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년 전 성수대교 붕괴 때 외친 ‘건설 감리 강화’ 변한 건 없었다
아파트 기둥 철근 누락 조사 결과 최후 보루 역할을 해야 할 ‘건설 감리’는 이번에도 제 역할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 도면엔 기둥과 슬래브 연결 지점에 전단 보강근을 늘리라고 되어 있는데 아예 다른 층에 배근한 것을 감리 업체가 잡아내지 못했다. 도면대로 시공됐는지 확인하는 것조차 놓쳤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등을 계기로 200억원 이상 공공기관 발주 공사에 책임 감리제가 도입됐다. 선정된 민간 감리업체가 설계·원가·품질감리까지 책임지라는 것인데 30년이 지나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번 LH의 철근 누락 사태엔 발주처인 LH와 감리업체 간 유착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에선 241개 기둥 중 72개에서 철근이 빠졌지만 감리업체가 잡아내지 못했다. 이 감리업체는 감리 소홀로 최근 3년 새 벌점을 여섯 차례나 받았는데도 용역을 따냈다. 알고 보니 LH 퇴직자가 23명이나 취업해있다. 철근이 누락된 LH아파트 단지 15곳의 감리 회사 중 8곳이 LH 퇴직자가 재취업한 회사였다. 공공건설의 경우 발주처가 감리회사를 선정하다 보니, LH가 설계·시공·감리회사까지 마음대로 좌우한다. 한 사람이 검사·판사 다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LH 발주 공사도 감리업체를 LH가 아닌 지자체 등이 선정해 전관 유착 등 비리가 발생할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
현재 민간업체가 아파트를 지을 땐 지자체가 감리회사를 선정해 감리의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돼 있다. 감리업체에 대한 처벌도 인가 취소, 영업 정지, 벌점 등 비교적 엄격한 장치가 있다. 문제는 감리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다 보니 감리 능력이 떨어지고 발주처의 눈치를 본다는 사실이다. 현장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해결될 때까지 감리인이 공사를 중지시켜야 하지만 공기 지연을 싫어하는 발주처 앞에서 그럴 수 있는 감리 업체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실제 감리인이 재시공이나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감리업계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설계와 시공의 감리를 한 사람이 하는 경우가 잦다. 건설사 퇴직자 고용 인력이 많아 현장 검측에서 느슨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이다 보니 1000가구 입주하는 아파트 공사 현장에 많아야 5~6명의 감리인이 투입된다. 작업 전 과정을 제대로 지켜볼 수가 없다. 안전에는 비용이 든다. 감리 비용을 필요한 수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 감리 업체가 공사 발주처의 눈치를 보지 않게 철저한 제도적 장치를 해야 한다. 감리가 형식적으로 되면 사고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숙 “한가인 결혼식 가서 축의금 5만원 냈다”...사과한 이유는
- 김도영, 2홈런 5타점... 한국 쿠바 잡고 4강 불씨 되살렸다
- 日 ‘다카라즈카’ 음악학교, 여학생 뽑을 때 외모 안 따진다
- 강원 춘천 아파트, 지하실 침수로 정전...720세대 불편
- 손흥민 130번째 A매치 출격... 쿠웨이트전 베스트11 발표
- ‘정년이’ 신드롬에 여성 국극 뜬다… 여든의 배우도 다시 무대로
- 러시아 특급, NHL 최고 레전드 등극하나
- 김대중 ‘동교동 사저’ 등록문화유산 등재 추진
- 국어·영어, EBS서 많이 나와... 상위권, 한두 문제로 당락 갈릴 듯
- 배민·쿠팡이츠 중개 수수료, 최고 7.8%p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