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가전 할인해주면 뭐 하나, 쓸 돈이 없는데… 中 2분기 여윳돈 20% 뚝

이윤정 기자 2023. 8. 4.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中 상반기 1인당 가처분소득 1.9만위안 ‘최고치’
2분기만 보면 19% 급감… 베이징·상하이도 감소
가처분소득 줄면 소비 위축돼 제조업·GDP 타격
”中 정부, 수사적 지원 말고 현금성 지원 나서야”

중국의 1인당 가처분소득이 2분기 들어 9000위안을 밑돌면서 1분기 대비 20% 가까이 급감했다. 가처분소득은 전체 소득에서 세금 등 고정비를 제외하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으로, 많을수록 소비 여력도 높아진다. 중국 정부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소비를 독려하고 있지만 관련 지표가 갈수록 둔화하는 이유도 가처분소득 급감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용 불안 등을 고려하면 더더욱 지갑 열기가 어려운 만큼, 중국 정부의 ‘돈 풀기’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4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의 1인당 가처분소득은 8802위안으로, 전 분기(1만870위안) 대비 19% 줄었다. 전 분기 대비 두 자릿수의 감소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2분기(-22%) 이후 4개분기만이다. 중국 정부는 분기별 숫자는 공개하지 않고, 누적 기준으로만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에 따른 상반기 누적 1인당 가처분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6.5% 늘어난 1만9672위안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내보이는 숫자와 실제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셈이다.

주요 도시를 봐도 2분기 들어 소비 여력이 급격히 감소했다.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 보면 베이징은 전년 동기 대비 5% 늘어난 4만1358위안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4만위안을 돌파했다. 상하이(4만2870위안)도 10%의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2분기만 뜯어보면 베이징은 1만9991위안으로 전 분기 대비 6% 줄었고, 상하이는 베이징보다도 낮은 1만9381위안에 그쳐 전 분기 대비 무려 17% 감소세를 보였다.

그래픽=손민균

◇ 가처분소득 줄면 소비·제조업·GDP 연쇄 타격

중국의 1인당 가처분소득이 중요한 이유는 소비부터 제조업 활성화, 전체 국가 성장률로 이어지는 고리의 첫 번째 관문이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지난 6월 3.1% 증가에 그쳤다. 4월 18.4%, 5월 12.7% 증가했지만, 6월 들어 크게 고꾸라졌다. 심지어 6월에는 중국 상반기 최대 쇼핑축제인 ‘6·18 행사’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소비자들이 사실상 지갑을 열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쓸 돈이 없다 보니 소비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다. 중국 소비는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40%를 차지한다.

자금 여유가 없을수록 자동차, 가전 등 큰 돈이 들어가는 소비보다는 외식 등 작은 돈부터 쓰게 된다. 중국 제조업이 부진한 이유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7월 49.3으로 4개월 연속 위축 국면(50 미만)에 머물렀다. 미국 시장정보업체 차이나베이지북은 중국 소비자들이 여행, 식음료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 소비를 줄여 주요 산업의 매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경제계 관계자는 “서비스업보다는 자동차, 가전 등 내구재에 대한 소비가 활성화돼야 이를 만드는 제조업 경기가 좋아진다”며 “특히 가전의 경우 부동산과 연결되는데, 주택에 필요한 가전 소비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 심리가 여전히 얼어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소비자가 단기간 내 지갑을 열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고용 불안이 문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6월 청년(16~24세) 실업률은 21.3%로 5월(20.8%)에 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베이징대 장단단 경제학 교수는 구직 의사가 없는 청년과 전업자녀(부모에게 의지해 사는 자녀)까지 실업자로 포함하면 올해 3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46.5%까지 치솟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 발표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다이애나 초일레바 영국 에노도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가계(소비)가 경제를 구제할 것이란 기대감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 소득 감소에도 현금 지원 안 하는 中… “역사적 실수”

가처분 소득이 낮아지는 상황에선 ‘현금 살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세계 경제계에서 잇따르고 있다. 지난 21일 중국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내구재 소비 진작책을 내놨다. 전기차 관련 시설을 늘리고 구입 자금 마련을 위한 신용대출을 확대하는 한편, 낡은 전자제품을 교환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이같은 정책은 이르면 3분기부터 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보조금 등 현금성 지원보다는 효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분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여전히 반쪽짜리 대책에 집착하고 있는데, 이는 역사적인 실수가 될 수 있다”며 “말로만 하는 지원은 상황을 반전시키기에 충분치 않고, 가계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 이전(현금성 지원)과 같은 보다 공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중국은 현금을 가계로 이전하고 소비를 진작해 경제를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있다”며 “장기적인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