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크기가 다른 서울고 이찬솔 “보스턴 펜웨이파크 마운드 서는 그날 꼭 기다려주세요.” [MK인터뷰]

김근한 MK스포츠 기자(forevertoss@maekyung.com) 2023. 8. 4. 05: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분명 2024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선수였다. 하지만, 그에게 꿈의 크기가 달랐다. 기회의 땅이자 약육강식의 땅이기도 한 미국이 이 선수의 도전의식을 더 자극했다.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은 서울고등학교 투수 이찬솔이 꿈의 크기가 다른 그 주인공이다.

이찬솔은 2023년 공식 대회 11경기(20이닝)에 등판해 3패 평균자책 6.30 31탈삼진 19사사구 WHIP 1.75를 기록했다. 표면적으로는 다소 아쉬운 등판 성적이지만, 이찬솔이 보유한 구위 자체엔 의문은 없었다. 소위 말하는 뻥튀기 구속이 아닌 150km/h 중반대 강속구를 실질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알짜배기 자원이란 평가가 이찬솔에게 쏟아졌다.

이찬솔은 어느 정도 갈 길이 보장된 KBO리그 진출이 아닌 수많은 국제 유망주들과 싸워야 하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결정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이찬솔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재빠르게 움직여 계약 도장을 찍었다. 직접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 보스턴 육성 시설을 둘러보고 온 이찬솔도 미국해 결정에 전혀 후회하지 않는단 뜻을 내비쳤다. MK스포츠가 꿈의 크기가 다른 이찬솔의 마음가짐을 직접 들어봤다.

서울고 투수 이찬솔이 KBO 드래프트 참가가 아닌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했다. 사진(목동)=김근한 기자
먼저 메이저리그 도전을 택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

처음부터 미국행을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황금사자기 대회가 끝난 뒤에 갑자기 보스턴 구단 스카우트께서 학교로 찾아오셔서 계약 의사를 전달하셨다. 그때부터 진지하게 미국행을 고민했다. 반반 정도 마음이 엇갈렸었는데 주변에서 미국행을 계속 추천해주시더라. 나도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성장하는 게 더 낫겠단 판단을 내렸다.

보스턴 구단에서 어떤 성장 로드맵을 제시했나.

구단 스카우트께서 운동 능력과 투구 메커니즘에서 강점이 보였다고 말씀해주셨다. 올해 구단 측정 기록상 최고 구속 156km/h까지 나왔다고 들었다. 강속구에다 스플리터를 함께 던지는 방향이 정말 잘 맞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이제 루키리그로 합류하면 데이터베이스 측정 훈련을 소화하면서 더 정밀한 방향성을 제시받을 예정이다.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육성 시설도 둘러봤다고 들었다.

루키리그 시설인데도 이보다 더 좋은 시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훌륭했다. 운동하고 야구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더라. 이미 거기에 있는 관계자, 코치진, 선수들도 친절하게 나를 대해줘서 고마웠다. 생각보다 더 빨리 적응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투수 이찬솔이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을 맺었다. 사진=브리온컴퍼니
이제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은 옛 말이라는 얘기가 있다. 식단도 체계적으로 관리해준다고 하던데.

미국에 가서 아침과 점심은 구단 식당에서 항상 먹었다. 미국식과 남미식으로 번갈아 가면서 고기나 생선 등 메인 요리 메뉴가 있는 식단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그렇게 8가지 정도 메뉴가 있고, 사이드로 샐러드와 과일도 정말 잘 나오더라. 너무 잘 먹으면 뒤룩뒤룩 살찔 것 같은 느낌이었다(웃음).

미국으로 홀로 아들을 떠나보내는 부모님의 결정도 쉽지 않았을 듯싶다.

아버지께서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더 응원하셨다. 어머니께서도 내 선택에 맞기셨는데 속마음은 그냥 한국에 남으시길 바란 눈치셨다. 아무래도 혼자 미국에 가 있는 게 마음에 걸리셨던 듯싶다. 어차피 루키리그 시즌 종료 뒤에 한국에 들어와서 몸을 만들면 되니까 괜찮을 거라고 말씀드렸다.

영어를 통한 의사소통도 중요할 텐데 영어회화도 배우고 있는 건가.

