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가계부채 망령, 부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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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영원한 문제아인 가계부채가 드디어 잡혔나 했다.
이제 우리 경제도 가계부채의 망령에서 벗어나는 것인가?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가계부채 급증은 언제나 우리 경제에 부담이었다.
첫째, 올해 1분기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미국(73.0%), 일본(65.2%), 유로지역(55.8%)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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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영원한 문제아인 가계부채가 드디어 잡혔나 했다. 가계신용 총액이 2022년 3분기 1871.1조원을 정점으로 매분기 감소하여 올해 1분기에 1,853.9조원까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경제도 가계부채의 망령에서 벗어나는 것인가?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3월까지 감소하다가 4월에 2.3조원 증가로 돌아서더니 5월에는 4.2조원, 6월에는 5.9조원으로 매월 증가 폭을 키워 가고 있다. 또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최근 은행들의 가계대출에 대한 대출태도도 완화적인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도 가계대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면서 영끌이 다시 시작된 것이 이유다. 사라진 줄 알았던 가계부채 문제가 다시 부활할 조짐이다.
가계부채 급증은 언제나 우리 경제에 부담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상승세는 문제가 더 크다.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이다. 첫째, 올해 1분기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미국(73.0%), 일본(65.2%), 유로지역(55.8%)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미 국민소득에 비해 가계부채가 너무 많아 여기에서 더 늘어나는 것은 부담이 매우 크다.
둘째, 최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하락하는 추세다. 2021년 4.1%에서 2022년 2.6%로 낮아졌고, 올해는 1%대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소득이 잘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가계가 부채를 갚는 것이 예전보다 더 힘들어진다. 셋째, 시장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2년 간 이어지던 하락세를 마감하고 2020년 중반부터 상승하기 시작하여 현재 매우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다. 2020년 2월만 해도 1% 미만이던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최근 3.6%대다. 당시에 비해 금리가 3배 이상 높아졌다. 그만큼 부채상환 부담은 더 커진 상황이다.
즉 집값이 폭등하던 2020년이나 2021년을 생각하고 빚을 냈다가는 소득이 잘 안 늘어나 빚을 갚기 힘든데다 높은 금리로 상환부담도 훨씬 커져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가계가 이러한 변화된 경제환경을 잘 고려하지 않고 과거 집값 폭등 당시의 향수에 젖어 영끌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다른데도 말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 초과저축이 이루어졌는데 이것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폭증을 가져와 금융불안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이래저래 가계부채 망령의 부활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부채 잡겠다고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어렵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의 리스크는 과거보다 더 커졌다. 그냥 놔두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결국 미시정책에 의한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예전처럼 집값을 잡기 위해 너무 무리한 대출규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지금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는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한 기대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일관적인 정책 마련 등 보다 근본적인 해법의 제시가 필요하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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