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리포트]해체론은 '문명강' 몰이해 탓···수질·생태계 지키려면 보 있어야
◆4대강 보 왜 필요한가
'자연강' 아닌 4대강, 오염원 처리가 우선
수문 개폐·어도가 생태계 연속성 유지
여름 녹조 원인 보로 착각, 폭염이 주범
文정부 4대강 조사委 '해체가 이익' 결정
보 개방에도 '수질 악화' 관측증거도 외면
감사원 감사 이어 환경부 '보 존치' 돌아서
오염 정화·홍수 방지 위해 보 보전 필수
국민 생존권·산업 원동력 지키기 나서야
인류 문명은 강에서 시작됐고 강을 길들이면서 발달해왔다. 자연 그대로의 강은 물 부족과 범람을 거듭했다. 생존이 위협당한 인류는 수로를 정비하고 제방도 쌓았다. 산업 문명이 시작된 영국에서 템스강(Thames River)이라는 이름이 ‘길들여진 강(Tamed River)’에서 유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물 흐름을 조절하는 보는 수자원 확보, 주운(배로 운송) 및 위락, 수질 개선, 생태계 건강성, 홍수 방지 등을 위한 필수 시설이 됐다. 인류는 생태계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원활한 수문 개폐와 어도(물고기 이동 통로) 설치를 확대해왔다.
산업화 이후 인구가 증가하고 대도시가 형성되면서 강에는 수많은 보가 만들어졌다. 템스강은 길이가 우리 낙동강의 3분의 2에 불과하지만 보는 45개나 있다. 프랑스 센강에는 34개, 미국 미시시피강에는 43개, 유럽 여러 나라를 흐르는 라인강과 다뉴브강에는 각각 86개와 59개의 보가 있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 서울 한강 구간에 잠실보와 신곡보를 만들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또 전국의 강과 하천에는 3만 4000개가 넘는 보가 있다.
4대강 보 해체 주장은 문명강에 대한 몰이해의 결과다. 자연강(Natural River)과 문명강(Cutural River)을 구분하지 못하고 강 관리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생활·산업·농업용수를 강에서 끌어와 쓰고 다시 버려야 하는 문명강에는 수질 개선과 생태계의 건강성을 위해 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4대강 본류가 자연강인 줄 알고 그대로 둬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 여름에 수온 상승으로 발생한 녹조를 보 때문이라고 착각했다.
문명강에 맑은 물이 흐르게 하려면 생활하수나 산업 폐수 등과 같은 유입 오염원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비가 오면 강 유역의 도시·산업단지·농경지 등에 쌓인 먼지나 쓰레기, 비료나 농약, 토사 등은 상당량이 그대로 강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주요 지점에 보를 만들어 일단 유입된 오염물질을 강바닥에 가라앉히고 쓰레기를 걷어낸다. 강바닥에 가라앉은 오염물질은 미생물과 실지렁이·깔따구 같은 청소 동물에게 분해되고 이는 다시 물고기의 먹이가 돼 정화된다. 수생태계의 자연정화는 육상생태계에서 낙엽이 썩고 지렁이가 청소하고 다시 생태계의 먹이사슬로 이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19세기 후반 템스강에서 시작된 보를 이용한 자연정화 방법은 현재 많은 강에서 활용되고 있다. 영국은 1889년 이 원리에 착안해 런던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했다. 하수를 저수조에 고이게 해 쓰레기를 걷어내고 오염물질을 바닥에 가라앉혀 물을 정화하는 방식이다. 이후 산소 공급과 미생물 분해로 정화 효율을 높여 지금의 하수처리장이 만들어졌다. 강에 보가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생활하수를 처리해도 강에 버려지는 방류수에는 난분해성 유해물질, 미세플라스틱, 염소 소독 부산물 등이 남아 있다. 보에 물을 채워 이러한 유해물질을 희석하고 침강시켜야 생태계가 보호된다.
