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뉴진스 토큰’ 시대에 가장 먼저 신발끈 맨 신한證, 첫 ST는 우량 부동산 대출채권
지난해부터 STO 사업 준비…올해 안 ST 발행
한 본부장 “시장 초기엔 발행사 인수·자문에 무게둘 것”
“처음으로 발행할 토큰증권(ST)은 부동산 선순위 대출채권입니다. 내년 여름엔 자체 ST 유통 플랫폼까지 구축할 계획입니다.”
한일현 신한투자증권 디지털전략본부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신한투자증권에서 진행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월부터 50여개의 기업과 STO(토큰증권 발행) 얼라이언스를 구성하고 관련 스터디를 진행 중이다.
주식 등 기존의 정형적인 증권과 한국거래소 상장 중심의 제도가 충족하지 못하는 비정형적 증권, 즉 ST가 제도권으로 편입될 조짐을 보이자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신한투자증권이었다. 작년 12월 증권업계 최초로 STO 플랫폼을 구축해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바 있다.
이날 한 본부장은 “(첫 ST 상품으로) 서울에서 다수가 알만한 자리에 있는 빌딩의 선순위 대출채권을 올해 안에 토큰화할 것”이라고 했다. 첫 상품을 부동산 선순위 대출채권으로 고른 이유에 대해 “투자자 보호는 항상 중요하지만 시장 초기에는 더욱 중요해 우량 자산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 신한투자증권은 ST의 법제화에 발맞춰 본격적인 발행·유통 플랫폼을 내년 여름까지 만들 계획이다.
그는 “STO의 발행은 크게 2가지”라고 했다. 일반 회사가 기업공개(IPO)를 할 때처럼 증권사가 해당 회사를 분석하고 밸류에이션을 내고 소비자 보호 제도를 갖춘 이후 한국거래소의 장내 시장에 상장하는 것과 채권처럼 장외시장으로 유통하는 것이다.
증권사의 수익은 조각투자업체의 STO 발행에 따른 수수료다. 한 본부장은 “회사의 전략이 이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금융(IB)이나 소싱에 강점이 있는 회사들은 ST 업체들에 인수·자문을 할 것”이라며 “그렇지 못한 증권사는 유통에 집중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유통도 중시하지만 인수·자문에 좀 더 무게를 둘 전망이다.
한 본부장은 “디지털 자산 시장의 규모를 ST만으로 보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 자산은) 가상자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 무한히 많이 생길 것”이라며 “제도권에 진입하는 첫 자산이 ST인 것”이라고 했다. 씨티은행은 2030년까지 글로벌 ST 시장만 5조달러(약 6500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투자증권이 STO 사업에서 중요하게 보는 건 플랫폼의 기술력이다. 한 본부장은 “발행도 중요하지만 기술적으로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잘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싱가포르에선 이더리움망에 콘텐츠를 올리면 전 세계에 있는 모든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투자자의 접근성을 고려하면) 기술적으로 잘 된 플랫폼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ST의 장점으로 투자를 세밀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한 본부장은 “예를 들어 하이브가 걸그룹 뉴진스를 키우는 방법 중 하나는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모으는 것”이라며 “ST로는 뉴진스 토큰만 발행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자 입장에선 현재 뉴진스에 투자하려면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를 다 공부해야 했으나 뉴진스 토큰은 뉴진스만 알면 돼 불확실성이 줄어든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때는 분산투자 효과가 과거보다 떨어질 수 있다.
현재 정부가 강조하는 ST 발행과 유통의 분리에 대해 한 본부장은 “증권사가 수용해야 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발행·유통 분리는 업계에서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던 사안이다. 한 본부장은 “발행을 하면서 유통도 동시에 하면 금융투자회사나 조각투자회사는 수익을 더 많이 낼 수 있지만 리스크가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가격 왜곡 소지가 있다는 뜻에서다.
다만 타 증권사와의 정보 공유의 범위는 명확해져야 한다고 했다. 한 본부장은 “발행·유통 분리로 투자자는 우리 증권사가 발행한 물건에 청약했어도 타 증권사에서 팔아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의 고객 정보를 타 증권사에 넘겨도 되는지 법적으로 들여다볼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논의 중인) 법 자체는 완벽하나 실무에 적용하면 예기치 못한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한 본부장은 STO 시장에 대해 성급한 장밋빛 전망도, 근거 없는 부정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주가연계증권(ELS)이 처음 도입됐을 때 장외파생이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가 되겠느냐는 얘기가 많았다”며 “현재는 전 세계에서 ELS가 활발한 시장 중 하나가 우리나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ST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며 “새로운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고 투자자들이 편히 생각할 수 있는 자산임을 감안하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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