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마음 건강] 흙 파고 만지며 놀면서 안정감과 면역력 키워요
야외에서 흙을 만지며 놀면 아이들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자주 듣는 이야기다. 2000년대 들어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일련의 실험 결과가 제시됐다. 흙 속에서 사는 ‘마이코박테리움 바카이(Mycobacterium Vaccae) 미생물’(바카이 미생물)에 대한 보고다.
흙 속 미생물이 우리 뇌에 어떻게 영향을 줄까? 흙을 만지고, 던지고, 뿌리고 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코나 입 등을 통해 미생물이 아이 체내로 들어간다. 바카이 미생물은 신경 전달 물질을 생성하는 효과가 있다. 동물 실험 결과, 바카이 미생물을 투여한 동물에게서 세로토닌 신경 전달 물질이 몇 배 증가했다. 정서 안정과 항우울 효과가 있는 물질이다. 학습과 기억력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동물 실험도 보고됐다. 흙을 만지며 놀 때의 편안함은 단지 심리적인 것만이 아니었다.
시멘트 길에 있는 어린이집과 숲속 어린이집을 비교한 스웨덴 연구 결과, 같은 출발선에 있던 두 집단의 아이들이 1년 후 많은 차이를 보였다. 숲속 어린이집 아이들이 운동 능력뿐 아니라 집중력, 정서 안정감 등 인지·운동·정서 모든 면에서 우월하게 발달했다.
흙이 주는 다른 효과는 면역 시스템을 튼튼하게 하면서도 과민 반응, 즉 알레르기 반응은 억제한다는 점이다.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피부염, 일부 소아 당뇨나 관절염은 면역계 알레르기 반응과 연관된다. 어릴 때부터 자연계 면역 물질에 많이 노출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과민 반응인 알레르기 반응을 적게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다. 청결과 위생을 강조하는 환경에서 흙도 만져보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도시에서 어떻게 자연 중심 삶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우선 아파트 베란다를 작은 화원으로 만들어 보자. 아이가 흙을 쥐고 파게 해주고, 식물을 심어 키워보게 하자. 주말에는 아이를 데리고 숲이나 계곡에 가서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주자. 이날만큼은 아이 손과 몸이 더러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깨끗하게만 키우려 하면 오히려 알레르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김붕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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