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ABL생명 매각, 일단 첫 발 뗐지만… 변수는 건전성과 적격성
ABL생명 인수전 참여 PEF들은 적격성 심사 허들 넘어야
규모 크고 수익성 높은 동양생명, 내년 출하 전망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KDB생명과 ABL생명이 예비입찰에서 모두 인수 희망자를 구하는데 성공했다. 당초 금융 시장에서 두 회사의 규모가 작고 생명보험 업계의 최근 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인수전 흥행이 실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순조롭게 첫 발을 뗀 셈이다.
그러나 KDB생명과 ABL생명이 인수 작업을 완료해 새 주인을 찾기까지는 변수도 많다. KDB생명의 경우 재무건전성이 낮아 경영을 정상화하는데 많은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ABL생명 역시 건전성 지표가 낮은 데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세 곳이 모두 금융사 인수 경험이 없는 사모펀드(PEF)라 금융 당국의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은행(IB)업계 일각에서는 KDB생명과 ABL생명 인수전에 뛰어든 업체들이 상황에 따라 내년에 매물로 나올 동양생명으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KDB·ABL생명, 낮은 지급여력비율 고민… 인수자 자본 확충 부담
3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KDB생명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달 13일 하나금융지주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나금융은 최근 KDB생명 인수를 위한 실사에 돌입했다.
하나금융이 인수를 확정 짓는데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것은 KDB생명의 낮은 지급여력비율이다. 지급여력비율이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 때 지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현재 시행 중인 신지급여력제도(K-ICS)에서 보험사들은 의무적으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 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3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의무 비율을 간신히 넘긴 101.6%였다. 3대 생보사를 보면 삼성생명은 219.5%, 교보생명은 232.3%, 한화생명은 181.5%를 각각 기록했다. 신한라이프(222.5%)와 NH농협생명(175.5%) 등 다른 생보사와 비교해도,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할 경우 낮은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막대한 추가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보유 중인 KDB생명 지분 92.7%의 인수 예상가는 2000억원이다. 여기에 지급여력비율을 금융 당국 권고치인 150%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최소 5000억원 이상이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IB업계에서는 만약 실사 과정에서 건전성을 맞추기 위해 예상보다 많은 수준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하나금융이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입찰 참여 사모펀드, 금융 당국 적격성 심사 통과해야
ABL생명의 경우 1분기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163.6%로 KDB생명에 비해선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러나 생보사 평균치가 219.5%인 점을 감안하면, 건전성이 탁월하다고 평가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 큰 변수는 예비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금융 당국의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지난달 30일 마감된 ABL생명의 예비입찰에는 JC플라워와 파운틴헤드프라이빗에쿼티(PE), 노틱인베스트먼트 등 세 곳의 사모펀드 운용사가 뛰어들었다. JC플라워는 미국계 운용사이며, 노틱인베스트먼트와 파운틴헤드PE는 각각 2017년과 올해 1월 설립된 곳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 당국이 세 곳에 대해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다. 각각 외국계와 짧은 업력을 가진 운용사라는 점이 불리한 조건으로 지목된다. 게다가 세 곳 모두 금융사를 전략적 투자자(SI)로 끼지 않아, 보험사 경영 전문성 측면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최대어’ 동양생명, 내년 출하 전망
내년에 동양생명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KDB생명과 ABL생명이 새 주인을 찾는 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은 ABL생명과 함께 현재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로, 생보사 매물 중 ‘최대어’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규모는 37조4345억원으로 각각 20조원, 19조원 수준인 KDB생명과 ABL생명에 비해 훨씬 크다. 올 1분기 기준 별도재무제표 기준 순이익은 1565억원으로 101억원에 그친 ABL생명의 15배 수준에 이른다.
금융권과 IB업계에서는 동양생명이 매물로 출하될 경우 금융지주사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는 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보험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지 않아, 동양생명의 인수에 뛰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계열사인 하나생명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하나금융도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양호하고 충분한 영업력을 갖춘 동양생명으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은 손해보험에 비해 성장성이 떨어지는 편이고, KDB생명과 ABL생명은 ‘게임체인저’가 될 정도로 높은 시장 가치를 가진 회사는 아니다”라며 “본입찰을 거쳐 최종 인수자를 찾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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