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소비자 입맛, 국산 밀에 친숙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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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은 사실 조선 시대부터 서민도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곡식이었다.
또 국내 주요 제과·제빵 업체와 협력사업을 발굴해 국산 밀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소비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수입 밀에 익숙해져버린 국내 소비자 입맛이 단기간에 국산 밀에 친숙해지게 하려면 일상생활에 녹아드는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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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은 사실 조선 시대부터 서민도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곡식이었다. 또 근대 이후에는 밀 생산과 소비가 이전보다 증가해 자급률이 지금처럼 낮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전쟁 후 미국의 무상 원조와 값싼 해외 밀 수입 정책, 정부의 수매 중단과 수입자유화로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밀 자급률이 지금처럼 1% 이하로 하락했다.
반면 식생활이 더욱 서구화되고 다양해지면서 밀가루를 이용한 음식의 소비량은 증가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밀가루 소비량은 1970년대 후반부터 30㎏을 넘어 2002년 34.2㎏, 2022년에는 36㎏으로, 50여년 동안 평균 약 35㎏을 소비하고 있다. 물론 소비량의 99%는 해외 수입품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점점 국내에서 생산하는 쌀 대신 해외에서 수입한 밀로 배를 채우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말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 방안을 수립했다. 주요 골자는 2027년까지 국내 식량자급률을 55.5%로 높이고, 그중 밀 자급률은 8%까지 높이는 것이다. 밀을 전략작물로 지정하고 생산농가에 직불금을 지급해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또 국내 주요 제과·제빵 업체와 협력사업을 발굴해 국산 밀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소비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국산 밀이 대중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첫째, 가격이다. 국산 밀 공급량은 수요량에 비해 적기 때문에 현재는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국산 밀 공급은 매우 비탄력적이어서 정부의 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밀 공급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둘째는 식습관이다. 한번 형성된 식습관은 잘 바뀌지 않는다. 국내 소비자 대부분은 수입 밀에 익숙해져 있다. 어릴 때부터 수입 밀에 익숙해져버린 국내 소비자 입맛이 단기간에 국산 밀에 친숙해지게 하려면 일상생활에 녹아드는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민관이 협력하여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중·고등학교 급식에서 우리밀을 사용함으로써 유년기부터 우리밀에 친숙해지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이는 국산 밀의 확실한 소비처를 확보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밀 자급률 향상은 국산 밀의 생산체계 구축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요 확대가 더욱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수요처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공급 확대는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다. 국산 밀의 품질 균일화, 안정적인 수급·유통 체계, 용도에 맞는 다양한 품종 보급 등 각 소비 주체들이 원하는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소영 한국농수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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