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엔 승소했지만 우울증으로 휴직한 초등교사 사연
[창원=뉴시스] 김기진 기자 = 한 초등학교 교사가 9년 전 자신을 폭행한 혐의로 학부모와의 법정다툼 끝에 승소 판결을 받은 이후 당시 학교 관리자와의 갈등으로 우울성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의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11년 차 교사 A씨는 지난 2014년 11월 11일 학교에서 학부모의 폭행과 폭언을 학생들 앞에서 당하고 당시 학교 관리자로부터 아무런 보호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2015년 4월30일 창원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교사 A씨가 사건이 있기 전날에 4학년 동급생을 때린 이유로 해당 학생을 꾸짖자 해당 학생의 엄마인 B씨가 다음 날 교사 A씨가 있는 연구실에 들어와 '정신병자가 아니면 이런 짓을 안 한다. 사이코냐, 잘못을 인정을 안하면 옷 벗어야 한다'며 고함을 지르고 손바닥으로 교사 A씨의 손목을 때리고 손목을 잡고 연구실 출입문 밖으로 끌고 갔다.
당시 2년 차 교사였던 A씨는 "학부모 B씨가 제 손목을 잡고 교무실까지 끌고 내려갔다. 그런데 학교 교감선생님은 '어떻게 학부모가 선생님을 때리겠냐'면서 억지로 사과하라고 강요해 어쩔 수없이 사과했다"며 "매우 모욕적이고 인간으로서 존재가 부정당했다"고 하소연했다.
교사 A씨는 학부모 B씨를 고소했고 당시 법원은 학부모 B씨에게 징역4월에 집행유예1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이후 교사 A씨는 "'관리자 말을 안 듣고 학교를 떠들썩하게 하는 유별난 선생님' 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당시 충격으로 교사 A씨는 20일간 병원에 입원을 했다.
이후 세월이 흘러 교사 A씨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2년간 파견을 나간 후 복귀한 2020년 1월 말 경남교육청 정기인사로 경남의 한 초등학교로 배정받는다.
새로 배정받은 학교의 교장은 지난 2014년 사건 당시의 교감이 승진해 근무하고 있었다.
심적 부담을 느낀 교사 A씨는 관할교육지원청에 과거 있었던 일을 호소하며 타 학교 재배정을 희망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결국 해당 학교에 출근하게 됐다.
해당 학교에 출근한 후 1년간 간혹 동료교사들로부터의 따돌림 등 우여곡절을 겪고 2020년 12월29일 경남도교육청 복무담당장학사 등 3명으로부터 1년 동안 있었던 사실 확인 및 복무 감사를 받게 되는 처지가 됐다.
A씨는 근거없는 인격적 모함과 수업시간에 1시간 내내 영화를 보여줬다는 등 개인사찰에 가까운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도교육청 조사 결과 '해당사항 없음'으로 자체종결됐다.
당시 조사에 나섰던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교직원 및 교사 본인 면담 결과, 교사 A씨의 복무상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른 법령상 위반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를 접한 A씨는 "교장이 되어 저를 더 심하게 자신의 더 커진 권력으로 조직적으로 괴롭혔다.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을 꾸며내서 도교육청에 신고를 하고 불명예 사실확인 조사를 했다"며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고 공황과 무기력감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교사 A씨는 2021년 3월부터 대학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현재 휴직 중이다.
A씨는 "2014년 사건 당시 해당 초등학교 교권침해위원회 기록지에 확인된 사실에서도 모든 것이 확인됐다. 관리자와의 악연으로 괴롭힘과 모함과 차별에 버틸힘도 더이상 충격을 받고 견딜힘도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해당 교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A교사는 당시 학교 구성원들과의 잦은 갈등으로 제가 관리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일방적으로 A교사가 자신의 힘든 부분만 외부에 알리는 거 같다. 도서관 사서선생님, 행정실 시설주무관들과의 갈등이 발생해 학교 분위기가 많이 좋지 않았다. 도교육청에 제출한 해당 교사에 관한 기록물을 다 보면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교장으로서 다른 선생님들이나 행정실 직원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나도 병치레를 하고 있고 A교사는 국민신문고나 권익위 등에 저와 관련해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와 제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경남교육청 교권보호위 담당 장학사는 "현행 교원지위법에서 인정하는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정의가 ‘소속 학교의 학생 또는 그 보호자 등이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하여 교원지위법 관련 법규에서 정하고 있는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정하고 있다"면서 "복무, 업무 분장 갈등, 갑질 등의 사유는 교권보호위원회 대상 사안이 아니라서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복무 문제, 관리자 갑질 등의 문제가 교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인식하나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서 해결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교육청에 따르면 학부모·학생으로 인한 교권침해건수가 2020년에는 58건, 2021년에는 98건, 2022년 203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지부장 노경석)는 지난 4월 말부터 5월 초 경남지역 교사 20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권실태조사(온라인)'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실제 교권 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43.8%에 달했고 교권침해가 심각하다는 의견도 69.8%로 높았다.
근무를 하며 힘든 일이 생기면 약 67%가 동료교사와 어려움을 나누고 있다고 했지만, 약 20%는 학교에서의 어려움을 이야기 나눌 대상이 '특별히 없음'이라고 답했다.
특히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의 61%가 교권침해를 당한 이후 '혼자 감내'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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