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신장개업 대작전이 필요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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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개업 대작전'이란 TV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막장에 몰린 점포를 완전히 뜯어고쳐 재생시키는 프로그램이다.
나와 방송인 신동엽, 건축가 양진석이 참여하는 '신장개업 대작전'이 탄생한 배경이다.
점포가 신장개업하고 고객이 감탄하고 감동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웃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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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망해가는지 분석, 대책 찾아
업주의 마음가짐 가장 중요해
부정적 자아 긍정적으로 바꿔
정치권 싸움 뉴스 보면 울화통
지혜 모아 새 단장 하면 안될까
‘신장개업 대작전’이란 TV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막장에 몰린 점포를 완전히 뜯어고쳐 재생시키는 프로그램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체제 시절이다. 당시는 ‘국가 부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위기 상황이었다. 재벌기업도 무너지고 은행도 통폐합되는 상황이니 하루하루가 불안감과 공포심의 연속이었다.
당시 서울 여의도에서 연구소를 운영하던 나에게 한 방송국에서 제안이 왔다. 대기업이야 자구책을 마련해볼 수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소점포들은 매달릴 곳도 없으니 방송에서 이들에게 희망과 대안을 제시하자는 것이었다. 나와 방송인 신동엽, 건축가 양진석이 참여하는 ‘신장개업 대작전’이 탄생한 배경이다.
내가 첫번째 한 일은 왜 망해가는지를 분석하는 일이다. 기술력이 부족한 건지, 경영방식이 잘못된 건지, 마케팅을 못하는지, 입지 선정에 패착이 있었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찾아냈다. 약점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강점을 강화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의 정신 자세를 바꾸는 것이었다. 변명만 찾아내려는 사고를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심리로 바꾸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모든 경영 초점은 고객 만족에 맞췄다. 나는 전공을 살려 심리학과 경영학 이론을 십분 활용했다. 이때 절실히 깨달은 게 있다. 잘되는 점포는 잘되는 이유가 있고, 안되는 점포는 안되는 이유가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의 핵심에는 주인의 ‘심리적 태도’가 자리한다.
진단할 때 내가 제일 먼저 사장님에게 물어보는 말이 있다. “가게가 이 정도로 안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이 질문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조리 있게 답변한다. 처음부터 밑천이 부족해서 가게 입지가 안 좋은 곳에 왔다거나, 기댈 언덕이 없었다거나 등 수많은 이유를 체계적으로 갖다댄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고 어떤 노력을 해봤나요?”
이 두번째 질문에는 거의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 바로 이게 문제다. 계속 질문을 했더니 나는 어려서부터 되는 일이 없는 존재였다는 것이다. 내 운명과 팔자는 이렇게 타고난 것 같다고 답변했다.
나는 이걸 깨려 심리학 이론을 도끼로 삼았다.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부정적 자아상'을 도끼로 찍어냈다. 당신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있던 사람들이 어떤 사고방식과 태도로 성공했는지를 알려줬다. 희망의 씨앗을 심고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원래 내성적이어서 마케팅이나 고객서비스를 못한다’는 그들의 고정관념을 깨주려 재래시장 한복판으로 나간 적도 있다. 길바닥에 사과상자를 받쳐놓고 신바람 나게 ‘골라 골라’를 외치는 상인을 보며 나도 신동엽도 함께 따라 외쳤다.
처음에는 할 수 없다고 여기던 목표를 몇번 달성하면 자신감이 회복되기 마련이다. 나는 경영전략과 고객 만족을 달성할 방법을 알려주고 상호도 새로 달아줬다. 양진석은 점포의 간판과 외양, 실내장식을 새롭게 단장했다. 점포가 신장개업하고 고객이 감탄하고 감동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웃고 울었다.
전국의 대학교 경영학과에서는 학생에게 이 방송을 보고 후기를 쓰라고 숙제를 내기도 했다. 방송 시간에 택시 기사가 기사식당에 모여 단체로 볼 정도였다. 많은 사람이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불안과 좌절에서 벗어나 희망의 싹이 자라는 걸 보면 감동하고 큰 기쁨을 느낀다. 어느 곳이든 막장에 도달하면 신장개업을 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신장개업해야 할 곳은 어디일까? 오늘도 진흙탕 속에서 싸우는 정치 뉴스를 보니 화가 치민다. 여야 모두 국민이 지혜를 모아 ‘신장개업 대작전’을 하면 안될까.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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