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中 외교부장 퇴출 미스터리와 미중관계

여론독자부 2023. 8.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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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권력 강화·폐쇄적 정책결정 中
'마오쩌둥 시대의 정치'로 회귀
외교는 공격·호전성 수위 높여
미중관계 개선 가시밭길 예고
[서울경제]

친강 중국 외교부장의 잠적 미스터리는 미래의 미중 관계가 단지 워싱턴의 정책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을 것임을 깨우쳐준다. 중국의 상황도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절반의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바깥에서 보기에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종적을 감춘 마오쩌둥 시대의 정치 스타일로 돌아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친강의 부재를 건강상의 문제로 둘러댔다.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권력의 핵심에서 축출된 사실 자체보다는 면직 처리된 외교부장의 흔적 지우기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지 오웰은 그의 소설 ‘1984’에서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고 말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중국의 정치 엘리트 층을 인도하는 을씨년스러운 금언이다.

베이징의 현 정치 체제는 덩샤오핑이 1980년대 중국의 개혁을 단행하면서 채택한 기술관료제와는 거리가 멀다. 덩샤오핑 시대의 정치 시스템은 연령상한제와 고위 공직 연임 제한을 둔 다소 모순적인 독재 체제였다. 이런 제한된 독재 체제를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있는가. 이와 대조적으로 오늘날 중국의 통치자가 휘두르는 권력에는 제한이 없다. 중국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이코노미가 이름 붙인 중국의 ‘3차 혁명’은 지금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엘리자베스에 따르면 1차 혁명은 마오쩌둥, 2차 혁명은 덩샤오핑이 주역을 맡았고 현재의 3차 혁명은 시진핑이 주도한다.

3차 혁명은 단순히 국내 정책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진핑 주석은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고 중국 공산당을 사회의 정중앙으로 복귀시켰을 뿐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 더욱 강력하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시 주석의 공격적인 태도와 정책은 중국 주변국을 들썩이게 만드는 등 세계 전체에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미국도 문제다. 워싱턴은 중국과의 관계를 완벽하게 관리하지 못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양국의 첫 고위 관리급 회의에서 베이징을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등 불필요한 대립각을 세웠다. 이와 함께 워싱턴은 중국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를 그대로 유지했다. 트럼프 관세는 값비싼 실패작이었고 이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중국이 아닌 미국인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실패한 관세 정책으로 손실을 본 농민들에게 수백억 달러의 추가 보조금을 지불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노선을 수정했다. 양국 관계의 악화를 막기 위해 국무·상무·재무장관을 비롯한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잇따라 중국 측 상대와 만나 의견을 나눴다. 앤서니 블링컨 외무장관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로부터 중국과 미국 사이의 원활한 쌍무 관계가 복원되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기술 공유 제한을 극히 일부의 최첨단 품목에 국한해 적용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베이징의 반대를 불러올 정책에 대해서는 사전 통보를 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외에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이 더욱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분야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양국 군사 당국의 생산적인 대화를 원한다면서 중국 국방장관에 대한 제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만과 같은 첨예한 이슈와 관련해 양국 사이에 오해가 생기지 않으려면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베이징에 대한 제재부터 풀어야 한다.

공은 중국 측으로 넘어갔다. 안타깝게도 현재 중국의 외교정책은 공격성과 호전성으로 특징지어진다. 과거 30년간 이어져 내려온 정책 기조와는 완전히 다르다. 시 주석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대만 주변에서 잦은 군사 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히말라야 국경에서 인도와 충돌을 일으켰다. 호주 정부에 중국 비판 중지를 요구했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공격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모스크바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는 한편 미국을 겨냥한 비난의 강도와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 중국의 주변국들은 베이징의 영향력에 이전에 비해 훨씬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로부터 지원받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에서 필리핀과 인도에 이르는 아시아권 국가들 역시 중국을 밀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은 변할까. 전제적일뿐 아니라 갈수록 닫혀가는 베이징의 정책 결정 시스템이 주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친강의 퇴출 미스터리는 이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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