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르포] '폭염 공휴일' 맞은 이란…해발 1천500m에도 '44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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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오후 이란의 수도 테헤란은 주말임에도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날은 5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으로 인해 이란 정부가 임시 공휴일을 선포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다.
이란 기상 당국은 이날 테헤란의 낮 최고기온을 40도로 예보했었다.
이틀 전 이란 정부는 전례 없는 폭염으로 2∼3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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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더위와 '사투'…당국 "폭염 지속 땐 임시 휴일 연장 검토"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3일(현지시간) 오후 이란의 수도 테헤란은 주말임에도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세계 여느 국가와는 달리 이란의 주말은 목요일과 금요일이다.
이날은 5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으로 인해 이란 정부가 임시 공휴일을 선포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다.
오후 2시께 테헤란 중부 바낙 광장의 택시 승강장엔 승객 대신 개점휴업 상태의 택시들만 늘어섰다.
그나마 남은 운전기사들은 그늘에 차를 세워두고 연신 물을 들이켜며 승객을 기다렸다.
30년째 택시 운전을 한 하미드(57)는 더위를 견디다 못해 생수를 얼굴에 끼얹으며 땀을 씻어냈다.
그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거리에 사람이 없고, 오늘 손님 2명밖에 못 태웠다"며 "오후에는 아예 그늘에 차를 세워두고 쉬고 있다"고 말했다.
작열하는 햇볕 아래 단 5분만 서 있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아스팔트 열기가 올라오는 이곳의 온도는 44.7도로 측정됐다. 테헤란의 평균 해발고도는 1천500m에 달한다.
이란 기상 당국은 이날 테헤란의 낮 최고기온을 40도로 예보했었다.
이란의 여름은 통상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 고온 현상이 길어지고 사막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지난 6월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더위에 대응하기 위해 관공서의 근무 시작·종료 시각을 각각 2시간씩 앞당긴 바 있다.
테헤란의 유명 관광지이자 휴일마다 많은 인파가 모이는 '어보어터쉬'(물과 불을 의미하는 페르시아어) 공원에서도 이날 인파를 찾기는 힘들었다.
몇몇 시민들은 나무 그늘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더위를 식혔다. 식수대에서 나오는 물로 땀을 닦는 남성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이란에서는 남녀 모두 공공장소에서 반바지를 입을 수 없다.
특히 여성의 경우 반소매 상의도 금지되고, 더운 여름철에도 히잡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검은색 차도르를 입고 공원에 나온 닐루파(44)는 "요즘 같은 날씨에 차도르를 입으면 정말 덥지만, 어렸을 때부터 적응해서 괜찮다"며 웃었다.
이틀 전 이란 정부는 전례 없는 폭염으로 2∼3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이란 전역의 관공서, 은행, 회사는 모두 문을 닫았다. 다만, 개인이 운영하는 상점은 영업이 허가됐다.
이란 당국이 전국적으로 '셧다운'을 선포한 것은 코로나 대유행 이후 처음이다.
국영 IRNA 통신은 더위로 인해 임시 공휴일을 선포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란 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축구 정규 리그도 이번 주말 경기는 모두 연기됐다.
페르시아만에 인접한 이란 서남부 도시 아흐바즈의 수은주는 이날 51.4도까지 치솟았다.
시스탄-바-발루치스탄주에서는 최근 폭염으로 1천명 이상의 입원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페드람 파카에인 보건부 대변인은 현지 언론에 "현재 수준의 폭염이 계속될 경우 공휴일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간 상점이 밀집한 테헤란 그랜드 바자르(전통시장)에는 폭염 속에도 많은 시민이 장을 보기 위해 나왔다.
이날 대부분의 상점은 영업 중이었다. 상인들은 생계를 위해 가게 문을 닫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곳은 시원한 과일 주스를 파는 가게였다.
바자르에 나온 시민들은 우산이나 모자를 이용해 햇볕을 가렸다. 건물이나 나무가 만든 그늘에서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전통 시장의 짐꾼이나 오토바이 배달 운전기사들은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피했다.
40년 넘게 이 시장에서 수레로 짐을 옮긴 호세인(71)은 휴일에 일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더워도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을 계속 해야 한다. 더 쉬더라도 일을 멈출 수는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logo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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