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성공의 함정'에서 빠지지 않으려면
[편집자주]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삼성전자가 디바이스경험(DX: 스마트폰, TV, 가전, 네트워크 등) 부문 내에 미래기술사무국을 최근 신설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사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6400억원)와 2분기(6700억원)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보면 형식은 흑자였지만, 내용은 적자다.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하만의 연결 영업이익(1분기 합계 9100억원, 2분기 합계 1조 900억원)을 제외하면 지난 1분기 -2700억원, 2분기는 -4200억원 적자다.
적자신호는 삼성전자 본체(특히 DS부문)에 위기가 왔음을 보여준다. 수조원대의 분기 이익을 내던 과거의 성공방정식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위기가 올 때 경영자들은 원가절감과 구조조정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협력업체 단가 인하와 회사 내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의 효과는 단기간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 미봉책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에 나서야 한다.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드는 것'이 혁신의 길이다. 지난해 8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기흥에서 열린 삼성 반도체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에서 한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혁신은 쉽지 않다. 혁신은 기존 체제를 무너트려야 가능한데 그 저항이 만만치 않다. 특히 그 저항세력이 현재의 주력군들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PC)를 만든 제록스, 최초의 스마트폰을 발표한 노키아,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한 코닥필름은 복사기와 휴대폰, 카메라필름 분야의 세계 1위 기업들이었다. 20세기를 주름잡던 이 기업들의 이름은 21세기엔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미래 먹거리를 누구보다 먼저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성공경험에 사로잡혀 새로운 시장의 요구를 따라잡지 못하고 몰락해 가는 '성공의 함정'에 빠진 탓이다.
제록스의 핵심부서였던 사무용 복사기 부서는 PC를 개발한 부서를 깔아뭉갰다. 전세계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했던 노키아 피쳐폰(스마트 기능 없는 휴대폰) 부서는 심비안 OS로 스마트폰 개발에 나선 신사업부의 자금지원을 막았었다. 코닥필름은 주력수익원인 컬러필름 시장의 잠식을 우려해 디지털카메라 사업화에 소극적이었다. 성공의 함정에 빠진 결과는 몰락이었다.
반면 제록스의 마우스와 아이콘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훔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PC와 운영체제(OS)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강자로 올라섰다. 코닥필름이 위기로 파산신청에 나설 때 후지필름은 필름에 사용되던 콜라겐 기술을 이용해 헬스케어와 화장품 시장에서 혁신의 돌파구를 찾았다. 과거 필름이 대부분의 매출을 차지했던 이 회사는 현재(2022년 기준) 매출의 32%가 헬스케어에서 나오고, 필름 분야는 14%에 불과하다.
혁신은 절박함에서 나오는데 기존에 수익이 높은 부서는 변화에 절박하지 않다. 성공신화를 썼던 MS가 모바일 OS 시대에 구글 안드로이드에 밀린 이유다. 기존 PC OS로도 충분히 이익을 올리는데 곁가지인 모바일OS에 올인할 이유가 없다는 안이한 태도가 시장을 잃게 했다.
반면 구글은 모바일OS 신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었다. 처음엔 MS와 스마트폰 개발에 손잡았던 삼성이 구글로 갈아탔던 이유다. 이들의 절박함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iOS와 시장을 양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과거 삼성전자 CEO들에게 물어보면 기존 하드웨어 기업 삼성의 성공 방정식에 대한 예찬론이 많다. 제조업 강자로서 소프트웨어 분야가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게 옳다는 신념이다. 지난 수십년간 이 방정식은 성공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고, 그 출발점이 미래기술의 컨트롤타워인 미래기술사무국(사무국장: 김강태 삼성리서치 기술전략팀장-부사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삼성리서치 직속으로 이머징 테크팀과 주요 사업부 직속으로 이머징 테크 그룹이 혁신을 위해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와 혁신엔 늘 그렇듯 만만찮은 내부 저항이 동반된다. 기득권을 가진 부서들이 새 변화를 거부할지 모른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삼성의 당면 과제이고, 그 변화의 중심에 이재용 회장이 서서 확실히 힘을 실어줘야 문제를 풀 수 있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母 머리채 잡고 위협 초6 금쪽이→촬영 거부…오은영 "참담하다" - 머니투데이
- 선우은숙 "유영재, 가는 곳마다 지저분해져…잔소리할 수밖에" - 머니투데이
- "괴물 만들지 마라" 심형탁, 빈손으로 日처가 방문?…해명 나섰다 - 머니투데이
- "헌팅으로 만난 아내, 아이 두고 밤마다 클럽을…" 남편의 하소연 - 머니투데이
- 유이, 최수종도 깜짝 놀란 비주얼…"살을 얼마나 뺀 거야" 걱정 - 머니투데이
- "시세차익 25억"…최민환, 슈돌 나온 강남집 38억에 팔았다 - 머니투데이
- 박나래, 기안84와 썸 인정…"깊은 사이였다니" 이시언도 '깜짝' - 머니투데이
- 현대차 노조 '정년 퇴직 후 재고용 직원 조합원 자격 유지' 부결 - 머니투데이
- 정준하 "하루 2000만, 월 4억 벌어"…식당 대박에도 못 웃은 이유 - 머니투데이
- "경찰이 술집에 불러 성관계 요구" 피의자 모친 강제추행…항소심선 감형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