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오송참사]②지하차도 삼킨 미호강…임시제방서 무슨일이
책임과 권한 애매모호한 국가하천관리 시스템
[편집자주]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는 무고한 시민 1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미호강 임시제방 불법·부실 시공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에 관계기관의 안일한 대응이 더해진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였다. 침수 위험을 알린 수많은 경고는 묵살됐고, 참사를 막을 수많았던 기회와 인명을 구조할 골든타임을 모두 놓쳤다. 뉴스1은 무엇이 문제였는지 당시 참상을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5회에 걸쳐 보도한다.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국무조정실은 미호천교 아래 기존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제방을 쌓은 것을 이번 사고의 선행요인으로 판단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시공사의 부실공사를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번 사고가 기록적인 폭우가 가져온 천재지변인지 선행요인으로 지적된 인재인지 그 날 현장으로 돌아가 본다.
◇근거없이 훼손된 기존제방과 부실한 임시제방
지난달 15일 오전 7시56분, 미호천교 확장공사 과정에서 가설한 임시제방 위로 미호강 유량이 월류해 임시제방이 붕괴됐다. 강물은 인근 농경지와 지하차도를 덮쳤다.
행복청의 발주를 받은 시공사는 미호천교 확장공사 과정에서 기존 제방을 훼손했고, 7월 장마철을 앞두고 임시제방을 가설했다. 민간조사단은 임시제방이 기존 제방에 비해 제방고가 낮았으며 축조방법도 허술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쟁점은 임시제방의 높이다. 행복청은 100년 빈도 홍수량을 고려한 설계 기준 계획홍수위인 28.78m보다 0.96m 더 높은 29.74m로 시공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존 제방 높이인 31.45m보다 낮다.
법에 명기된 대로 계획홍수위에 법정 여유고 1.5m를 더해 30.28m만 됐어도 범람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고 당일 미호천교 최고수위는 29.87m였다.
게다가 임시제방이 견고해 붕괴되지 않았다면 최악의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강물이 무너진 제방을 통해 쏟아지지 않고 제방을 월류했다면 더 적은 양의 물이 느린 속도로 이동했을 것이다. 시간당 최대 83㎜의 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지하차도의 배수펌프로 감당하거나,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더 확보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임시제방과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서 더욱 세밀하고 전문적인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당시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만 보더라도 허술한 임시제방의 붕괴로 인해 6만톤의 강물이 급속도로 지하차도까지 돌진했을 것이라는 예측은 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호천교 확장공사에 따른 하천점용허가를 내준 금강유역환경청은 "제방은 협의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흙둑, 모래성 등 부실시공 논란을 차치하고서라도 높이 기준조차 충족되지 않은 것에 대한 행복청과 금강유역청의 해명이 필요한 이유다.
◇강외지구 하천정비사업 중단, 계획홍수위는 정비후 기준으로?
사고지점인 미호천교 최소 하천폭은 350m다. 상류 400~500m, 하류 600~700m에 비해 폭이 매우 좁아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국토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2011년부터 하천기본계획에 강외지구 하천정비사업을 포함시켜 미호천교 하천폭을 350m에서 610m로 확장해 배수능력을 늘리고자 했다.
2015년 7월 미호천 강외지구 하천정비사업 실시설계 용역이 발주됐고, 2017년 3월 착수됐으나 '오송~청주 도로확장공사'와 '충북선 개량공사'가 중복돼 2020년 1월 사업이 중단됐다.
문제는 재해방지사업은 후순위로 미뤄놓고 미호천교 임시제방은 하천폭이 610m로 확장됐을 때를 고려한 계획홍수위(29.02m)보다 낮은 28.78m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또 신설된 미호천교의 교량 상판의 하부고도는 30.28m로 이번 홍수 최고수위 29.87m와 불과 40㎝밖에 차이가 안나 내년에도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진행되지도 않은 강외지구 하천정비사업에 맞춘 엉터리 재해대책이 진행된 것이라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허가 따로 관리 따로' 복잡한 국가하천관리 시스템
하천법에 따라 미호천교 공사는 행복청이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하천점용허가를 받아 진행했다. 평소 국가하천의 유지·보수와 안전점검 의무는 시도지사가 권한을 받아 시군구에 위임한다. 그러나 하천점용에 대한 사후관리와 하천정비사업 과정에서의 하천 관리는 금강청이 한다.
문제는 제방, 하천관리에 관해 각 기관이 어디까지 책임을 지고 권한이 있는지 모호할뿐더러 공조체계 또한 없다는 것. 제방은 하천 범람을 막는 핵심 시설이다. 하천과 제방의 관리 주체인 금강유역청(환경부), 제방에 손을 댄 행복청,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충북도와 청주시 등 관계 기관들의 소통은 원활하지 못했고 책임과 권한도 모호했다.
행복청은 점용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환경부는 제방철거에 대한 협의는 없었다고 항변한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국가하천에 대한 권한을 소극적으로 행사했고 관할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둔감했다. 전반적인 시스템의 부재가 이번 사고를 키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위 사항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누구에게 이번 사고의 책임이 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다. 물론 모든 자연재해를 사전에 다 예방할 수 없어 천재지변이라는 이유를 댄다. 하지만 착한 하천이었던 미호강을 수마로 만든, 법과 제도를 경시한 누군가로 인해 이번 지하차도 사고가 인재(人災)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vin0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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