예전에 미국에서 잠깐 3개월 정도 학교를 다닌 적이 있다. 그때 경험이 있고 학교에서 배운 영어도 있기에 어느 정도 말은 통하는 느낌이었다. 이제 미국으로 가면 영어 과외를 시켜주고 통역도 붙여준다고 차근차근 배워가려고 한다.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은 이찬솔. 사진=브리온컴퍼니
미국에 먼저 가 있는 선배들에게도 도움을 받아야겠다.

학교 선배인 (최)현일이 형에게 연락을 한 번 해서 미국 생활과 관련한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아무래도 내가 플로리다에서 주로 있을 테니까 만나기는 쉽지 않을 듯싶다. 그래도 심준석 선수가 플로리다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장현석 선수도 이쪽으로 올 수 있으니까 가까이 지낸다면 재밌지 않을까. 서로 힘이 되고 라이벌 의식도 느낄 듯싶다.

보스턴 레드삭스라는 명문 팀 일원이 된 자부심도 느껴질 텐데.

구단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특별하게 느껴졌다. 관계자와 선수단 모두 팀에 대한 자부심이 커 보였다. 그래서 내부적인 팀 분위기나 행동, 규칙에도 더 신경 쓰는 게 보였다. 펜웨이파크는 이번에 못 가봤는데 다음엔 꼭 가보고 싶다.

보스턴 홈 구장인 펜웨이파크 마운드에 서는 상상을 하면 소름이 돋을 듯싶다.

정말 그것만 바라보고 간절한 마음으로 운동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엔 더블A에서 메이저리그로 바로 승격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하더라. 운 좋으면 3~4년, 길면 5년 안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고 싶은 게 목표다.

롤 모델이라고 말한 다르빗슈(샌디에이고)와 오타니(LA 에인절스)와 팬웨이파크에서 맞붙는 것도 꿈의 대결이겠다.

(벅찬 표정으로)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인생에서 한 번 쯤은 그런 맞대결을 펼쳤으면 좋겠다. 특히 다르빗슈 선수는 정말 롤 모델이자 우상 같은 존재다. 야구장에서 얼굴이라도 꼭 보고 싶은 마음이다.

이찬솔은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 육성 시설에 방문했다. 사진=브리온컴퍼니
계약 과정에서 주변의 큰 도움을 받았다고 들었다. 감사인사를 전하자면.

먼저 계약 과정이 굉장히 복잡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잘 도와주신 브리온컴퍼니 박희진 팀장님께 감사드린다. 또 메이저리그 도전에 확신을 주신 중학교 야구부 은사님과 서울고 유정민 감독님에게도 감사하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뒷바라지를 잘해주신 부모님 덕분에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도와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린다.

학교 동료들도 부럽다는 반응을 보였겠다.

그런 말을 들어도 아직까지 진짜 부러울 만한 선택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다른 친구들과 가는 길만 다를 뿐 똑같이 프로 무대에서 시작하는 신인일 뿐이다. 결국, 내가 그 무대에서 성공해야 부러울 만한 선택이 진짜 되는 거다. 잘못된 선택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좋은 결과물을 보여드리고 싶다.

학교 친구인 전준표 선수와 함께 팀 내 원투펀치로 평가받았다. 전준표 선수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하자면.

(전)준표는 변화구 구사 감각이 뛰어나서 구종 4개를 다 스트라이크로 던질 줄 아는 친구다. 구속도 빨라서 완급조절을 통해 타자들을 제압하는 걸 잘한다. 정말 잘 던지는 친구라 신인 지명에서 1라운드 지명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프로 무대에서 진짜 잘할 수 있는 투수라 의심치 않는다. 서로 꼭 성공해서 나중에 WBC 대표팀에서 서로 만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보스턴 유니폼을 입은 이찬솔을 응원하는 야구팬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기 위해서 준비할 기간이 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메이저리그 마운드 데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 펜웨이파크 마운드에 서서 공을 던지는 그날까지 잘 기다려주셨으면 한다. 보스턴 구단에서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로 꼭 성장하겠다.

이찬솔은 보스턴 팬웨이파크 마운드에 서는 그날을 기다린다. 사진=브리온컴퍼니
[목동(서울)=김근한 MK스포츠 기자]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