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천국' 노르웨이서 전기차 600㎞ 운전해봤다

오슬로(노르웨이)=정한결 기자 2023. 8. 4.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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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전쟁3 전기차 시장 성장은 계속 될까?]③노르웨이
여전히 충전 인프라 열악한 노르웨이
올해 상반기 급속 충전기 800대 설치…인프라 구축 '속도'
[편집자주] 편집자주: 전기차 시장은 세제 혜택과 보조금 없이도 계속 성장할까. 충전 인프라 구축은 전기차 보급 확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차전지(배터리) 시장의 향배는 배터리 수요를 견인하는 전기차 시장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 전기차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배터리 수요 역시 함께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는 전기차 시장 선도국 중 노르웨이와 네덜란드의 사례를 들여다 봤다. 충전 인프라가 취약해도 전기차 판매율 1위국이 된 노르웨이, 충전 인프라 확충으로 전기차 보급률을 끌어 올린 네덜란드의 사례가 줄 수 있는 함의를 짚어 본다.

노르웨이 이드 피요르드 인근 충전소. /사진=정한결 기자.
노르웨이는 '전기차 천국'으로 종종 불린다. 지난해 팔린 신차의 80%가 전기차인데다가, 이미 도로 위의 차량 중 전기차 비중이 20%를 넘긴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노르웨이에서 실제로 전기차를 몰아보면 현실은 다르다. 수도 오슬로 등 도심이나 근거리는 큰 문제가 없지만 먼거리를 이동하기에는 충전의 제약이 있다. 지난달 18일 오슬로에서 서쪽 소도시 오다까지 왕복 590㎞를 전기차로 운전해봤다.

노르웨이는 교통 인프라가 한국처럼 규모가 크지 않다. 소도시 오다를 오가는 길은 국토를 횡단해 통행료까지 받는 노르웨이의 주요 도로지만, 대부분의 구간이 2차선이다. 한국으로 치면 경부고속도로가 국도 형태인데다가, 2차선인 셈이다. 노르웨이의 국토 면적은 한국의 3.8배지만 인구는 10분의 1이다. 인구밀도가 낮아 대규모 교통 인프라가 필요 없다. 실제로 수도 오슬로를 벗어나는 구간만 막힐 뿐, 99%의 구간은 교통체증이 전혀 없었다.

노르웨이는 충전 인프라를 많이 갖추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공공자금을 투입해 주요 도로 7500km 구간에 50km당 급속 충전기 2대를 설치했다. 2020년에는 북극권이자 전기차 판매 비중이 가장 낮은 핀마크 주에, 2021년에는 시외지역에 대한 충전기 설치 지원 정책을 시행했다. 현재는 총 6500개의 급속충전기를 보유했다.

주행거리 17km, 충전소까지 거리도 17km 남은 상황. /사진=정한결 기자.

그러나 운전을 해보면 충전기를 찾기가 힘들다. 오다로 이동 중 배터리가 20% 남은 상황에서 차량 내 구글 지도를 통해 충전기를 검색하자 가장 가까운 충전기는 방금 지나 70km가량을 더 이동해야했다. 규정대로 50km마다 배치돼야할 충전기가 지도 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배터리 소모는 예상보다 더 빨라져 충전소까지 거리와 남은 주행거리가 17km로 줄어드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결국 내리막길에서는 가속 페달을 밟지 않는 극한의 연비주행을 통해 주행거리를 확보해야 했다.

가까스로 도착한 충전소는 허허벌판 가운데 있었다. 차들이 몰려 10분 가량을 기다린 뒤 차를 댔는데, 플러그를 꽂아도 결제 및 충전을 진행할 수 없었다. 노르웨이는 약 13개의 민간업체가 전국의 충전소를 운영한다. 오로지 애플리케이션(앱)에 가입해 카드를 등록해야 충전이 가능하며 현장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대부분 불가하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충전에 성공했다.

급속 충전기에 차량들이 충전하고 있는 모습. /사진=정한결 기자.

충전업체마다 별도의 앱을 사용하기도 한다. 노르웨이에서 충전망을 제약 없이 사용하려면 13개 앱을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의미다. 50km보다 더 가까운 거리 내에 충전기가 배치됐지만 내비게이션에는 나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도 등록 현황이 각 업체마다 다르다. 차량 내비게이션에는 나오지 않는 충전기가 차를 세우고 휴대전화 앱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식이다. 오슬로로 복귀하는 과정에서는 실패를 교훈 삼아 미리 충전소를 검색했다. 이번에는 '메르'라는 다른 충전업체라 앱을 깔고 새로 가입했지만 정작 충전기가 고장나 다른 곳을 찾아야 했다.

노르웨이인들도 충전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노르웨이전기차협회에 따르면 전기차 차주 절반이 충전기 고장으로 충전을 못 하거나, 오랜 기간 기다리는 경험을 겪었다. 75%는 충전업체가 너무 많아 복잡하다고 여겼으며, 71%가 현장 카드 결제를 희망했다. 트론드 호브랜드 ITS 노르웨이 CEO(최고경영자)는 "전체 충전 네트워크에 접근하는 통일된 방식이 없다"며 "(슈퍼차저가 있는)테슬라를 제외하고는 노르웨이에서 전기차를 소유하기가 사실 어렵다"고 말했다. 전기차 차주의 80%가 결국 집에서 충전하는 이유다.

충전 인프라 부족에도 그동안 노르웨이의 전기차 비중이 확대된 이유로는 강력한 세금 인센티브가 꼽힌다. 내연기관차에 평균 1200만원을 과세하는 대신 전기차는 이를 면제했고, 이 결과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해졌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전기차 보급 확대가 충전 인프라 확대로 이어지는 추세다. 노르웨이 전역에 있는 총 6500대의 급속 충전기 중 지난해에 설치된 충전기가 1500대다. 올해 상반기에만 800대를 늘리는 등 충전 네트워크 구축이 더 빨라지고 있다. 충전 인프라 확대가 전기차 이용을 더 편하게 하면서 전기차 보급률을 끌어 올리는 선순환도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정한결 기자.


오슬로(노르웨이)=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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