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굴지의 기업인들이 앞다퉈 그와의 친분을 과시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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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주주총회가 예정된 1998년 4월, 한 종교단체가 의뢰한 광고가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광고에는 GE 공장 사진과 함께 회사 홍보 카피를 패러디한 "GE는 허드슨강의 생명에 해로운 것들을 흘려 넣고 있다"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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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주주총회가 예정된 1998년 4월, 한 종교단체가 의뢰한 광고가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광고에는 GE 공장 사진과 함께 회사 홍보 카피를 패러디한 “GE는 허드슨강의 생명에 해로운 것들을 흘려 넣고 있다”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도미니크수녀회가 중심이 된 사회적 투자 연대기구 ‘사회정의를 위한 투자자 옹호(IASJ)’의 광고였고, ‘해로운 것’은 폴리염화비닐(PCB)이었다.
GE 최고경영자 잭 웰치(Jack Welch)는 IASJ 대표였던 수녀 퍼트리샤 데일리(Patricia Daly, 1956.8.4~2022.12.9)와 주총장에서 공개 설전을 벌였다. 웰치는 PCB 농도와 암 발병률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자료 등을 언급했고, 데일리는 흡연과 암의 연관성을 둘러싼 담배업계의 오랜, 그릇된 입장 등을 환기했다. GE 주주들은 PCB 정화 설비를 도입하라는 요구에 단 7.6%만 동의했다. 둘의 논쟁은 방송 등을 통해 미국 전역에 알려졌다.
GE사는 2009년부터 6년간 허드슨강 전역의 강바닥을 준설해 하저 오염토양까지 정화하는 작업을 벌여야 했다. 6년간의 그 작업으로 GE사가 쓴 돈은 오염수 정화시설 비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대했고, 기업 이미지에도 치명상을 입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1976년 도미니크수녀회에 입회한 데일리 수녀는 은퇴자를 위한 수녀회 기금이 노조 탄압으로 악명 높던 한 지역 섬유회사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투자 운동을 자신의 소명으로 삼았다. 그는 교단을 초월한 종교단체 연대를 통해 저 운동을 확산했고 포드사, 엑손모빌사 등 굴지의 기업 주주총회장에서, 또 최고경영자 면담 등을 통해 환경-노동자 인권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제고에 기여했다. 주요 투자회사 등과 협력해 기후솔루션펀드 등을 출범케 한 배후의 주역이기도 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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