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염 속 잼버리, 이대로면 국제 망신 당할 판
158국 4만3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오는 12일까지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리는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폭염 속에 치러지고 있다. 온열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각국 청소년이 사흘간 1000명을 넘는다. 엊그제 2시간30분의 개영식 동안 80여 명이 병원에 이송됐다. 중증 환자는 없지만 지금처럼 폭염 속에 대회가 치러질 경우 더 심각한 환자가 나올 수 있다. 가장 많은 4500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참가한 영국의 경우, 주한 영국대사관의 외교관들이 새만금에 파견돼 조직위 측에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염만 문제가 아니다. 잼버리 역사상 최대 규모인데 6년의 준비 기간, 1000억원 넘는 예산을 투입한 행사가 맞나 싶게 준비 부족도 드러냈다. 간척지인 새만금은 햇볕을 피할 나무 한 그루도 없는 곳이다. 8월 초에 야영하는 잼버리를 유치하기에 한계가 많았다. 그럼에도 2015년 전북도가 강한 열의로 강원도 고성을 누르고 국내 후보지로 선정됐고 2017년 해외 경쟁국도 누르고 유치에 성공했다. 유치 열의에 비하면 준비 상태는 실망스럽다.
잼버리 야영장은 농업 용지로 조성돼 여러 차례 침수 우려가 제기됐다. 전북도가 배수 공사를 했다는데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지난달 쏟아진 비로 야영장이 진흙탕으로 변해 텐트를 치기도 어렵고 물구덩이에서 모기가 들끓는다. 8년 전 일본 야마구치현 잼버리 대회장도 간척지였고 폭염 속에 열려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는 등 비슷한 점도 있지만 철저한 사전 점검으로 배수 문제는 해결했었다. 그 밖에도 부실한 샤워 시설, 부족한 화장실 등 잼버리 참가 청소년들이 “진짜 생존 게임”이라며 SNS에 올린 실태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훌륭하게 치러낸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다. 조직위나 전북도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드러났다. 청소년 담당인 여성가족부, 안전을 책임지는 행정안전부 등 중앙 부처가 전폭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국제 망신을 살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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