보는 홍수 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강우로 많은 물이 경사진 수로를 흘러갈 때 중간에 보가 있으면 유속을 줄여 하류 범람을 막아준다. 특히 물줄기가 휘어진 곡류 지점에서는 공격 면(침식되는 면)이 범람하기 때문에 보로 유속을 줄여야 홍수를 방지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유독물질 유출 사고 때 보로 차단해 하류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1986년 라인강 바젤 사건에서는 보로 유독물질의 흐름을 차단해 하류 피해를 줄였지만 1991년 낙동강 페놀 사건 때는 보가 없어 구미에서 유출된 페놀이 대구의 수돗물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보의 이러한 기능을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대선 공약 12대 약속 중 하나인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의 여섯 번째 국정 과제(수생태계 파괴 주범 대형보를 상시 수문 개방하고 재평가를 거쳐 재자연화를 추진한다) 때문에 집권 즉시 보 해체가 추진됐다. 2017년 6월 보 처리 계획을 발표하고 16개 보 가운데 13개를 차례로 개방해 해체 논리를 뒷받침할 녹조·수질·생태계 등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2018년 11월 출범한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오랜 기간 4대강 사업에 반대해온 민간단체와 비전문 관변 학자들로 구성됐다. 이 위원회는 단 3개월 만에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를 해체하고 나머지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 적용된 경제성 평가는 방법도 엉터리였을 뿐 아니라 보를 해체하면 소수력발전만 손실을 보고 수질, 수생태, 친수, 홍수 조절 등에 큰 편익이 생긴다는 잘못된 가정을 하고 있었다.
2017년부터 시작된 보 개방 결과는 이들의 예상과 반대였다. 수량이 줄어들어 수질은 나빠졌고 강바닥에 모래톱과 잡초만 무성해졌으며 개천 생태계가 큰 강을 지배했다. 또 녹조 발생은 물 흐름과 무관하며 영양물질과 수온에 좌우된다는 교과서적 사실만 확인했다. 게다가 정부가 지역 농민에게 막대한 농작물 손실을 입혀 거액을 배상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문 정부는 이에 굴하지 않고 대선 공약 밀어붙이기에 나섰다. 보를 개방하니 강바닥이 깨끗해졌고 개천에 살던 생물이 본류로 돌아와 자연성이 회복됐다고 홍보했다. 물이 말라 강이 볼품없이 변했지만 더 많은 사람이 친수 공간으로 활용하고 강바닥 잡초가 물 흐름을 방해했지만 홍수 방지 효과가 높아졌다는 등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다.
2021년 1월 국가물관리위원회는 4대강조사평가·기획위가 2019년 2월에 제안한 그대로 최종 결정했다. 하지만 3개월 뒤 이를 뒤집을 결정적 증거가 나왔다. 2021년 4월 환경부는 지난 3년 반 동안 보 개방 관측 결과를 발표하면서 보 개방으로 수질이 나빠졌음을 공식 인정했다. 특히 보 해체를 결정한 금강 세종보·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는 대부분의 수질이 최대 40%까지 악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 해체에 결정적 역할을 한 수질에서 반대 결과가 나왔지만 국가물관리위는 이를 외면했다.
감사원은 보 해체 결정 과정에 존재했던 범죄적 사실을 찾아내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 환경부는 감사 결과를 존중하고 후속 조치를 즉각 이행하며 “4대강 16개 보를 모두 존치하고 세종보와 공주보 운영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 행동’은 감사원 감사 결과와 환경부의 보 존치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앞으로 계속될 보 해체 선동을 끝내려면 윤석열 정부는 우리 국민에게 보로 인한 강의 경제성·환경성·안전성을 널리 알려야 한다. 특히 강물 주인이 4대강 보 지키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강물 주인에 대해서는 강변 거주자임을 인정하는 수변수리권(Riparian Right)이 문명 국가에서 관습법으로 보장된다. 또 4대강 보의 물과 인접 지하수는 대부분 농업용수로 사용되기 때문에 보 해체는 전 국민의 먹거리 물가로 이어진다. 4대강 보 지키기가 국민의 생존권과 국가 산업의 원동력을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박석순 교수는
서울대 자연대 생명과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럿거스대에서 문명강 연구로 환경과학 석사(1983년)와 박사(1985년) 학위를 받았다. 1988년 한국과학재단 해외유치과학자로 귀국해 지금까지 150여 편의 논문과 30여 편의 저서·역서를 출간했다. 미국 프린스턴대 객원교수, 국립환경과학원장, 한국환경교육학회장, 이화여대 연구처장·산학협력단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7년 한국과학재단·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자유환경총연맹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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