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찍히기 시작한 해외 부동산펀드... 개인투자자 손실 어찌할꼬

이인아 기자 2023. 8.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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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자산운용 독일 트리아논 공모펀드 가입자만 수천 명
이자비용 증가·부동산 자산가치 하락·공실 확대로 빌딩 매각 난항
마이너스 31%대 손실 기록 중인 부동산 펀드도

저금리 시절, 국내 금융사들이 앞다퉈 사들였던 해외 부동산이 시한폭탄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막대한 이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로 자산가치도 떨어진 탓이다. 원금도 건지지 못할 투자 건 중에는 공모펀드로 판매한 상품도 있다. 국내 금융사의 실패한 해외 부동산 투자가 개인 투자자에게 전가될 전망이다.

일러스트=손민균

3일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0월 출시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클래스 A 기준 마이너스 0.01%%, 클래스 C-I 기준 1.15%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수익률은 각각 마이너스 1.19%, 1.11%다. 당초 제시한 목표수익률은 연 6.4~7.5%로, 이를 한참 밑돌고 있다.

해당 펀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핵심 업무 구역에 소재한 트리아논 빌딩을 담고 있다. 매입 당시 트리아논 빌딩 가격은 8750억원이다. 기관 대상 사모펀드(1835억원), 개인 투자자 대상 공모펀드(1868억원), 펀드를 기반으로 일으킨 대출이 5000억원 들어갔다.

오는 10월 만기를 앞둔 트리아논 펀드는 대규모 손실 위험에 처한 상태다. 계획대로라면 건물을 매각하고 남은 분배금을 청산했어야 할 시기지만, 예정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저금리 기조 하에 대규모 대출을 일으켰지만, 최근 유로존 기준금리가 4.25%로 오르면서 당장 이자 부담이 막대해졌고 자연스레 펀드 수익성이 훼손됐다.

이자 부담이 높아진 만큼 자산 가치는 떨어졌다. 2022년 12월 말 기준 트리아논 빌딩 가치는 7642억원으로 낮아졌다. 매입가 대비 12.6% 떨어졌는데, 이 가격에 팔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제때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임의 매각될 경우, 실제 매각가는 현재 자산 가치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

자산 가치가 떨어지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위태로운 수준으로 하락했다. 빌딩 매입 당시 LTV는 57%였지만,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71%대까지 높아졌다.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대출금 비중이 커진 탓이다. LTV가 높아지면 금융기관에서 대출 상환을 압박할 수 있다. 이에 이지스자산운용은 대출금 일부를 상환해 LTV를 70%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대규모 공실이 발생하는 점도 우려 요소다. 트리아논 빌딩 임대 비중의 55%를 차지하는 핵심 임차인인 독일 저축은행중앙회 데카뱅크(DekaBank)는 임대차 재계약을 맺지 않았다. 해당 펀드는 임대료를 기반으로 운영되기에, 공실률이 높아지면 펀드 손실로 직결된다. 공실률이 높아지면, 빌딩 매각가도 떨어진다.

펀드 만기를 앞두고, 이해 관계자 간 셈법도 복잡해졌다. 트리아논 빌딩 매각 절차를 밟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적절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서다. 자산 가치가 더 떨어지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동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만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대주단과 리파이낸싱도 협의했지만, 기존 투자자 중 단 한 곳도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공모펀드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도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리아논 펀드는 국내 해외 부동산 공모 액수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모집됐다. 펀드에 가입한 개인 투자자는 수천 명으로 추산된다. 펀드는 대신증권, 한국투자증권, KB국민은행 등을 통해 판매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당시에는 성공적인 투자 건으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비용 증가, 재택근무 증가로 인한 공실 확대, 부동산 가치 하락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향후 설정될 부동산 펀드 레퍼런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국내 금융사들이 판매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들도 휘청이고 있다. 2019년 한투리얼에셋운용이 판매한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2호’는 설정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 14.71%다. 최근 6개월 기준으로는 마이너스 31.42%를 찍었다. 해당 펀드는 벨기에 정부가 임차하는 The Toison d’Or’ 오피스에 투자했는데, 감정 평가가 24% 하락했다. 감정 평가가 하락하면서 LTV 준수 기준을 초과해 대주단이 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애틀랜타 오피스빌딩인 파크센터1에 투자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11호의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 5.36%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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