 투여 사실 은폐

김태훈·박효순 기자 2023. 8.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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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2014~2016년 백혈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험용 약품에 돌연변이가 발생한 사실을 숨긴 채 환자에게 투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사진은 A사의 당시 홈페이지 화면.

백혈병 신약 개발을 하던 기업이 시험 대상인 약품 원료에 돌연변이가 발생했는데도 임상시험을 강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해당 기업은 이를 숨긴 채 1년 이상 백혈병 환자들에게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이를 감독부처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제약사 A사는 2014년 9월부터 ‘급성백혈병에 대한 신규 항체치료제 DNP001의 임상 1상 개발’ 과제를 수행했다. 이어 8개월이 지난 2015년 5월 백혈병 환자에게 투여한 임상시험용 의약품이 돌연변이가 발생한 항체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임상시험 승인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한 해당 항체치료제의 염기서열이 달라졌다. A사의 대표이사와 연구책임자인 연구소장은 이 사실을 파악하고도 시험을 중단하지 않았다. 관계기관과 시험 참여 환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2016년 7월까지 임상시험을 이어갔다.

해당 임상시험은 정부에게 연구비 20억2000만원을 지원받는 국책사업인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의 연구과제로 선정됐다.

A사는 임상시험 참여 환자 수를 최대 37명으로 계획했으나 17명까지만 진행했다. 식약처와 국가신약개발재단에는 치료제의 효능이 부족하다는 ‘유효성 부족’이라고 사유를 보고했다.

이 시험의 연구책임자인 정모 서울대 의대 교수(당시 A사 연구소장 겸직) 명의로 제출된 보고서에는 시험 진행 과정에 대한 상세한 내역과 중단 사유가 있는데 시험용 의약품에 돌연변이가 발생한 사실은 빠졌다.

이 항체치료제의 목적은 급성백혈병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인 ‘JL1’이라는 항원에 달라붙어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JL1이란 항원은 1993년 박성회 서울대 명예교수가 세계 최초로 가슴에 있는 면역기관인 흉선에서 발견한 특허물질이다. A사는 박 교수의 연구에 기반한 특허를 활용해 DNP001이란 백혈병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관련 기술을 해외 바이오기업에도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환자들에게 투여한 항체치료제가 돌연변이 발생으로 원래의 염기서열과 달라진 사실은 A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중국의 한 바이오기업을 통해 알려졌다. 해당 중국 기업이 A사에 보낸 e메일, A사 대표와 연구소장 등이 주고받은 e메일 내역을 경향신문이 확인해 보니 A사는 2015년 5월 중국 기업으로부터 돌연변이 발생 사실을 통보받고서야 문제를 인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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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국내 주식 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해당 치료제가 국책 연구과제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점과 해외기업으로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돌연변이 발생은 숨겼다.

A사는 지금은 다른 회사에 합병돼 해당 사건 관계자들은 모두 회사를 떠났다. 당시 대표였던 송모씨와 연구소장이었던 정 교수는 돌연변이 발생과 이를 관계 기관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정 교수는 지난 7월21일 기자와 만나 “나는 명목상의 연구책임자일 뿐 실질적 결정은 대표이사처럼 경영을 담당하는 쪽에서 내린 것”이라면서도 “보고서에 (돌연변이 발생 사실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도 지난 7월31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여러 단계에서 그 시퀀스(염기서열)를 확인했어야 하는데 그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은 회사 측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돌연변이 발생 사실을 알고 자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심각한 부작용이나 독성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상시험을 끝내기까지 1년여의 시간이 지난 것은 절차상의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임상시험 진행 과정에서 변경되는 사항이 있다면 ‘의약품 임상시험 계획 승인에 관한 규정’에 따라 변경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규정을 보면 개발 중인 신약 등은 임상시험을 승인받을 때 항체의 염기서열과 같은 생물학적 성질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게 돼 있고, 변경승인 때도 마찬가지로 관련 자료를 제출해 보고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이 시점에서 해당 기업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만일 당시 고시된 규정의 내용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면 관련 규칙에 따라 행정처분 등의 조치가 내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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