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비겨 충격의 첫 조별리그 탈락..."재앙, 좌절" 독일 감독, 사퇴성 발언까지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마르티나 포스테클렌부르크 독일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이 큰 충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1차전에서 모로코를 6-0으로 무너트리는 실력을 보여주면서 역시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대승으로 인해 자만한 탓인지 독일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콜롬비아한테 0-2 패배를 당한 독일은 16강 진출을 위해선 한국을 잡아야 했다. 자칫 모로코가 승리하면 독일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을 상대로 이기려는 독일의 의지보다는 독일을 상대로 기적을 만들어보겠다는 한국의 열정이 더욱 강렬했다. 젊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해 전체적인 기동력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콜린 벨 감독의 선택이 주요했다.
지난 2경기에서 한국은 경기력에서 우위를 가져가고도, 무너지기 시작하면 다시 경기력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모로코전에서 패배한 뒤 벨 감독이 선수들의 승부욕에 대해서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벨 감독은 2007년생 케이시 유진 페어와 2002년생 천가람을 각각 공격과 중원에 넣어서 기동력 높이기에 힘을 썼다. 젊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넣으면서 압박을 강하게 하자 독일은 초반에 굉장히 당황한 모습이었다.
전반 2분 지소연이 케이시 페어를 향해 절묘한 패스를 넣어줬다. 케이시 페어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슈팅이 골대를 강타했다. 골대 강타로 분위기를 가져온 한국은 리드를 만들어냈다.
전반 5분 센터백 이영주가 높은 위치까지 순간적으로 전진해서 수비진에 균열을 만들었다. 독일 수비진이 순간 조소현을 완벽히 놓쳤다. 조소현이 이영주의 패스를 침착하게 마무리하면서 선제골을 작렬했다. 한국 여자축구 역사상 첫 월드컵 선제골이었다.
선제 실점 후 독일은 높이를 이용한 크로스 공격으로 한국을 괴롭혔다. 전반 42분 알렉산드라 포프의 동점골까지는 나왔지만 독일은 지나치게 크로스 공격패턴에 의존했다. 한국 선수들도 미리 대비하는 움직임을 자주 보여줬고, 골대가 돕는 등 행운이 약간 섞이면서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모로코가 콜롬비아를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하면서 독일은 조 3위로 떨어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대이변이 연출된 순간이었다.
경기 후 포스테클렌부르크 감독은 "결국 세 경기에서 우리의 경기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일단은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다. 혼자 있으려고 한다. 적어도 오늘 밤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거리를 둔 뒤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제대로 분석한 뒤에 적절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며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이어 "우리는 처음부터 경합을 하지 않았고,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깊게 수비하는 상대로 너무 정적이었다. 그러면 조치를 취하고 득점 기회를 찾기가 어렵다. 경기에서 이기려면 더 명확해야 한다. 운도 있어야 하지만 운에만 기댈 순 없다"며 패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덧붙여 "우리가 탈락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발전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틀리지 않았다. 스포츠적인 관점에서 사람들이 재앙이라고 말한다면 반박하기가 어렵다. 실망스럽고, 좌절했다. 두 번이나 충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는 그 점을 직시해야 한다. 대부분의 원인은 나한테 있다"며 사퇴성 발언까지 남겼다.
독일 미드필더 레나 오버도르프는 "감독님은 우리의 헌신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보여주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 팀으로서 헤쳐 나가야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이 또 한번 독일의 월드컵을 무너트린 건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FIFA 또한 공식 채널을 통해 "한국과 독일의 역사는 반복된다. 5년 전, 한국은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독일을 탈락시켰다"며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나온 카잔의 기적을 조명했다.
축구 통계 매체 '스쿼카' 또한 "독일어로 데자뷰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며 카잔의 기적과 2023년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결과를 조명했다. 그만큼 한국이 만들어낸 결과가 대단하다는 뜻이다.
5년 전 디펜딩 챔피언이자 FIFA 랭킹 1위였던 독일 남자대표팀도, 2023년 FIFA 랭킹 2위이자 유럽 챔피언십 준우승 국가인 독일 여자대표팀도 모두 한국을 만나서 역사상 첫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대한축구협회, 스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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